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았다 Jusqu’à la gard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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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씨네마(주)

2018. 6. 21. 개봉

*주의!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혼을 앞둔 부부에게 양육권은 재산 분할과 더불어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재산 분할이 갈라선 이후의 금전적 이득이라는 실질적인 문제와 관련 있다면, 양육권은 부부 중 어느 쪽이 도덕적 정당성을 갖느냐는 명분의 문제라고 할 수 있죠. 아이가 누구와 살고 싶어 하고 누구와 살기 싫어하느냐는 흔히 파탄 난 결혼 생활의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를 가리는 데 좋은 기준이 되곤 하니까요.

<아직 끝나지 않았다>에 나오는 11살 소년 줄리앙의 부모 미리암과 앙투안의 쟁점 역시 겉으로 보기에는 양육권 문제인 것만 같습니다. 도입부의 가정법원에서는 노골적인 표현으로 아버지를 보고 싶지 않다고 단언하는 줄리앙의 편지가 낭독됩니다. 그런데도 앙투안은 아들의 편지가 미리암에 의해 조작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아버지로서 자식을 만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죠.

양육권 문제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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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씨네마(주)

도입부의 상황만 봐서는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 양측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으니까요. 판사 역시 제시된 증거와 자료, 양측의 주장만으로는 일방적으로 앙투안이 줄리앙을 못 만나게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출발한 영화는 이 가족의 ‘진짜 문제’ 속으로 관객을 한 발 한 발 끌어들입니다.

줄리앙이 앙투안과 보내는 첫 주말이 되면, 관객은 적어도 판사에게 제출됐던 줄리앙의 처절한 편지가 과장이 아니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앙투안은 줄리앙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줄리앙 역시 앙투안과 있을 때 왠지 모를 압박감을 짓눌려 있지요. 아들을 이렇게 대하는 앙투안은 왜 판사 앞에서 그토록 줄리앙을 만나게 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한 것일까요? 이 의문에 대한 답이 바로 영화의 진짜 주제입니다.

감독 자비에르 르그랑은 장편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프랑스의 신예입니다. 인물 사이의 관계를 화면 구도를 통해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장면 안에서 그들의 갈등을 서서히 증폭시키는 능력이 돋보입니다. 종종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지점까지 고조된 갈등은 ‘그다음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여기에는 주요 배역을 맡은 연기자들의 사실감 넘치는 연기도 큰 몫을 합니다. 처음에는 미리암이나 줄리앙 역할을 맡은 배우의 감정 표현이 불명확거나 모호해 보이고, 앙투안 역의 배우는 너무 투박하게 지르기만 한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렇지만, 영화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마주하게 된 진실에 비춰 보면 이들의 연기가 매우 사실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연한 가정 폭력, 그들은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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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씨네마(주)

폭력적인 남편의 희생양이 되는 아내와 자식의 문제를 영화나 드라마 속 소재로만 취급할 수는 없습니다. 가정 폭력은 현재 진행형의 문제입니다. 여성긴급전화 1366을 통해 2017년 한 해 동안 여성이 폭력 피해를 호소한 상담 건수는 모두 28만여 건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가정 폭력에 관한 상담이 전체 60%를 웃도는 18만 건에 달합니다. 성폭력과 데이트 폭력에 관한 상담이 각각 2만여 건, 8천여 건인 것에 비하면 발생 건수 자체가 많습니다.

가정 폭력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심각한 피해를 남깁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누군가가 죽어 나가기 전까지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은 씻을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고 살아가게 됩니다. 어린 시절 가정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던 경험은 그대로 각인되어, 성인이 되었을 때 유사한 방식의 가정 폭력을 저지르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흔히 가정 폭력을 가족 내부의 문제라고 생각하여 개입하지 않으려는 풍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정 폭력 범죄의 신고율이 1.3%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죠. 자기 집안일일 경우 남부끄러워서, 남의 집안이면 그 집안 사정이기 때문에 덮어두고 넘어가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경찰 등 사법 기관에 신고하더라도, 역시 집안 문제라는 이유로 미온적인 대응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의 인물들처럼, 가정 폭력 피해자들은 스스로 가해자와 맞서 싸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가해자는 기왕에 맺은 인연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인간적인 감정에 호소하면서 피해자와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좁힙니다. 그런 다음,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면 여지없이 폭력을 행사하죠.

이 악순환의 고리를 깨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아동 학대나 데이트 폭력 같은 범죄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 자식 사이의 문제니까, 연인끼리의 문제니까 개입할 수 없다는 생각은 폭력을 심화시키고 종종 심각한 결과를 낳곤 합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영화 속 미리암에겐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준 동생과 시민 의식을 갖춘 이웃의 노부인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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