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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29. 개봉

아카데미를 비롯한 주요 시상식에서 줄리앤 무어의 연기만 상찬을 받았을 뿐, 다른 부문에서 딱히 주목받지 못한 것이 이 영화 선택을 할 때 제일 걸리는 부분이었습니다. 실제로도, 줄리앤 무어의 안정된 연기는 볼 만했지만 그것이 영화의 아쉬움을 덮을 정도는 아니었지요.

이런 설정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결국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주인공이 겪는 고통과 비극을 지켜 보면서 느끼는 숭고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쉽게도 최악의 상황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자존감은 유지한 상태에서 천천히 생의 불꽃이 사그라드는 정도이니까요. 이렇듯 주인공이 충분히 비참한 지경에 빠지지 않는 비극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극적 효과보다는 오히려 알츠하이머라는 질병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여러 정보를 알려주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알츠하이머보다는 차라리 암에 걸리는 게 낫다는 극중 주인공의 대사는 이 영화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그것이 틀린 말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거든요. 병이 진행되었을 때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알츠하이머가 오히려 암에 비하면 행복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정신이 말짱한 상태에서 육체적 고통은 물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것을 고스란히 경험해야 하는 암환자의 경우가 훨씬 고통스러울 수 있거든요. 불치병 때문에 죽어가는 환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에 관해서만큼은 우리 영화 화장이 이 영화보다 훨씬 더 성숙하고 깊이 있는 접근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