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3. 개봉
소설 원작을 영화로 옮길 때 가장 중요하고 고민되는 지점은 인물의 심리 묘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매체의 특성상 영화는 배경 묘사, 인물이 겪는 사건, 새롭게 제시되는 비밀이나 사상 같은 것은 소설과 대등한 정도로 표현할 수 있지만, 인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갖는지를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다. 주로 영화화되는 소설 원작의 장르가 판타지나 SF, 사회물, 미스테리 스릴러인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 – 김려령의 [우아한 거짓말] – 은 인물의 감정에 강점이 있는 작품이다. 딸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 동생을 잃은 언니의 슬픔을 절절하고 생생하게 보여 주어 독자를 눈물짓게 만든다. 반면, 사건의 여파나 진상을 제시하는 이야기 구성은 약하고 모호한 부분이 많다. 그래서 영화화하기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고, 또 한편으로는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영화가 시작했을 때, 전반부를 너무 심심하게 푸는 것이 좀 걱정되었다. 원작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을 저렇게 다루고 넘어가도 괜찮나?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그러나 중반을 넘어서면 훨씬 나아진다. 원작이 뭉텅이로 보여 주는 감정을, 전형적인 드라마 구조에 실어 서서히 끌어 올리다가 부드럽게 해소한다. 그 덕분에 보는 사람은 충분히 여운을 갖고 극장을 나설 수 있었다. 소설과 영화가 따로 따로는 완벽하지 않지만, 둘을 같이 읽고 보면 일종의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는 흔치 않은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흥행에 대해서는 섣불리 예측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오늘 – 3월 20일 – 부터 2주차를 맞이하는 이 영화는 할리우드 대작 노아의 압도적인 예매율 때문에 흥행에 불이익을 받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실 3월에 개봉하는 할리우드 액션물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 편인데다, 아이템 자체도 끌리는 것이 아니라서 노아의 흥행이 미지수라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두 영화는 배급사까지 CJ 엔터테인먼트로 같기 때문에 배급의 지원을 받기도 힘든 실정이다.
이 영화의 배우들 중에서는 김유정과 유아인을 손꼽고 싶다. 김유정은 쉽게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나이답지 않은 섬세하게 표현하여 영화 전반부의 활력소가 된다. 16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잘 크면 누구보다 다양한 캐릭터 연기가 가능한,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유아인은 자칫 현실감 없고 상투적이고 말았을 캐릭터를 맡았음에도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로 현실감을 불어 넣는다. 또한 이 영화의 각색 방향을 상징하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역할이기 때문에, 그의 좋은 연기가 더욱 든든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