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리 더 브레이브 Only the Brav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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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코리아스크린

2018. 3. 17. 개봉

미국 서남부 지역에서 산불은 꽤 자주 일어납니다. 강수량이 매우 적은, 건조한 사막 기후인 이곳은 한번 불이 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큰 피해를 주죠. 산불 진압에는 흔히 항공기가 동원되지만, 불의 방향을 바꿔 주요 시설물을 보호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은 사람이 직접 해야 합니다. 이것이 ‘핫샷’이라고 불리는 산불 진압 전문 요원의 일이죠.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는 이런 ‘핫샷’ 대원들의 실화를 소재로 합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프레스콧의 소방관 에디 마쉬(조쉬 브롤린)는 산불 진압팀 ’크루 7’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팀은 실력과 의욕은 충분하지만,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정식 ‘핫샷’으로 대우받지는 못합니다. 에디는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여 새롭게 거듭날 준비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지원자 중에는 한눈에 봐도 마약 중독자인 브렌든 맥도너(마일즈 텔러)가 있었습니다. 그는 엉망진창으로 살아왔지만, 뜻하지 않게 딸이 생기면서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일을 구하러 온 것이었죠. 대부분의 팀원들은 그를 불신하지만, 에디는 그에게도 도전할 기회를 줍니다.

인물의 감정에 다가간 실화 소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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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코리아스크린

영화의 전체 줄거리는 에디와 그의 팀이 승격되어 ‘그래닛 마운틴 핫샷’으로 재탄생하고 산불 현장에서 맹활약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브렌던이 화재 진압 일을 통해 동료를 만나고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이 중심입니다. 그러다 보니 소방관들의 애환을 다룬 감동 실화나 뻔한 성장물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먼저, 산불과의 대결 구도가 있습니다. 마치 재난 영화에서 그러는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며 주위를 무섭게 집어삼키는 산불은 주인공들이 인생을 걸고 맞서야 하는 적수로 등장합니다. 화재 진압 현장에서 직접 목숨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개인 생활이 없을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게 하니까요. 초반에는 거의 발톱을 보이지 않던 이 맹수는 중반 이후에 제대로 마각을 드러내면서 극의 긴장감을 한층 더 높입니다.

중심인물인 에디와 브렌든의 개인적인 고민과 감정을 꼼꼼히 따라잡는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보통 실화 소재의 영화들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충실히 재현하는 데 힘을 쏟습니다. 사건 자체의 의미와 사실관계가 명확해서 그걸 되짚기만 해도 충분히 극적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의 내면에까지 한 발 더 들어가 관객이 공감할 만한 부분을 찾아냅니다. 그 때문에 관객은 그들의 이야기를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처럼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결말 부분에서 쉽게 잊히지 않을 격렬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죠.

배우들의 연기가 전반적으로 좋은 편인데, 특히 에디 역할을 맡은 조쉬 브롤린과 그의 아내 아만다로 나온 제니퍼 코넬리의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조쉬 브롤린은 심지 굳고 책임감 강한 서부 사나이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합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나 <더 브레이브> 같은 영화에서처럼 서부 황야라는 배경과 무척 잘 어울립니다.

제니퍼 코넬리는 출연 분량이 적지만,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여성인 아만다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킵니다. 그녀는 여기서 그냥 주인공의 아내 역할로 나오고 마는 것이 아닙니다. 에디가 맡은 바 임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 그가 결코 흘려들어서는 안 될 조언과 질문을 해주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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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코리아스크린

이 영화의 후반부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란 문제가 언급됩니다. 한창 바쁠 때는 한 달에 한 번 쉴까 말까 하는 에디, 정식 팀원이 되어 마약중독자라는 꼬리표를 뗐지만 가족과 보낼 시간이 부족한 브렌던의 문제는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것입니다. 성공을 위해 일에 매달리거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더 많이 일해야 하거나, 열악한 상황에서도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하는 경우 우리는 일에 좀 더 우선순위를 두곤 하니까요.

물론 요즘에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을 뜻함)’이 트렌드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얼마나 휴식이 부족하면 그런 말이 트렌드가 되겠습니까?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여전히 일을 너무 많이 합니다. 또 ’워라밸’을 내세우며 자기만의 여가를 즐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이 영화가 제기하는 것은 단순히 일을 줄이고 휴식을 취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자기를 위해서만 쓸 것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과 같이 보내는 데 쓸 것이냐’의 문제니까요.

흔히 ‘내가 좀 더 잘 되면,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요만큼만 더 벌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지’라는 식의 다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계속 다른 목표가 생기기 마련이고 돈 한 푼을 아쉬워하는 게 사람이기 때문에 애초의 결심은 자꾸 흔들리게 됩니다. 조금 불안하고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 못 하는데 나중에 잘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인생이 늘 우리 생각대로 돌아가진 않습니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죠.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짧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있으면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이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에디와 대원들이 맞닥뜨리는 잔혹한 운명이 그토록 안타깝고 서럽게 느껴지는 이유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에겐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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