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건 럭키 Logan Luck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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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톰픽쳐스코리아

2018. 3. 14. 개봉

소설이나 영화의 케이퍼물은, 값나가는 물건을 훔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여기에는 모험물의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현실에서 사법 기관에 붙잡히지 않고 범죄를 무사히 성공시키기란 어려운 도전 과제니까요. 또한, 유머도 필수적이죠.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범죄자 주인공들을 부담스럽지 않게 보여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로건 럭키>는 전형적인 케이퍼물의 공식을 따릅니다. 지미 로건(채닝 테이텀)은 고교 시절 미식축구 스타였지만 부상으로 꿈을 접고 고향에 남아 공사장 인부로 일합니다. 어느 날, 어이없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 그는 살길이 막막해지자 인생 역전 계획을 세웁니다. 보수 공사 인부로 일했던 자동차 경주장에 막대한 현금을 모아두는 곳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미는 바텐더로 일하는 남동생 클라이드(아담 드라이버)와 미용사로 일하는 여동생 멜리(라일리 키오)를 계획에 합류시킵니다. 여기에 은행털이로 복역 중인 폭파 전문가 조 뱅(다니엘 크레이크)과 그의 형제들도 합세하지요. ‘코카콜라 600’ 레이싱 대회 날을 목표로 삼아 완전 범죄를 위한 준비에 착수합니다.

산골 촌 동네 사람들의 인생 역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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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톰픽쳐스코리아

왠지 이런 장르의 영화라고 하면, 초반부터 속도감 있는 전개로 정신이 번쩍 나게 해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로건 럭키>는 좀 다릅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산간 지방인 웨스트버지니아주를 배경으로, 이혼한 전처와의 사이에 딸이 하나 있는 지미의 개인사, 그리고 다양한 개성을 갖춘 인물들이 빚어내는 웃음을 느긋하게 보여주면서 시작하거든요. 범죄 실행 과정의 흥미진진함은 중반 이후에나 맛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각본을 쓴 레베카 블런트는 실제 웨스트버지니아주 출신으로, 그곳에 사는 저소득층 백인들의 정서를 충실하게 담아내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미국의 중부 내륙을 관통하는 애팔래치아 산맥 인근 지역에는 저소득층 백인들이 많이 삽니다. 이들은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 신조에 따라 폭력 행사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 ‘촌뜨기’로 번역되는 ‘hillbilly’라는 단어는 이 사람들을 경멸적으로 일컫는 말입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개봉한 <쓰리 빌보드>에도 그런 인물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 영화의 배경인 미주리주도 부분적으로는 이런 지역에 속하죠. 웨스트버지니아주는 그보다 더한 곳입니다. 그야말로 거의 산으로만 이뤄진 곳이거든요. 영화에 삽입된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는 바로 이 지역에 관한 노래로서, 지금도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를 비롯하여 다양한 범죄물에 강점을 보여 온 스티븐 소더버그는 여전히 유려한 연출력을 보여줍니다. 특히 범죄의 계획, 실행, 사후 처리가 물 흐르듯 전개되는 중후반부는 당대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더버그는 그간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와의 영화 작업에서 더는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서 영화 연출에서 손을 떼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의 공언대로 <로건 럭키>는 <사이드 이펙트>(2013) 이후 4년 만의 내놓은 극장용 장편이지만 메이저 배급사 영화가 아닙니다. 독립 배급사 블리커 스트리트 및 아마존의 투자를 받아서 만들었지요.

개성 강한 로건 가문 삼 남매로 나오는 채닝 테이텀과 아담 드라이버, 라일리 키오의 연기가 돋보입니다. 감정 표현이 별로 없어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전형적인 이 지역 토박이의 모습을 잘 그려낸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외에도 여러 유명 배우들이 감초처럼 등장합니다. 007시리즈에 나왔던 다니엘 크레이그의 연기 변신이 유쾌하고, 케이티 홈즈, 세스 맥팔레인, 캐서린 워터스톤, 힐러리 스웽크, 세바스찬 스탠 등이 적재적소에서 활약하죠.

다양성 높아진 할리우드,  한국 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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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이러저러한 배경 지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야 창작자가 의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특유의 느린 말씨와 굼떠 보이는 행동, 기존의 도덕률을 중시하는 태도를 지닌 사람들 때문에 미국 내 다른 지역 사람들로부터 촌 동네 취급을 받습니다. 이 영화는 자기 고향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 고백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를 다른 나라 사람이 제대로 받아들이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나라마다 지역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정치나 경제, 사회 문화까지 모든 것이 수도 서울에 집중된 나라에서는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클 수밖에 없죠. 이 영화에 들어 있는 ‘차별적인 시선 속에서도 꿋꿋이 자기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헌사’를 우리 상황으로 바꿔서 생각해 보니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영화는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한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와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독립 영화들이 이끌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체의 특성상 집약된 자본이나 숙련된 고급 노동력이 필요했으니까요.

하지만,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배급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조금 더 다양한 종류의 영화가 나올 수 있게 됐습니다. 예전 같으면 지방색이 강하거나 다수의 취향에 맞지 않아서 만들 수 없었을 영화들도 완성도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제작이 되는 추세입니다. 장르 영화의 배경으로 LA나 뉴욕이 나오면 오히려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죠. 이런 식으로 다양성이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산업 전반에 활력이 생깁니다.

한국 영화 산업은 요즘 정체기입니다. 대형 배급사가 투자한 대작 기획 영화들이 연이어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큰 재미를 못 보고 있습니다. 기존의 흥행 공식을 답습하거나 성공한 기획의 아류작을 양산하는 식으로는 이 난국을 타개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기본적인 완성도를 갖춘 참신한 기획에 적정한 금액을 투자하면 된다’는 모범 답안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문제는 실천입니다. 실패하면 독박쓸 각오를 해야 하는 우리나라 대기업 조직 문화 특성상 대형 배급사들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할리우드가 역사적으로 몇 번의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선택한 끝에 파국을 피했다는 점을 되새겨봐야겠죠. 소더버그 같은 중견 감독이 예술적 활력을 되찾기 위해 독립 배급 방식을 모색한 것처럼 우리 영화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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