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터 The Commut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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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주)플러스엠

2018. 1. 24. 개봉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사업 실패 등으로 수입이 현격히 줄어드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씀씀이와 주택 담보 대출 등의 고정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 등 목돈이 들어가는 일들이 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커뮤터>의 주인공 마이클(리암 니슨)도 그런 위기를 맞습니다. 건실한 남편이자 아들에게 귀감이 되는 아버지인 그는 매일 같이 통근 열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보험사 직원입니다. 그런데, 전혀 예기치 않게 명예퇴직을 당합니다. 아직 돈 들어갈 데가 많고 65세 정년까지 5년이 남았다는 항변도 통하지 않습니다.

그는 원래 형사 출신으로 이미 2008년 금융 위기 때 자산을 털어먹은 경험이 있습니다. 보험 일도 그때 시작했지요. 도저히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얘기하지 못할 것 같아 마음이 무거운 그는, 집으로 향하는 통근 열차 안에서 의문의 여성(베라 파미가)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습니다. 선금 2만 5천 달러를 줄 테니 열차에 탄 누군가를 찾아 죽이라는 것입니다. 그녀는 임무에 성공하면 잔금 7만 5천 달러를 마저 지급하지만, 거부하면 가족이 위험해질 거라고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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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주)플러스엠

설정은 나쁘지 않았지만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을 받은 전직 경찰이 문제를 풀기 위해 통근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사투를 벌인다는 설정 자체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게다가 돈과 가족의 안위를 위해 생판 모르는 사람을 이유 없이 죽여야 한다는 도덕적 딜레마까지 걸려 있어서 앞으로의 전개가 무척 궁금해지지요.

하지만, 초반에 문제를 풀기 시작하는 과정이 다소 지루합니다. 아무 단서도 없는 상황에서 하나씩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긴장감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초반부터 빠른 전개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나마 주인공이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겪고 난 중반 이후가 되면 좀 볼 만합니다. 이야기 진행 속도도 빨라지고 괜찮은 액션 장면도 꽤 있기 때문이죠. 취향의 문제지만, 이 정도면 초반의 지지부진함을 참고 기다린 만큼 적절한 보상을 받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리암 니슨은 3편까지 나온 <테이큰> 시리즈가 대성공을 거두는 와중에도, 비슷한 분위기의 액션물을 여러 편 찍었습니다. <언노운>(2011)을 시작으로, <논스톱>(2014)과 <런 올 나이트>(2015) 같은 작품이 그것입니다. 이때 함께 한 연출자가 자움 콜렛 세라 감독입니다. <커뮤터>는 두 사람의 네 번째 협업의 결과물이죠.

언제나 캐릭터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연기를 하는 리암 니슨과 CF와 뮤직비디오에서 갈고 닦은 감각적인 영상미가 돋보이는 자움 콜렛 세라의 연출은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고, 가족의 안위가 걸려 있으며, 열차 안이라는 공간적 제약이 있는 등 앞선 세 편의 요소들이 골고루 녹아 있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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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주)플러스엠

우리의 선택은 어떤 쪽일까

이 영화의 핵심 질문은 극 중 대사에도 나오는 ‘고결한(noble) 인간이 과연 있는가?’입니다. 극 중에서 마이클에게 범죄를 사주하는 자들은 그런 사람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영화에서처럼 절실하게 돈이 필요하다면 인간은 누구나 무슨 짓이든 하게 돼 있다는 논리죠.

언뜻 생각해보면 그들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은 본능에 가깝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우리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만 봐도 손해 보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각자 자기 이익을 챙기기 바쁘거나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으려 애씁니다. 이런 마당에 내 이익 대신 남의 목숨을 먼저 생각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이타적이고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적 본능도 있습니다. 만약 인간이 공동체를 이뤄 살 줄 몰랐다면 금세 멸종하고 말았을 테니까요. 생전 처음 보는 무고한 사람을 위해 자기도 모르게 몸을 던지곤 하는 것이 인간 존재의 특징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통근 열차가 종점까지 내달리는 시간 동안 서로 상충하는 인간적 본능이 빚어내는 딜레마를 경험합니다. 그의 고민은 매우 보편적인 것입니다. 우리 또한 나와 내 가족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개인으로 행동할 것이냐, 아니면 공동체 질서 안의 다른 구성원을 생각하는 시민으로서 행동할 것이냐 사이에서 늘 갈등합니다.

결말에서 주인공은 당연하게도 이타적인 결정을 내리지만, 이런 문제에 있어서 언제나 옳은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에 따라 개인의 선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그런 선택을 할 자유가 있지요. 하지만, 상황과 맥락을 무시하고 한쪽의 가치만 극단적으로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개인과 공동체 모두에게 문제가 생기니까요. 현대 산업 사회의 비극은 사익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자본가들과 개인보다 전체의 가치를 따를 것을 강요한 독재자들에 의해 벌어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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