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사랑뿐 A United Kingdo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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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팝엔터테인먼트

흑인과 백인의 피부색을 넘어선 사랑은 이에 반대하는 백인들의 인종차별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 대 인간의 진실한 사랑 앞에서 인종적 차이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주제 의식 아래, 백인들의 그릇된 우월감을 비판적으로 고찰하지요.

영화 <오직 사랑뿐> 역시 흑백 간의 결혼이라는 소재를 내세웁니다. 하지만, 그 양상은 좀 다릅니다. 그들의 사랑은 주위의 가까운 사람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2차 대전 직후의 영국, 옥스퍼드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있는 세레체(데이빗 오예로워)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북부에 접한 영국 보호령 베추아날란드(오늘날의 보츠와나 공화국)의 왕자입니다. 평범한 세일즈맨의 딸인 루스(로자먼드 파이크)는 어느 댄스파티에서 그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세레체는 고국으로 돌아가 자기를 대신하여 섭정 중인 삼촌으로부터 권한을 이양받기로 돼 있습니다.

이대로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 그들은 결혼을 서두르지만, 당시 인종 분리 정책을 시행 중이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지지가 필요했던 영국 정부가 반대하고 나섭니다. 게다가 세레체의 삼촌을 비롯한 고국의 동포들도 백인 여성을 왕족으로 맞이할 수는 없다며 그들의 결혼을 탐탁지 않게 여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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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남녀의 사랑 이야기만은 아닌

홍보물이나 예고편에서 받은 느낌과는 달리, 이 영화는 가슴 저미는 사랑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강대국의 이해관계 앞에 기본적인 인권조차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나, 2차 대전 이후에도 계속된 식민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세레체가 기울인 정치적 노력이 비중 있게 다뤄집니다. 그리하여 훗날 신생 보츠와나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 부부가 되는, 이 ‘세기의 커플’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데 성공합니다.

영화 속에서 고난을 겪는 세레체와 루스, 그리고 베추아날란드가 처한 지정학적 상황은 일제의 식민 통치라는 역사적 기억을 가진 우리나라 관객이라면 쉽게 감정 이입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살길을 모색해야 하는 우리 민족의 현재 모습과도 잘 맞아 떨어지지요.

감독 엠마 아산테는 영국 출신의 흑인 여성 감독으로, 18세기 영국 흑백 혼혈 여성의 삶을 다룬 <Belle>(2013)이라는 영화로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특별한 기교 없이도 세레체와 루스가 처한 정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두 사람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는 등 안정된 연출력을 보여줬습니다.

영국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 출신의 배우로 <헬프>, <셀마>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데이빗 오예로워는 세레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깊이를 효과적으로 연기합니다. 섬세한 표정 연기와 대사 처리가 주효했습니다. 루스 역할로 나온 로자먼드 파이크 역시 세레체와 그의 흑인 동포들을 향한 절실한 사랑을 특유의 선이 굵은 연기로 잘 표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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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나라를 사랑한 정치인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저 역시 머나먼 아프리카 나라인 보츠와나의 역사와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이 나라가 아프리카 신생 독립국 중 가장 모범적인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이룩한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거기에는 세레체와 뜻을 함께하는 뛰어난 정치 지도자들, 그리고 그들을 지지한 국민들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훌륭한 정치가는 국민을 사랑하고 그들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그가 살아온 삶과 평소 주위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곤 합니다. 세레체 역시 그랬습니다. 어떤 압력 앞에서도 루스와의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세레체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가 자신의 동포들 앞에 서서 ‘여러분을 사랑하지만, 아내 루스 역시 사랑한다’고 연설하는 장면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후보 경선에서 했던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란 연설과 곧바로 연결됩니다. 또한, 세레체가 국익을 도모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는 장면에서는 강대국의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 속에서도 국가와 민족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문 대통령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우리말 제목 <오직 사랑뿐>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꼭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마치 남녀의 절절한 사랑을 다룬 멜로물처럼 보이게 하니까요. 하지만, 완전히 빗나간 것도 아닙니다. 세레체의 ‘사랑’은 루스를 향한 사랑이자, 그의 국민과 나라에 대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진실한 사랑은 끝내 조국 보츠와나의 번영과 발전으로 보답을 받게 됩니다. 역대 대통령 중 우리 국민에게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두 분 대통령의 ‘사랑’도 언젠가 큰 열매로 맺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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