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2. 개봉.
덤 앤 더머(1994)는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의 묘사도 불사하는 슬랩스틱을 주류 할리우드 코미디로 끌어 올리는 분기점 역할을 한 영화다. 또한, 40살까지 못해 본 남자(2005)에서 시작한 주드 애퍼토우의 영화들은 그런 스타일을 바탕으로 주인공에게 심리적인 차원의 과업을 부여함으로써 또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할 수 있다.
현재까지도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의 주류는 주드 애퍼토우 스타일이다. 다만 예전처럼 사회적으로 루저에 가까운 남성 주인공을 내세우는 대신,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2011)에서와 같은 결혼 적령기 여성들이나, 이 영화의 중산층 부부 등으로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 영화는 올해 미국에서 1억 5천만불 정도의 흥행 수입을 벌어들이며 히트했지만, 딱히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인기 미드를 비롯한 미국 대중 문화에 대한 패러디와 잭 에프런의 멍청한 대학생 연기가 기억에 남고 또 꽤나 웃기지만, 좀 아쉽다. 아무리 부부 사이가 무촌이라지만 동성친구들 사이의 거리낌 없음을 능가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좋다. 특히 로즈 번은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에서 보여준 것 이상의 연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우리나라에 미드 데미지(2007-2012)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정도로만 알려진 그녀에겐 어쩌면 코미디 영화가 더 잘 맞는 옷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