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리티 소셜 스타 Ingrid Goes Wes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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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테이션

2018. 2. 22. 개봉

SNS를 하다 보면 누구나 약간씩은 자신의 일상을 수정하거나 덧칠하게 됩니다. 혼자만 보는 일기장이 아니기 때문이죠. 다른 사용자의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 하나를 올리더라도 구도를 따지고, 글 하나를 써도 거듭 퇴고하게 됩니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사실과 다르게 윤색된 이미지나 글을 올리고, 급기야 아예 근거가 없는 거짓말까지 할 수도 있지요.

영화 <언프리티 소셜 스타>는 주인공 잉그리드(오브리 플라자)가 인스타그램에 집착하면서 생긴 일들을 다룹니다. 그녀는 세상에 둘도 없는 존재였던 어머니가 병석에 누우면서 인스타그램에 의지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쳐서 친구에게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이다가 정신병원 신세까지 집니다.

퇴원 후에도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던 잉그리드는 26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테일러(엘리자베스 올슨)를 발견합니다. LA에 사는 테일러는 감각적인 일상 사진들로 인기를 끌고 있죠. 테일러와 가까이 지내고 싶었던 잉그리드는 어머니가 남긴 얼마간의 유산을 들고 곧장 LA로 향합니다. 거기서 테일러가 자주 가는 곳을 방문하고 그녀의 동선을 관찰하는 등 기회를 엿보기 시작합니다.

보통 누군가에게 집착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스릴러인 경우가 많습니다. 관객은 집착하는 인물보다는 피해자에게 감정 이입해서 소름 끼치는 감정을 대리 체험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같은 소재를 풍자적인 블랙 코미디로 풀었습니다. 관객은 무모한 스토킹을 감행하며 무작정 직진하는 잉그리드를 보며 쓴웃음을 짓고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여러 사람이 좋아할 만한 대중적인 설정은 아니어서, 선뜻 손이 가는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일단 보기 시작하면 잉그리드의 계속된 거짓말과 잘못된 선택이 만든 안타까운 일들 때문에 집중해서 보게 됩니다. 중반부를 지나면 SNS로는 알 수 없었던 테일러의 한계와 단점을 잉그리드가 조금씩 깨닫게 되면서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나지요.

잉그리드 역을 맡은 오브리 플라자는 미국 시트콤 <Parks and Recreation>에 출연하여 인기를 얻은 배우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개봉한 미국 독립 영화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2012)에서 주연으로 나오기도 했죠. 스스로 망가지는 블랙 코미디에 능한데 이 영화에서도 존재 자체만으로 기묘한 긴장감과 서글픔이 묻어 있는 잉그리드 역할을 빼어나게 해냈습니다.

<어벤저스> 시리즈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인 엘리자베스 올슨은 인스타그램 스타 테일러 역할을 얄미울 정도로 잘 해내며 극을 뒷받침합니다. 사랑스러움과 재수 없음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테일러가 없었다면 이야기가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잉그리드가 세 들어 사는 LA의 집주인 댄 역할을 맡은 오셔 잭슨 주니어 역시 안정된 연기롤 보여줍니다. 인기 랩 가수이자 배우인 아이스 큐브의 아들인 그는 아버지와 똑 닮았지만 좀 더 부드럽고 귀여운 이미지입니다. 오브리 플라자와의 연기 호흡이 좋은데, 잉그리드에게 픽업트럭 빌려준 일 때문에 말다툼하는 장면 같은 데서 잘 드러납니다.

사람들이 SNS를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개인 일기장처럼 사적인 일을 적을 온라인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소식을 나누고 싶은 사람도 있고, 느슨하게나마 인간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도 있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SNS가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실생활의 인간관계에서 느끼지 못했던 종류의 관심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굳이 글이나 사진을 보내지 않아도 간단하게 좋아요나 마음 표시를 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잉그리드가 SNS에 빠져든 이유 역시 그랬습니다. 어머니와의 깊은 감정적 유대가 상실된 것을 세상의 다른 친구에게 얻으려고 했던 것이 그녀가 SNS에 집착한 이유였죠.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관계는 그녀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해 주지 못했습니다. SNS에서 받는 관심과 애정은 그야말로 온라인상에서나 떠다니는 신기루 같은 것이니까요. 오히려 말 그대로 그녀의 목숨을 구한 것은 집주인 댄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이었습니다. 서로 못 볼 꼴 다 봐 가며 다투기도 했지만, 그에게는 잉그리드라는 존재 자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외롭고 심심할 때 제일 먼저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간편하고 반응이 빠르죠. 하지만, 그 이전에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동료나 친구, 혹은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바라는 만큼 신속하고 멋지진 않더라도 그들이 보내는 지지와 성원은 언제나 훨씬 더 크고 따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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