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소사이어티 Café Societ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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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14. 개봉

인간의 삶은 서로 대립하는 두 가지 것 중 하나를 선택하는 행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매순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고, 하나를 선택하고 나면 곧바로 이어지는 또 다른 선택지를 받아 들지요. 밥 먹는 일 하나만 봐도, 우선 밥을 먹을지 말지 결정해야 하고, 먹기로 했다면 무엇을 먹을지, 어디서 누구와 먹을지를 연속적으로 선택하는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사고 과정을 모사하는 방식도 여기에 착안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사고 과정을 전기 자극의 유무, 즉 1과 0 중 하나를 선택하는 단순한 과정의 조합으로 바꾸어서 빠르게 계산하는 것이 디지털 기술의 본질이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문제가 생겼을 때, 특정 순간에 했던 선택을 떠올리며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때 다른 선택을 했어야 했다며 후회하고 아쉬워하기도 하지요. 이런 식으로 문제의 원인이 과거의 잘못된 결정 때문이라고 떠넘기면서 정신적 위안을 얻는 것은 일종의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디 앨런의 신작 <카페 소사이어티>는 바로 이런 인간의 심리에 주목합니다.

뉴욕에 사는 유태인 청년 바비(제시 아이젠버그)는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보기로 마음 먹고, 유명 에이전트인 외삼촌 필(스티브 카렐)을 무작정 찾아 갑니다. 필의 비서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도움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기 시작한 바비는, 곧 그녀의 매력에 빠져듭니다. 보니도 바비의 다정함에 점차 끌리게 되지만, 공교롭게도 그녀에겐 이미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유부남이기도 한 그녀의 남친은 바로 바비의 외삼촌 필입니다.

우디 앨런의 영화에서 남녀간의 사랑 문제와 삼각 관계는 아주 빈번히 등장하는 이야깃거리입니다. 영화 작가로서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애니 홀>(1977)과 <맨하탄>(1979) 이후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반복적으로 다뤄 왔지요. 하지만 이 영화는 그의 다른 영화들과는 결이 좀 다릅니다.

보통 일반적인 우디 앨런 영화에서는, 대부분의 멜로 영화들처럼 주인공이 결말부에서 하는 선택을 합리화하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행복한 사랑을 찾든, 아니면 관계의 파탄을 선언하든 그것이 필요불가결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데 신경을 쓰죠. 그러다 보니 선택받지 못한 인연에 대해서는 그 가치를 평가절하 하거나 저주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는 그런 과정을 보여주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내레이션으로 과정을 생략해 가면서, 인물들이 하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들을 앞당겨 극 중반부에 배치합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그 선택이 남긴 후회와 미련, 부작용 등을 반추하는데 사용하지요. 이 과정에서 인물들은 자신이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을 공평하게 저울질해 볼 기회를 갖습니다.

선택을 재검토하는 일은, 미래가 불확실한 바비 대신 이미 성공한 필을 선택한 보니의 결정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서브 플롯을 구성하는 바비와 그의 형제들의 선택 또한 숙고의 대상이 됩니다. 할리우드 대신 뉴욕에서의 삶을 선택한 바비, 어릴 적부터 일찌감치 갱스터로 살려고 마음먹은 바비의 형 벤, 이성적인 대학 교수 부인이라는 것에 만족하다가도 남편의 유약함에 진저리를 치는 바비의 누나 이블린의 이야기가 그런 것들이지요.

바비 역을 맡은 제시 아이젠버그는 젊은 날의 우디 앨런을 의식한 듯 연기하는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난처한 상황에 빠져 당황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는 특유의 매력을 아주 잘 발휘하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마스크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크리스틴 스튜어트 역시, 속을 알 듯 말 듯한 표정 연기로 보니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잘 표현하는 편입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전성기를 함께 했고, 코폴라의 걸작 <지옥의 묵시록>을 찍은 촬영감독 비토리오 스토라로가 만들어낸 화면은, 분위기를 창조하고 주제를 강화하는데 큰 몫을 합니다. 드라마틱한 콘트라스트를 표현하기 위해 시각적으로 세심하게 고안돼 있어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인물들의 상황을 효과적으로 강조해 주지요.

이 영화는 감독이 자신의 영화 인생을 뒤돌아 본 일종의 회고록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남녀 간의 애정 문제와 엇갈리는 마음들, 열등감, 폭력을 휘두르고 싶은 유혹과 죄의식, 억압적인 어머니, 성공에 대한 갈망, 위선과 겉치레에 빠지기 쉬운 인간의 나약함 등 그동안 탐구했던 주제들이 총망라되어 있거든요.

이렇게 과거를 돌아보면서도 감독은 시종일관 후회나 조바심 같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주요 캐릭터들은 자신의 선택이 초래한 결과를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아무리 과거의 선택들을 돌이켜 생각해 본들 그 결과를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만약 시간을 되돌려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우리 삶이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보장도 없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현재의 문제를 보다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거나, 과거의 실수와 실패를 교훈 삼아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것 뿐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삶은 보다 풍부해집니다.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음미되지 않은 삶은 삶이 아니다’ 라는 인용구의 의미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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