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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분량: 92분
프로그램 링크: https://www.netflix.com/title/80239482

도심의 높은 건물들 사이에 있는 윌러비 저택에는 오랜 전통을 지닌 윌러비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족의 부모는 자기들끼리만 너무 사랑해서 어린 4남매를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기본적인 의식주도 챙겨주지 못할 정도죠. 이에 윌러비 아이들은 ‘무자비한’ 계획을 세웁니다. 부모님이 아주 위험한 모험 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거죠. 부모님이 여행에서 돌아가시면 자기들은 고아가 되고, 드디어 자유를 얻을 테니까요.

<윌러비 가족>은 넷플릭스가 내놓은 또 하나의 수작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올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거둔 <클라우스>(2019)를 잇는 가족물이죠. <클라우스>와 마찬가지로 뭉클한 감동과 선명한 주제 의식이 돋보입니다. 이외에도 기존의 가족 영화와 다른 소재 접근 방식이나 작화 스타일 등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요. 더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어쩌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의 지향점이 어디 있는지 엿볼 수도 있을 거 같네요.

국내 정상급 성우들이 참여한 더빙판이 재미와 퀄리티가 높아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제가 작업한 자막판의 목소리 연기를 한 외국 연기자들도 아주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내레이터 역할을 하는 고양이 역의 리키 저베이스나 보모 역의 마야 루돌프, 제인 역을 맡은 가수 알레시아 카라 등이 인상 깊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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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원작은 <별을 헤아리며>, <기억전달자>로 뉴베리상을 2회 수상한 유명 작가 로이스 로리의 <무자비한 윌러비 가족>(The Willoughbys)입니다. 이번 작업을 하기로 결정한 직후에 저도 사서 읽어 보았는데, 약간 로알드 달 풍의 블랙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이들한테도 읽혔는데 아주 좋아하더군요. 애니메이션 쪽이 더 활기차고 화려한 편인데, 각색 과정에서 원작의 기본 설정과 캐릭터, 주제 의식을 오롯이 잘 유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