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10. 개봉
리부트의 첫 편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을 재밌게 봤기 때문에 꽤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러나 그에 너무 못미치는 결과물이라 실망이 컸다. 기본적으로 2시간 20분이나 끌만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초반부터 확연히 나뉘어진 선악 구도, 역할이 정해진 캐릭터들, 예측 가능하고 늘어지는 이야기 전개 때문에 무척이나 지루했다.
이번 영화는 전형적인 영웅담이라기보다는 시저와 그 동료 유인원 사회를 통해 인간 사회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는 일종의 우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나름대로의 의미는 있겠지만, 확실히 이야기로서의 재미는 덜했고 계속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구석이 많았다. 그만큼 이야기 구성이 작위적이었다는 얘기다. 어떻게든 갈등을 만들어 내려는 과정에서 시저는 일종의 민폐 캐릭터로 전락한다.
제일 거슬렸던 것은 악을 타자화 하는 시선이다. ‘나는 선한 의지를 갖고 있는데, 나쁜 놈들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식의 태도 말이다. 이건 참 속편한 소리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하고, 부지불식간에도 남에게 크든 작든 피해를 주며 살아가는 존재다. 누구든 세상의 어떤 악이나 불행에 자기 지분 하나씩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안 그런 사람은 없다. 따라서 남을 비난하고 적으로 몰아붙이기 전에 스스로를, 혹은 자기 편이라고 굳게 믿었던 사람들을 한 번 더 돌아보는 것이 언제나 필요하다. 우리의 약점과 결함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새로운 통찰력과 지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 시저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예측 가능한 위험을 충분히 대비하지 않고 있다가 수많은 유인원과 인간을 희생시킨 후에야 정신을 차리게 된다. 그런데 이 반성의 내용이라는 것이 고작 ‘인간이든 유인원이든 어디에나 악한 자는 있기 마련’ 이라는 게 문제다. 애초부터 가장 큰 걸림돌이자 반대자였던 코바를 적절하게 다루지 못해 큰 희생을 치렀음에도, 여전히 명민하고 카리스마 있는 척한다는 것도 이상하고.
전편에서는 시저가 겪는 갈등과 각성의 내용은 이것과 차원이 달랐다. 그는 자신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아버지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던 윌(제임스 프랑코)이 실은 자신의 비극적 운명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것, 어떤 상황에서는 그도 별 수 없는 인간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이 깨달음은 시저 자신과 유인원들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 놓는, 말 그대로 드라마틱한 전환을 만들어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