탠저린 Tangerin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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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2018. 1. 25. 개봉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와 다른 이를 경계하고 배척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런 습성이 먹을 것과 잠자리를 놓고 싸우던 원시 시대부터 생긴 것이라고도 합니다.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게 되면서 많이 억제되긴 했겠지만, 이는 여전히 ‘차별’이라는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겉모습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종류의 ‘다름’은 곧바로 소수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 행위로 이어지곤 합니다. 성차별과 인종 차별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역시 그들의 옷차림이나 외모에 대한 조롱과 멸시에서 시작되곤 하지요.

영화 <탠저린>의 주인공 신디(키타나 키키 로드리게즈)와 알렉산드라(마이야 테일러)는 거리에서 성매매하는 트랜스젠더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 아침, 두 사람은 도넛 가게에서 만납니다. 28일 동안 감옥에 갔다 온 신디는 그사이에 남자친구이자 포주인 체스터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고 약이 바짝 오릅니다. 곧바로 바람피운 상대 여성을 찾아 거리로 뛰쳐나갈 정도로요. 알렉산드라가 만류해도 신디는 끝장을 보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Tangerine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소수자에 대한 솔직한 묘사, 공감 더한다

사회적 소수자가 나오는 영화나 소설을 보다 보면 아쉬울 때가 꽤 있습니다. 그들이 겪는 부당한 차별을 이야기하기 위해 선하고 바람직한 모습만 담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인물은 단순해지고 갈등 구도도 뻔해져서, 평면적인 이야기가 돼버리기 쉽습니다. ‘그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선언적인 메시지 외에 남는 게 없어지죠.

또한, 이런 태도는 애초의 좋은 의도와는 달리, 소수자를 개념 속에만 존재하는 일종의 ‘박제’로 만들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소수자의 실질적인 지위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차별은 사회적 소수자가 존재한다는 걸 몰라서 생기는 게 아니라, 그들도 다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니까요.

그런 점에서 <탠저린>의 접근 방식은 주목할 만합니다. 다수 대중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는 트랜스젠더들의 하루를 꾸밈없이 보여 주려 노력하거든요. 1년 내내 햇살 가득한 LA의 그늘진 골목을 쏘다니는 신디와 알렉산드라 역시 늘 착하거나 옳은 선택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 사람들과 똑같이 질투에 눈이 멀어 미친 짓을 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기도 하며, 거래에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악다구니를 쓰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단순한 엔딩이 유난히 마음을 끌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영화를 보면서 그들에게 인간적으로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감독 션 베이커는 매력적인 20대 포르노 배우와 괴팍한 80대 할머니의 우정을 다룬 전작 <스타렛>(2012)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다음 작품인 이 영화 <탠저린>의 제작비를 모으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소재가 대중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10만 달러의 아주 저렴한 제작비만 들여서 아이폰5S로 촬영한 끝에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의 완성도는 높은 편입니다. 단순하지만 인물의 목표가 분명한 각본, 채도가 강한 화면의 색감,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연기, 강렬한 힙합 음악 등이 잘 어우러진 것이 인상적이죠. 2015년에 처음 공개됐을 당시 각종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제작비의 몇 배에 달하는 흥행 수입을 올린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Tangerine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인간관계를 지탱하는 신뢰

우리는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낍니다. 즐겁고 사랑스러운 감정이 넘치는 관계가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과의 관계는 분노와 배신감만 남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뭔가 뜻대로 관계가 풀리지 않아 슬픔과 고통으로 밤을 지새울 때도 있지요.

그런데, 가족이나 오랜 시간 가깝게 지낸 친구처럼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공유한 사람과 맺은 관계는 한 마디 말로 요약하기가 어렵습니다. 워낙 많은 일을 함께 겪어서 여러 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오래된 관계일수록 중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니까’라는 생각에 소홀히 대하면,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나아가 한순간에 모든 것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상대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 있을 거라는 믿음을 준다면, 섭섭한 일이 있어도 그것을 딛고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인 아르메니아 출신 택시 기사 라즈믹(캐런 캐러글리안)의 상황은 좋은 반면교사입니다. 그는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지만, 가족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 드러나면서 크리스마스이브 밤을 외롭게 보내야 합니다. 앞으로 그는 믿음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신디와 알렉산드라의 관계도 단 하루 동안 많은 일을 겪으며 위기에 처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친구로 남습니다. 상대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편이 되어 줄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고, 그것을 서로에게 행동으로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흔들리는 인간 관계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면 이들의 모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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