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7_P.png

2016. 9. 14. 개봉

서부극은 할리우드 상업 영화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장르입니다. 상업적 내러티브를 가진 최초의 무성 영화인 <대열차 강도>(1903)부터가 일종의 서부극이었으니까요. 이후 일련의 발전 과정을 거치며 문명과 야만, 선과 악의 대립 등의 갈등 구도를 설정하고 그 경계를 넘나들며 서부의 역사, 인간 군상들이 빚는 갈등, 남녀간의 사랑, 코미디, 서스펜스와 스릴이 넘치는 액션 등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장르가 되었죠. 이렇듯 서부극은 상업 영화의 여러가지 기본적인 문법들을 창안하고 실험할 수 있는 장이었습니다.

서부극이라는 큰 나무가 드리운 그늘은 요즘 영화들에도 닿아 있습니다. 영웅적인 주인공을 등장하는 대부분의 액션이나 범죄물은 시대 배경을 옮기고 주인공들에게 적절한 의상과 리볼버 권총만 쥐어주면 그대로 서부극으로 바꿀 수 있지요. 비현실적인 초능력을 지닌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때 잘 나갔지만 몰락한 영웅이 등장하는 성장 드라마, 스포츠 영화, 멜로 영화들은 또 어떻고요.

이 영화 <매그니피센트 7>은 유명 서부극 <황야의 7인>을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황야의 7인> 역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모태로 한 영화이니, 리메이크의 리메이크라 할 수 있겠지요. 위기에 처한 마을을 구하기 위해 일곱 명의 총잡이가 모여 마을을 노리는 무리들과 싸움을 벌인다는 기본 줄거리는 그대로 이어 받았습니다.

그러나 다국적 캐릭터들의 개성을 보여 주는 초반부와 화려한 액션 장면이 돋보이는 후반부가 눈에 띌 뿐, 극의 중간 단계를 채워 줘야 할 주인공 캐릭터들 간의 드라마나, 싸움을 준비하면서 주민들과 겪을 법한 흥미진진한 우여곡절의 과정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2시간이 좀 넘는 상영시간 동안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전작과는 달리 일곱 명의 전사들과 마을 사람들 간에 가치관이나 이해가 전혀 상충되지 않는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정착보다는 떠돌아 다니는 것이 익숙한 주인공들과, 자기 땅을 가지고 농사 짓는 사람들 사이에는 분명한 시각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에 별 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탓이지요.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그저 엑스트라 수준에 가깝게 평면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들 중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목소리는 도입부에서 잠깐 소개될 뿐 영화가 끝날 때까지 완전히 묵살됩니다. 그저 영화가 끝날 때까지 7인의 액션 영웅들의 수족 노릇을 하며 전투에 투입되고, 그 결과 죽거나 다치지 않으면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그들의 역할일 뿐입니다.

이렇게 선과 악의 단순한 이분법 구도를 유지한 채 일곱 명의 캐릭터가 가진 매력만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면, 마을로 입성하는 장면을 뒤로 좀 더 미루더라도 멤버를 모으는 과정에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생전 처음 만난 이들 사이에 있을 법한 갈등이 일련의 에피소드를 겪으며 단단한 동지애로 발전되는 과정을 보여 주거나, 인물의 내면이나 과거사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에피소드를 넣어 주는 식으로 말이죠. 다양한 인종 구성의 연합군을 만들어 놓고도 그들의 캐릭터를 보다 잘 활용하지 못한 것이 참 아쉽습니다.

서부극을 특징 짓는 요소이자, 흥미로운 지점은 여러가지 이원적 대립이 자연스럽게 중첩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선과 악의 대립만 존재하는 것 같지만, 그 역시 여러가지 대립 구도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잘 만들어진 서부극 한 편에는 이주민과 인디언, 정착민과 카우보이, 농경과 목축, 청교도적 윤리와 무뢰한의 가치, 공동체와 개인, 남성과 여성, 과거와 미래 사이의 갈등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서부극의 주인공들은 그 경계를 넘나들면서 갈등을 일으키고 해소하는 과정을 겪게 되는 거죠.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 영화 <매그니피센트 7>은 유명 서부극을 리메이크한 영화이지만 서부극이라는 장르가 지닌 매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부라는 시,공간이 가진 다채로운 가능성을 뒤로 한 채, 그저 배경만 서부로 바꾼 일종의 케이퍼 액션 영화라고 보면 딱 맞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