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넷플릭스 추천작 5편

올해에도 어김없이 설 명절이 돌아왔습니다. 이번 설날 역시 주말 포함 5일 연휴가 돼서 일정에 쫓기지 않고 여유 있게 시간 계획을 짤 수 있게 됐죠. 하지만 그만큼 애매하게 남는 자투리 시간도 많아졌습니다. 극장 나들이를 하기에는 시간도 애매하고 몸도 피곤할 때, 간단하게 넷플릭스에 접속해 보는 건 어떨까요? 보다가 재미없으면 바로 끊고 다른 걸 보면 됩니다. 어쩌다 자기 취향에 맞는 게 걸리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수도 있죠. 이번 연휴에 볼 만한 넷플릭스 신작 프로그램 5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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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LIX

[하나] 코민스키 메소드 (The Kominsky Method)

샌디 코민스키(마이클 더글러스)는 할리우드의 배우지만, 나이를 많이 먹은 지금은 작품 출연보다는 연기 강습으로 먹고사는 형편입니다. 그의 일상은 수십 년 지기 친구이자 에이전트인 노먼(앨런 아킨), 연기 학교의 궂은일을 맡아 해결하는 딸 민디(세라 베이커), 어쩌다 사귀게 된 중년의 연기 학교 학생 리사(낸시 트래비스)와 엮여 돌아갑니다. 보기보다 소심하고 늘 남의 눈을 의식하는 샌디의 하루는 늘 크고 작은 소동이 잇따르죠.

<코민스키 메소드>는 유명 미국 드라마 <빅뱅 이론>의 크리에이터인 척 로리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새롭게 선보인 작품입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다다른 할리우드 퇴물 배우의 삶이 뭐 그렇게 재미날까 싶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우정, 새로운 사랑,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쉽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시리즈 전반에 흐르는 풍자적인 유머 감각이 돋보이고, 연기 교실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통해 짧게나마 진지한 이슈를 예리하게 짚어내는 명민함이 인상적입니다. 마이클 더글러스는 이 작품으로 올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뮤지컬/코미디 부문 주연상을 받았습니다.

[둘] 엘런 디제너러스: 공감 능력자 (Ellen DeGeneres: Relatable)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엘런 디제너러스 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광범위한 호소력을 뽐내는 최정상의 코미디언 엘런 디제너러스. 그녀가 15년 만에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선보입니다. 15년 전과 모든 것이 달라진 지금, 엘런은 과연 요즘 일반 관객들과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또 여전히 큰 웃음을 선사하는 데 성공할까요?

미국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는 매우 대중적인 장르입니다. 도시 어디에나 코미디 클럽이 있고, 거기에서 수많은 코미디언이 공연하고 있죠. 여러 코미디언이 스탠드업 코미디부터 시작해 정상에 올랐습니다. 엘런 디제너러스도 뮤지컬과 연극배우로 경력을 시작했지만 스탠드업 코미디를 통해 빛을 보게 된 경우죠. 전국 단위 TV방송의 최고 인기 쇼 진행자로서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닌데, 코미디 공연으로서의 재미도 아주 뛰어납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스탠드업 코미디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축에 속하죠. 손짓 하나, 몸짓 하나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엘런의 능력에 탄복하게 되는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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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Sex Education)

고등학생 오티스(에이사 버터필드)는 섹스 상담사인 어머니 진(질리언 앤더슨)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섹스에 관해서는 언제나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누구에게나 조언을 서슴지 않는 어머니와 살다 보니 알게 모르게 성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실제 학교생활에서 오티스는 존재감이 전혀 없는 학생입니다. 당연히 섹스해본 적도 없고요. 짝사랑하는 여학생 메이브(에마 맥키)는 자기와 너무 정반대인 아이라 가까워질 기회조차 없죠. 그러던 어느 날 오티스는 우연히 메이브 앞에서 자신의 출중한 지식을 선보이게 되고, 메이브로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섹스 상담 사업을 펼치자는 제안을 받습니다.

영미권 청소년 성장물에서 섹스는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하지만, 섹스에 대한 청소년의 집착과 욕망을 어느 정도 희화화하면서 성숙하고 건전한 결말을 내는 경우가 보통이죠. 그 밑바탕엔 나이를 막론하고 섹스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금기시하는 태도가 깔려 있습니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그런 틀에서 벗어나 섹스는 나이와 성적 지향성을 막론하고 자유롭게 관심을 가져도 되는 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노출 수위가 높은 편이지만, 인물을 성적으로 대상화하지 않고 생활의 일부처럼 다루기 때문에 기분이 더러워지는 일은 없습니다. 성장물 특유의 주제들을 골고루 잘 다룬 각본이 인상적입니다.

[넷] 하산 미나즈 쇼: 이런 앵글(Patriot Act with Hasan Minhaj)

넷플릭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은 인도계 미국인 코미디언 하산 미나즈가 선보인 새로운 형식의 시사 코미디입니다. 인종 차별, 인터넷 쇼핑 중독, 이민 문제 등 당대 미국의 정치적 이슈를 하나하나 꼼꼼하고 집요하게 짚어내죠. 무슬림계 인도인으로서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이슈의 이면을 기발한 비유와 풍자를 동원하여 알기 쉽게 보여 줍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대부분 언론이 생산하는 뉴스는 국민의 신뢰부터 회복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공정 보도는 고사하고 아예 팩트 자체가 틀린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언론 보도만 봐서는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을 정도죠. 국내 소식만 해도 이런데,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외국 소식은 더 말할 것도 없는 수준입니다. <하산 미나즈 쇼: 이런 앵글>은 비록 코미디쇼지만, 한국의 어떤 언론 매체보다도 미국의 시사 문제를 정확하게 알려 줍니다. 팩트를 기반으로, 문제를 다각도로 살펴보는 하산 미나즈의 접근 방식은 시사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다룬 ‘사우디’ 편은 사우디 정부의 항의로 현지 넷플릭스에서 서비스가 중단되는 촌극을 빚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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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죽어도 선덜랜드(Sunderland ‘Til I Die)

잉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십(2부 리그) 축구팀 선덜랜드 AFC에는 2017-18시즌을 앞두고 비장한 기운이 감돕니다. 바로 직전 시즌에서 10년 만에 2부 리그로 강등됐기 때문입니다. 프리미어리그에 남는 것과 챔피언십으로 떨어지는 것은 중계권료 등의 수입 면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강등은 구단의 미래가 흔들릴 수 있는 큰일이죠. 게다가 이 클럽의 연고지 선덜랜드는 주민 대부분이 조선소나 광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과 직간접으로 관련 있는 도시로서, 축구팀에 대한 애정이 엄청난 곳입니다. 주민 모두의 염원을 담아 챔피언십 경기에 나서는 선덜랜드 AFC, 과연 승격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요?

스포츠 다큐멘터리는 흔히 성공한 인물이나 팀을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관심은 승자를 향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나 스포츠가 만들어 내는 드라마는 승부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죽어도 선덜랜드>의 장점은 최종 순위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집중하면서 프로 스포츠의 근간인 열정적인 팬덤에도 주목한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이 잉글랜드 2부 리그 축팀의 이야기는 종목을 초월한 보편성을 갖게 됐습니다. 매년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함께 시즌을 준비하고, 난관이 닥쳤을 때 해법을 고민하며, 최종 성적을 받아들이기까지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한 스포츠 팬이라면 꼭 한 번 봐둘 만한 다큐멘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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