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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분량: 총 8화 + 1화 (401분 + 32분)
프로그램 링크: https://www.netflix.com/title/80201728

미국 뉴욕의 최고 부촌인 맨해튼 어퍼이스트빌리지에 자리잡은 레녹스힐 병원은 원래 산부인과로 유명한 곳입니다. 비욘세 같은 유명 인사들이 출산했던 병원이죠. 또한 비교적 최근에 새로 개설한 이곳의 신경외과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곳이 되었습니다. <레녹스힐 닥터스>는 이 병원의 신경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실 의사 4명의 하루하루를 담은 다큐멘터리 시리즈입니다. 신경외과를 이끄는 과장과 부과장, 자신도 임신한 산모인 산부인과 레지던트 4년차, 임신한 몸으로 그리니치빌리지에 위치한 응급실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응급의학과 의사 등이 주인공이죠.

이 시리즈가 의사가 나오는 다른 다큐멘터리나 드라마와 구별되는 지점은 의사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의사의 모습은 인술을 펼치는 헌신적인 의사 아니면, 특권 의식에 찌들어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의사, 돈만 밝히는 의사 등으로 유형화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묘사하는 이면에 숨겨진 전제는 의사라는 직업을 다른 직업과 다른 특별한 무엇으로 본다는 겁니다.

이에 비하면 <레녹스힐 닥터스>에 나오는 의사들은 그냥 직업이 의사인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자기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일에 대한 회의가 몰려와 고민하기도 하고, 일이 잘될 때는 아이처럼 좋아하며, 직접 환자가 되어 고통을 감수하는 모습 등이 가감없이 보여집니다.

저는 평소 의사라는 직업군에 대해서 양가 감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아플 때 병원에 가서 잘 치료받으면 고맙게 여기다가도, 말 한 마디 잘못 받아들이면 의사들이 특권 의식을 드러내는 거 같아 기분이 나빠지곤 했죠. 국내에서는 이미 초고소득층임에도 불구하고 의료 수가 낮다며 불평하고, 의사가 엄청난 돈을 버는 미국 의료 체계를 부러워하는 의사들이 너무나 많은 것도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작업하면서 의사들이 병원 밖에서 하는 헛소리와 그들의 직업 정신에서 나온 말들을 좀 구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젠 병원에 치료받으러 가도 의사들이 조언과 배려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더군요. 결국 이들도 직업인으로서 자기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여러모로 관계가 편안해졌습니다.

죽음의 위험이 도사린 신경외과의 뇌종양 수술과 새롭게 생명이 탄생하는 산부인과의 출산 장면이 날카로운 대비를 이루게 하여,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여하는 의사라는 직업의 본질을 제대로 부각시킨 구성이 돋보이는 편입니다. 간간이 나오는 맨해튼의 풍광, 핼러윈과 프라이드 행진 같은 요소들을 통해 뉴욕이란 도시의 매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원래 8부작이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의 대응을 담은 스페셜 에피소드 1편을 더해 총 9편을 작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