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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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픽쳐스

2018. 3. 22. 개봉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로맨스 장르의 필수 요소는 상대에게 자꾸만 끌리는 마음, 그 또는 그녀의 마음을 알기 위한 탐색전, 몇 번이나 이러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몸과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상황 같은 것들입니다. 황홀한 사랑의 순간은 이런 감질나는 과정을 거친 뒤라야 이야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되지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는 17세 소년의 가슴 떨리는 사랑을 다룬 영화입니다. 엘리오(티모시 샬라메)의 가족은 매년 이탈리아의 시골 별장에서 여름을 보냅니다. 고고학자인 엘리오의 아버지는 매년 연구를 도와줄 해외의 젊은 학자를 초청하여 여름을 함께 보내죠. 올해 오기로 한 사람은 미국출신의 젊은 남자 교수 올리버(아미 해머)입니다.

엘리오는 자신이 쓰던 방을 올리버에게 내주고 옆방을 쓰기로 합니다. 그런데, 훤칠한 미남자로 모두의 시선을 끄는 손님 올리버가 자꾸 신경 쓰입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를 바라보고 있고, 자신에 대한 그의 반응과 시선이 어떨지 의식하게 되지요. ‘역시 그만둬야겠지’라고 생각하며 그를 향한 마음을 다잡으려고 애를 써도 올리버를 향한 갈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향한 강렬한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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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픽쳐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끌리는 사람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소년의 마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상대의 위치, 시선, 행동을 의식하는 모습이 잘 드러나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엘리오는 올리버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남몰래 훔쳐보기도 하고, 어쩌다 손이 닿기라도 하면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짜릿함을 느낍니다.

또한, 엘리오와 올리버가 서로의 마음을 가늠해 보면서 밀고 당기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아슬아슬한 감정이 지속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일부러 서로의 시선을 못 본 척하는 식탁 위의 대화 장면이나, 둘이서만 수영하러 갔을 때의 자세와 시선 같은 것들은 이러한 감정적 긴장을 잘 드러냅니다. 특히 엘리오가 같은 곡을 즉석에서 각기 다른 음악가의 느낌으로 편곡하여 피아노를 치는 장면은 창의력이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혈기왕성한 10대답게 성적 욕구를 다양한 방식으로 발산하는 엘리오의 모습은 흥미를 더합니다. 속옷이나 수영복 같은 상대의 물건, 살구나 복숭아 같은 과일, 고대의 조각상과 중세 로맨스 문학 같은 인문학 사료 등 다양한 매개체들이 감각적인 에로티시즘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티모시 샬라메는 뛰어난 내면 연기로 사랑에 목마른 젊은이 엘리오를 탁월하게 형상화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들끓는 욕망 앞에서 자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 특히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열연이었습니다.

특정 취향을 위한 에로틱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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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픽쳐스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사랑 이야기라 할지라도, 두 주인공이 꿈결 같은 시간을 보내는 순간은 전체 이야기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다음에는 곧 찾아올 불행과 시련이 그들의 운명을 슬픔과 고통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니까요. 주인공들은 사회적 편견이나 현실적 제약 같은 여러 방해물과 싸워야 합니다. 이런 단련 과정을 통해 ‘불멸의 사랑’은 완성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절반의 성공만 거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엘리오와 올리버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중반부를 전후해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다소 평이하고 심심한 전개가 이어지거든요. 두 사람의 사랑을 위협할 만한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복숭아의 새로운 ‘용도’를 보여준 장면처럼 이색적인 설정 몇 개가 있을 뿐입니다.

두 사람은 후반부 내내 줄곧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사랑을 나눕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었을 엘리오 부모의 태도, 그리고 이성 친구인 마르치아의 존재 역시 어렵지 않게 정리됩니다. 모두가 쿨하게 아무 거리낌 없이 그들의 편이 되어줍니다. 한 해가 지난 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에필로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현실적인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요소들을 알아서 봉합해 버리기 때문에 이 영화는 현실감 부족한 ‘판타지’에 그칩니다.

물론, 장르 규칙을 따르지 않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푸는 것은 전적으로 창작자의 선택입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특정 취향의 에로틱한 상상력으로 가득 찬, 한여름의 백일몽 같은 작품이라는 콘셉트에 충실합니다. 보편적인 호소력이 부족한 것이 아쉬울 뿐이죠. 재작년에 개봉한 <캐롤>(2015)이 레즈비언 커플의 사랑을 제대로 보여주면서도, 성적 지향성에 상관없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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