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스크래퍼 Skyscrap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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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I 코리아

드웨인 존슨은 미국에서 링네임 ‘더 락’으로 더 유명한 프로레슬러 출신 배우입니다. <미이라 2>(2001)의 악역 스콜피온 킹으로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로 팬들과 만났습니다. 프로레슬링계에서는 이미 역사에 남을 정상급 선수가 된 지 오래이지만, 단독 주연으로 흥행이 가능한 스타급 액션 영화배우로 완전히 자리 잡게 된 것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참여한 2010년대 이후부터입니다.

<스카이스크래퍼>는 <쥬만지: 새로운 세계>와 <램페이지>에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소개되는 드웨인 존슨 출연작입니다. 전직 FBI 인질 구출 요원인 윌 소여(드웨인 존슨)는 홍콩에 있는 세계 최고층 빌딩 ‘펄’의 보안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200층이 넘는 이 건물 저층부는 상업 시설로 이미 영업 중인데, 윌은 나머지 고층부 주거 시설 개장을 앞두고 최종 점검을 위해 홍콩으로 왔습니다. 건물주 회장(친 한)의 배려로 가족과 함께 ‘펄’의 주거용 공간에서 잠시 지내게 됐죠.

그런데,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나타나 윌을 함정에 빠뜨리고, ‘펄’에 불을 지르는 테러를 감행합니다. 건물 안에 있던 윌의 아내 사라(니브 캠벨)와 아이들은 고층 빌딩에 갇혀 사투를 벌이죠. 빌딩과 멀리 떨어져 고립된 윌은 이제 대피 명령이 떨어진 건물 속으로 들어가 테러범의 위협 앞에서 가족을 구해야 합니다.

의심 불식한 액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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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I 코리아

이 영화를 선뜻 보러 갈 수 없었던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드웨인 존슨이 아직은 믿고 볼 만한 배우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액션 장면을 소화할 수 있는 관록이 있지만, 여전히 대사 처리나 감정 연기가 썩 부드럽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개봉한 <램페이지>가 좋은 예입니다. 초반의 흰 고릴라와 교감을 나누는 장면만 괜찮았지, 나머지 부분은 어색할 때가 많아서 차라리 괴수들의 액션 장면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다른 하나는 이른바 ‘할리우드의 중국화’ 논란입니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 제작에 중국 자본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영화 역시 중국의 완다 그룹이 인수한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의 작품이죠. 중국 투자 영화는 보통 중국계 조단역 배우들이 등장하고, 지리적 배경이나 문화적인 요소가 중국어권 관객에게 익숙한 쪽으로 설정됩니다. 최근 개봉한 <퍼시픽 림: 업라이징>이나 <툼 레이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드웨인 존슨의 액션을 잘 보여주는 데 집중하면서 그런 우려를 모두 불식합니다. ‘불타는 고층 빌딩에서 벌이는 한 가족의 사투’라는 중심 사건 외에 영화의 다른 요소들은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또한 아내 사라 역할을 적절하게 키워서 윌이 책임져야 할 부분을 줄인 것도 효과를 봤습니다. 영화 속 상황에 대한 개연성이나 악역 캐릭터의 설득력이 좀 떨어지기는 해도, 주연 배우의 연기를 아쉬워하거나 영화에 들어간 ‘중국 터치’에 신경 쓰지 않고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액션 장면도 괜찮은 편입니다. 비록 이런 유의 재난 영화라면 응당 있을 법한 장면들로 채워져 있지만, 어떻게든 새로운 것을 보여 주려고 노력한 부분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몇 가지 초반 설정을 잘 활용한 장면이나, 드웨인 존슨의 완력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인상적입니다. 전체적으로 후덥지근한 날씨에 시원한 극장을 찾아 아무 부담 없이 보고 나오기에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감독 로슨 마샬 터버는 특이한 코미디 <피구의 제왕>(2004)으로 데뷔했습니다. 이미 드웨인 존슨과는 코믹 액션물 <센트럴 인텔리전스>(2016)에서 함께 했죠. 독특한 아이디어로 아기자기한 장면을 잘 만드는 게 장점인데, 드웨인 존슨의 선 굵은 연기와 제법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드웨인 존슨의 차기작 <Red Notice>에서도 감독을 맡을 예정입니다.

방향은 맞게 잡은 중국의 도전, 한국 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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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I 코리아

장르 영화의 산업적 가치는 분명합니다. 관객의 문화적 배경이나 취향과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공식과도 같은 표준화된 이야기는 뻔해 보여도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합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지배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8, 90년대를 주도한 것 역시 장르 영화였습니다. 미국 문화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어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관객층을 넓히기도 쉬웠죠.

따라서 중국이 막대한 자본과 영화 시장을 앞세워 할리우드에 직접 투자를 하고, 여러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만드는 데 참여하는 것은 아주 효과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장르 영화 제작의 노하우를 배울 수도 있고, 중국 문화를 전파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아직은 어색한 점이 많지만, 몇 년만 지나면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 영화계도 20년 전 멀티플렉스가 도입되던 때를 전후해서 산업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대기업 자본이 도입되면서 이전의 관행을 뛰어넘어 합리적인 제작 여건이 마련되었죠. 그러나 전반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거나 확보하는 것보다, 비약적으로 늘어난 스크린 수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얻는 데에만 신경 쓰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그중 하나입니다. 영화를 아주 잘 만들지 않아도 스크린 수만 충분히 잡아 주면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국 영화의 질적 성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최근 들어 국내 스크린 수가 포화 상태에 다다르자 대기업 자본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세안 국가들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할리우드와 합작 영화를 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도 있듯이,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 자본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극장 입장료를 올릴 타이밍을 재기보다는, 더욱 적극적인 콘텐츠 개발과 세계 시장 진출을 통해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키워 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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