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Hereditar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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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팝엔터테인먼트

2018. 6. 7. 개봉

가족 중 누군가의 죽음은 남은 가족들의 관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부모가 죽은 후 형제 자매 간에 왕래가 없어지는 경우는 흔합니다. 뜻하지 않게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은 이는 남은 사람들에게 죄책감과 후회를 남기기도 하죠. 반면, 존재 자체가 불화의 원인이었던 사람이 사라지면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마련될 때도 있습니다.

영화 <유전>의 주인공 애니(토니 콜레트)도 어쩌면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평생 자신에게 좋지 않은 영향력을 끼쳤던 어머니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는 달리 어머니가 죽은 후의 일상은 딱히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왠지 더 으스스한 기분이 들 뿐입니다. 더구나 애니의 아들 피터(알렉스 울프)와 딸 찰리(밀리 샤피로)의 일상 역시 이상한 일들을 겪으며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죄어드는 공포, 숨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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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팝엔터테인먼트

최근 할리우드 공포 영화 흥행작들은 대부분 스릴러와 결합된 형태가 많았습니다. 공포의 실체가 무엇인지 초반에 규정하고, 주인공 대 악령(혹은 괴물)의 사투를 이야기의 줄거리로 삼는 방식이죠. <유전>은 그보다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불길한 징조를 통해 관객의 두려움을 점차 증폭시키면서, 차근차근 공포의 실체에 다가가는 방식을 취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관객에게는 이 영화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명확하게 뭐가 문제인지 알려 주지는 않으면서 끊임없이 보는 사람의 신경을 긁기 때문이죠.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공포 체험은 극대화될 여지가 있습니다. 관객은 상상력을 동원하여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채우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공포는 점점 더 커집니다. ‘보이지는 않는데 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느낌만큼 무서운 것도 별로 없으니까요.

<유전>은 이 ‘뭔가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시청각적 요소를 잘 활용합니다. 불길한 음악, 느리게 흘러가는 카메라 움직임, 보일듯말듯한 실루엣 같은 것들이 그것입니다. 특히, 느닷없이 제시되어 시각적 충격 효과를 선사하는 클로즈업 쇼트와 저음 우퍼를 통해 들릴듯 말듯 깔리는 효과음은 극장의 스크린과 사운드 시스템을 거치며 관람의 효과를 배가합니다.

주연을 맡은 토니 콜레트는 다양한 심리 상태를 오가는 주인공 애니의 모습을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게 연기합니다. 어머니에 대한 애증부터 자식에 대한 사랑에 이르는 갖가지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며, 솔직하고 소탈한 모습부터 전형적인 신경증 환자에 가까운 모습까지 인물의 다양한 외양을 섬세하게 형상화하죠. 그녀의 열연은 이 영화가 선사하는 공포 분위기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안 내력에 짓눌린 이 가족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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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영화에서 공포의 근원으로 설정된 것은 실제 세계의 억압 기제를 상징할 뿐 아니라, 사회 집단이 경계하는 타자(他者)가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작년에 화제를 모은 <겟 아웃>은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 차별 의식과 백인 우월주의자에 대한 경계가 드러나 있습니다. <컨저링> 같은 하우스 호러에는 종종 가족의 억압적인 면모가 드러나며 광인에 대한 두려움이 녹아 있죠.

<유전>에서는 가족 내의 연장자 혹은 일종의 집안 내력이 등장인물들을 괴롭힙니다. 가족의 가치나 집안의 전통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어느 사회에나 있기 마련입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가족은 가장 기본적인 사회 단위로서 중요하니까요.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도가 지나칠 때 발생합니다.

일반적인 가족 내 권력 구조 관계에서 칼자루를 쥔 것은 연장자입니다. 다른 가족 구성원은 성인이 되고 자신들만의 가정을 꾸린 후에도 연장자에 대한 예의와 의무를 다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이는 심지어 연장자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계속됩니다. 속세에 쌓은 업보를 후손이 책임져야 할 수도 있고, 제사 같은 추모 의식이 주는 부담으로 나타날 수도 있죠.

이를 이겨내려면 연대하거나 탈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 구성원끼리 힘을 합치고 외부의 도움을 받거나, 도저히 여의치 않으면 절연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호러 영화의 희생자는 언제나 혼자 고립되거나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죠. <유전>의 ‘저주받은 가족’들은 과연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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