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이 내 세상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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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엔터테인먼트

2018. 1. 17. 개봉

’처음엔 웃기다가 막판에 울린다’는 공식이 수많은 한국 영화 흥행작의 비결이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를 두고 한국형 신파라고 얕잡아 보는 경우도 있지만, 잘만 만들면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많은 관객을 끌어들입니다. 모두가 공식이라는 걸 알면서도 당할 정도로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이 공식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새해 첫 웃음과 감동’이라는 홍보 문구부터가 그렇습니다. 성공하지 못한 권투 선수가, 있는 줄도 몰랐던 서번트증후군 음악 천재 이복 동생을 만난다는 설정도 영화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합니다.

한때 동양 챔피언까지 했었지만, 몸담고 있던 체육관에서 쫓겨나 오갈 데 없어진 조하(이병헌)는 우연히 17년 전 헤어진 어머니(윤여정)를 만나 그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이복 동생 진태(박정민)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조하는 장애가 있는 진태가 안중에도 없습니다. 진태 역시 조하를 무서워합니다. 그래도 두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차츰 마음을 열고 가까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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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엔터테인먼트

관객의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움

이 영화에 대해서 관객이 기대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는 웃음과 감동이 버무려진 이야기이며, 다른 하나는 검증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죠.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양쪽 다 조금씩 기대에 못 미칩니다.

초반에 각각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관계를 엮어가는 과정은 다 조금씩 아쉽습니다. 한두 발만 더 나가면 훨씬 웃길 수 있는 장면들이 꽤 있었거든요. 연출자의 의도였든 연기자의 의견이었든, 더 나가지 않고 멈춘 것이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중후반부에 눈물을 자아내기 위한 장면들도 관객보다 인물이 먼저 감정을 내비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됩니다. 서글프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할 때 가장 짠하고 슬픈 법인데 이 영화엔 그런 장면이 많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하와 어머니가 부엌에서 와인 마시는 장면과 조하가 진태를 데리고 한가율(한지민)을 만나는 장면, 이 두 군데를 빼고는 맘을 움직이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조하와 어머니의 과거사가 등장하면서 참 안 됐다는 생각은 들었지만요.

앞서 개봉한 <신과 함께>가 마지막 10여 분 동안 사람들을 진하게 울린 이유는 큰 슬픔을 안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온 등장인물들이 안쓰러웠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사랑하는 이를 안심시키려 이를 악무는 모습이 관객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습니다. 그와 비교하면 이 영화는 ‘내가 이렇게 슬프니 위로해달라’는 투여서 감정이 그리 커지지 않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배우들의 연기도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윤여정의 부산 사투리 설정은 너무 어색해서 초반부터 감정 이입이 힘듭니다. 이병헌 역시 진지한 장면을 연기할 때 보여준 호소력에 비하면 코믹한 장면을 연기할 때 재미가 덜했습니다. 두 배우 모두 평소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다른 영역에 도전한 것 자체는 높이 평가할 수 있겠지만, 결과가 썩 좋지만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박정민의 연기입니다. 서번트증후군 장애를 가진 청년에 대한 묘사나 피아노 천재다운 건반 위 손놀림 같은 것은 물론, 상대 연기자를 적절한 리액션으로 뒷받침하면서 장면을 생동감 있게 만들어내는 재주가 탁월합니다.

오히려, 연주 장면에서 그가 손가락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연기했음을 보여주기 위한 제작진의 의도가 몰입에 방해가 될 때가 있었습니다. 피아노 연주하는 손이 박정민 본인의 것임을 보여 주기 위한 카메라 앵글과 움직임, 화려한 손가락 테크닉이 강조되는 작품 위주의 선곡이 반복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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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엔터테인먼트

콘셉트에 더 충실했어야

대중적인 기획 영화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다소 진부하더라도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공식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즐길만한 오락거리를 만드는 것도 산업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문제는 뻔한 기획에 대해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할 때 생깁니다. 코미디라면 웃겨야 하고, 액션물이면 통쾌해야 하며, 호러물은 무서워야 하죠. 관객들은 영화가 기대했던 것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외면합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뜨겁지 않은 신파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창작자라면 누구나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애초의 기획 자체가 새롭지 않았기 때문에 운신의 폭은 좁습니다. 레시피가 정해진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다른 맛을 시도할 수 없는 것과 같지요.

<그것만이 내 세상>이 처음부터 웃음과 감동을 내세웠다면 철저하게 콘셉트에 충실해야 했습니다. 다른 것에 신경 쓰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잘 울리고 웃길 수 있는지에 더 집중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흥행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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