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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홍콩에서는 범죄인 인도 법안(이하 송환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2주 전 주말 100만 명의 홍콩 시민이 이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고, 지난 주말에는 집회 참가 인원이 200만 명으로 불어났습니다. 결국 홍콩 행정부는 이 법안의 제정을 보류했지만 여전히 홍콩 시민들은 법안의 완전한 철폐와 행정 장관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집회는 지난 2014년, 중국이 내놓은 행정 장관 선거제도에 반대하며 ‘행정 장관(홍콩 행정부의 수반)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 동안 홍콩의 주요 지역을 점거했던 ‘우산 혁명’을 연상시킵니다. 넷플릭스의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은 17세의 나이로 우산 혁명을 주도했던 조슈아 웡과 그의 동지들에 관한 다큐입니다.

14세 소년, 제국과 맞서다

이들은 불과 14세 때 2011년에 ‘학민사조’라는 청소년 사회 운동 단체를 만들어 활동했습니다. 그 계기는 홍콩 행정부가 2012년 교육 과정에 국민 교육이란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었죠. 처음에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았던 이들의 노력은 결국 15만 명이 모이는 집회로 이어졌고, 홍콩 행정부는 필수 과목 지정 계획을 철회하기에 이릅니다.

이때의 경험은 2014년 후에 ‘우산 혁명’이란 이름이 붙여진. ‘센트럴을 점령하라’라는 집회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 집회는 중국 정부의 추천을 받은 2~3인의 후보를 놓고 선거를 치르겠다는 발상에 반대하여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는 것이었죠. 우산 혁명은 결국 어떤 구체적인 결실을 보지는 못하고 미완으로 끝났지만, ‘학민사조’의 발전적 해체와 ‘데모시스토’라는 정당 결성을 통해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다큐에 나오는 홍콩 사람들의 집회 수준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집회 경험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군부 독재 기간이 길었고 민주화 투쟁의 역사가 훨씬 긴 우리나라와는 아무래도 비교하기가 힘듭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이후로만 좁혀 봐도 그렇죠. 홍콩보다는 우리나라에 훨씬 더 다양한 이슈가 있었고, 정권의 차원 억압과 방해 공작이 또한 극심했으니까요.

그러나 조슈아 웡과 그의 동지들을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이상적인 목표를 꿈꾸면서도 그에 걸맞은 현실적인 판단과 행동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집회나 사회 운동이 현실에서 구체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 많이 봤습니다. 또 운동 세력들이 제도권 정치로 들어온다 하더라도 대중의 의식과 동떨어진 목표를 제시하거나 현실적인 일처리 능력이 없는 탓에 실망을 안길 때가 많았죠

조슈아 웡과 동지들의 정당 ‘데모시스토’는 정치적으로 중도 세력임을 표방하고 홍콩인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만한, ‘홍콩의 미래는 홍콩인이 정한다’라는 모토를 내세우면서 2016년 홍콩 입법원 선거에서 사상 최연소 당선자를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자신들의 이상과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고 그것을 위해 수년간 한결같이 노력해온 삶이 보상을 받은 것이죠.

평소엔 별일 안 하다가 선거 때가 되면 청년 후보임을 자처하는 사람, 일반 대중에게 반향을 일으키기 어려운 이상적인 얘기만 늘어놓는 사람, 젊지만 청년다운 이상도 패기도 없이 기성 정치인 이상의 구태를 보이는 사람이 차고 넘치는 한국의 청년 정치인들과는 정말 대비되는 지점입니다.

과정으로서의 민주주의

우산 혁명은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나라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연상시킵니다. 구체적인 결과물로 확실하게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전까지와는 달리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축제 같은 집회 문화로 시민운동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당시의 경험이 촛불 혁명으로 박근혜 탄핵을 이끌어낸 밑거름이 되었고, 홍콩에서는 우산 혁명의 경험은 지금의 송환법 정국에 200만 명이 동참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홍콩의 경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는 역시 과정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사회 운동이나 집회에 참여하다 보면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지칠 때가 있습니다. 집회를 아무리 나간다고 해도 바뀌지 않는 것들이 태반입니다. 그러나 시간 범위를 넓혀 10년, 20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을 두고 보면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변화가 우리 곁에 찾아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죠.

비록 홍콩의 2014년 우산 혁명이 구체적인 결실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때의 경험은 올해의 송환법 반대 집회로 이어지는 밀알이 되었습니다. 이번 집회 역시 송환법 제정 연기라는 소기의 성과는 거두었지만 법안의 완전 철폐와 행정 장관 퇴진이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떻습니까? 홍콩 시민에게는 앞으로도 기회가 많습니다. 일단 내년에 있을 홍콩 입법원 선거에서 제도의 불리함을 딛고 친중파 대신 민주파의 과반 의석 확보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처럼 문제가 되는 법안 제정을 막을 수 있겠죠.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더라도 이번 송환법처럼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려는 시도에 대해 더욱 단호히 저항할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홍콩 시민들의 민주주의를 위한 여정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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