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9. 개봉
이란성 쌍둥이 같은 영화 그을린 사랑과 프리즈너스로 국내 관객에게 이름을 알린 드니 빌뇌브의 신작. 그의 영화를 보면서 소설로 푸는 게 더 쉬울 법한 아이템을 신기하게 영화로 잘 만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들고 왔다. 그가 선택한 소설은 [눈먼자들의 도시]로 유명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도플갱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좀 심심했다. 캐릭터의 감정선을 집요하게 뒤쫓는 스타일의 감독이라, 주인공의 미션이 보편적이며 강력한 것이어야 이야기에 빨려들어 갈 수가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자신의 도플갱어를 찾아내고 그의 삶을 엿보는 정도의 미션이 주어지기 때문에 영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전작인 [그을린 사랑]의 존재조차 몰랐던 생부와 형제들을 찾는 것이나, [프리즈너스]의 유괴당한 아이의 행방을 찾는 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지적 호기심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이나 상대의 여자에 대한 동물적 욕구를 좀 더 강조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럼에도 [프리즈너스]에 이어 감독과 두 번째 인연을 맺은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는 꽤 좋은 편이다. 두 존재를 오가며, 혹은 두 존재 사이의 어느 지점에 머물면서 감정의 진폭을 섬세하게 잘 표현하였다. 덥수룩한 수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