더 포스트 The Post (2017)와 함께 본 언론에 관한 영화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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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GV아트하우스

최근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더 포스트>는 역대 미국 행정부가 취해온 베트남 정책의 실체를 폭로한, 워싱턴 포스트지의 활약을 담은 영화입니다. 당시 신문 발행인으로서는 미국 최초의 여성이었던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과 강직한 편집장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의 결단을 중심으로, 특종을 보도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여러 사람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지금과는 달리 종이 신문의 역할이 컸던 시절의 이야기고, 우리와 상관이 없다면 없을 수도 있는 미국의 역사를 다뤘으며, 다소 고풍스러운 정공법을 고수하기는 했지만, 울림이 있는 영화입니다. 정부의 위협과 투자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불이익을 감수할 각오가 돼 있었던 언론인들의 모습이 가슴을 뜨겁게 하지요.

지난 몇 년간 한국의 주류 언론인들이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고,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형사 처벌을 받게 된 것은 언론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탓이 큽니다. 대통령이라는 공직을 맡기에 한참 모자란 인물들을 주류 언론이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으니까요.

이 글에서는 <더 포스트>와 함께 보면 좋을 4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모두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지만, 우리 국민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슈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하나] 끈질긴 추적이 만들어낸 세기의 특종 –
<대통령의 음모>(All the President’s Men)(1976)

ⓒWarner Bros.
ⓒWarner Bros.

일단의 괴한들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미국 민주당 사무실에 침입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신참 기자 밥 우드워드(로버트 레드포드)는 여기에 정부 요인이 관련돼 있다는 걸 알고 조사를 시작합니다. 경력 기자인 칼 번스타인(더스틴 호프만)과 힘을 합쳐 제대로된 특종을 터뜨리기 위해 분투하지요.

이 영화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정치 스캔들인 ‘워터게이트 사건’의 도화선을 만든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의 활약을 다룹니다. 시기상 <더 포스트>에 나온 상황 직후에 있었던 일인데, 그 영화와 여러모로 관련이 깊습니다. <더 포스트>의 에필로그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이 일어나던 날 밤의 상황이 나오고, 톰 행크스가 연기했던 벤 브래들리가 이 영화에서는 끊임없이 반론을 제기하며 제대로 된 기사가 나오도록 돕는 역할을 하죠.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 역시 대화 중에 잠시 언급됩니다.

기자들의 집요한 취재와 노력을 통해 진실이 하나둘씩 드러나는 과정을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잘 풀어냈습니다. 끊임없이 전화하고, 자료를 찾으며, 사람을 만나 정보를 캐는 장면을 반복하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진실을 캐내기 위한 끈질긴 노력은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어 언론인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입니다.

[둘]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자기를 성찰하며 –
<스포트라이트>(Spotlight)(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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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팝엔터테인먼트


보스턴 글로브지의 탐사 보도팀 ‘스포트라이트’는 가톨릭 신부가 저지른 아동 성추행에 관한 제보를 접합니다. 팀장 로비(마이클 키튼)를 필두로 한 팀원들은 다양한 사례를 수집하고 확인하면서 이것이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었다는 점을 밝혀냅니다.

기자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하면, 흔히 정치 권력이나 거대 기업의 횡포에 맞서 특종 보도를 하는 식의 줄거리를 상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언론 보도의 영역은 정치 경제적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때로는 힘없는 개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편이 되기도 해야 합니다.

<스포트라이트>는 그런 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에 관한 제보를 접한 기자들은 취재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게 되지요. 또한, 팀장 로비는 같은 사건이 발생해도 이전까지 단신으로만 처리하고 말았던 과거를 반성하고, 유력 인사들과의 인간관계 속에서 잠시 잊었던 기자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기자가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직업인 것은 맞습니다. 그들에게는 기사를 쓸 수 있는 지면과 얼굴을 내밀 수 있는 방송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영향력을 가진 것에 취해서 실수하는 경우를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들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다면, 자기가 잘나서 그런 게 아니라 그들이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셋] 클릭 수와 시청률만 나오면 그만? –
<나이트 크롤러>(Nightcrawler)(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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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톰픽쳐스코리아


맨홀 뚜껑이나 구리선 등을 훔쳐다 파는 일을 할 정도로 밑바닥을 전전하던 루이스(제이크 질렌할)는 어느 날 교통사고 현장을 촬영하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이들은 사건 현장 영상을 찍어 방송국에 제공하는 일명 ‘나이트 크롤러’들이었습니다. 이게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된 루이스는 즉시 간단한 장비를 사 이 사업에 뛰어듭니다.

언론사의 광고 수입은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인터넷 클릭 수나 시청률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윤리 의식 없이 선정적인 기사만 쏟아낼 수는 없습니다. 사실을 왜곡하고 있지도 않은 일을 꾸며내서는 더욱 더 안 되겠죠.

이 영화의 루이스는 언론이 상업적 이익만을 추구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돌연변이 같은 존재입니다. 사회의 밑바닥을 전전하는 소시오패스 성향의 인물로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불법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의 ‘취재’ 활동은 시청률을 올려 줄 선정적인 화면만 있으면 된다는 기성 언론의 주을 받습니다. 루이스의 완벽한 성공은 땅에 떨어진 언론의 질적 수준을 역설적으로 드러냅니다.

절차나 확인 과정 없이 일단 먼저 터뜨리고 보자는 식의 조급증, 취재 윤리를 망각하고 사실을 멋대로 왜곡하여 자기들의 힘을 과시하는 일, 거짓말이더라도 잘만 팔리면 된다는 생각 등은 언론인이라면 멀리해야 할 것들입니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스스로 자신이 서 있는 기반을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올 것입니다.

[넷] 대안 언론의 부상과 기성 언론의 역할 –
<시티즌 포>(Citizenfour)(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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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디시코리아(주)콘텐숍

다큐멘터리 감독 로라 포이트러스는 미지의 남성으로부터 암호화된 이메일을 받습니다. 중대한 비밀이 있다며 접근한 남자는 몇 달이 지난 후, 홍콩의 어느 호텔로 오면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말합니다. 이 남자는 전직 CIA 요원으로서,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국내외에 광범위한 도감청을 벌이고 있음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었습니다.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의 발전은 다양한 독립 언론이 출현할 수 있는 요람이 되었죠. 이제 사람들은 블로그, 팟캐스트,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기성 언론이 미처 다루지 못한 다양한 소재와 목소리를 담아냅니다. 그런 점에서 독립 다큐멘터리인 이 영화 역시 대안적인 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기성 언론이 예전과 같은 권위를 유지할 수는 없는 시대입니다. 선택지가 다양해지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생각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기존의 권위자나 전문가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지 않게 됐지요. 오히려 자기와 비슷한 수준의 다른 사람들과 활발히 의견을 교환한 끝에 나온 결론을 더 신뢰합니다.

에드워드 스노든 역시 기성 언론보다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택했습니다. 먼저 로라 포이트러스는 미국 정부에 비판적인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입니다. <가디언>지 기자로서 이 사건을 독점 보도한 글렌 그린월드 역시 변호사 출신으로 미국 정부를 비판하는 블로그부터 시작했던 인물입니다.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기성 언론은 이제까지와는 분명히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심층 취재를 통해 기사의 질적 수준을 높이거나, 탐사 보도에 힘을 쏟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아니면,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스노든의 폭로를 기사화할 수 있게 도왔던 영국의 진보 신문 ‘가디언’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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