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타임 Good Tim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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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2018. 1. 4. 개봉

인간 사회에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약속으로서 법이 존재합니다. 잘 지킨다고 상을 주지는 않지만, 이를 어기면 ‘범죄’를 저지른 것이 되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론상 모두가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결정한다면 범죄자가 되는 일은 없겠지만,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집니다.

영화 <굿 타임>에서 주인공인 코니(로버트 패틴슨)와 닉(베니 사프디) 형제가 저지른 범죄는 은행 강도입니다. 뉴욕의 하층 계급 백인 청년인 두 사람은 고무 가면을 이용해 흑인으로 인상착의를 바꾼 후 별 어려움 없이 돈을 훔치죠.

하지만, 이들이 훔친 돈 속에는 다이팩(dye pack: 염색약이 든 가짜 지폐 뭉치로, 이를 들고 은행 밖으로 나가면 폭발하여 들고 있는 사람의 몸을 물들임)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터지면서 경찰에 쫓기게 되고, 지적 장애가 있고 감정 조절이 안 되는 동생 닉이 경찰에 붙잡힙니다. 용케 경찰의 추적을 피한 코니는 동생을 유치장에서 빼내기 위한 보석금을 마련하려 애쓰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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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긴장감을 극대화한 연출과 각본

점차 일이 꼬여만 가는 범죄자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답게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며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연출력이 돋보입니다. 화각이 좁은 클로즈업 화면 속에 답답하게 갇힌 등장인물들이 언제 또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마치 동물원 우리 속을 어슬렁대며 탈출 기회를 노리는 맹수를 바라보는 느낌 같다고 할까요?

각본 역시 매우 훌륭합니다. 실패한 범죄와 그를 만회하고자 하는 부질없는 노력이 이어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고 자연스럽게 이어갑니다. 적절한 시점에 벌어지는 돌발 사건들은 긴장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올리면서 주인공의 상황을 대단원으로 몰고 갑니다.

못 만든 대중 영화가 비판받는 이유 중 하나는 작위적이고 뻔한 이야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메시지 전달을 우선으로 하는 국내외의 아트하우스 영화나 독립 영화 중에도 그런 영화들은 많습니다. 창작자의 의도와 관점에 맞추느라 상황과 이야기를 부자연스럽게 만들어버리곤 하니까요.

주인공이 딱히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굳이 하거나, 미리 해 두었으면 되는 일을 하지 않아서 큰 위기를 맞게 된다는 설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한, 상황을 다르게 해석할 가능성이 뻔히 보이는데도 이야기 안에서 그런 기회를 차단해 버리고 한 가지 해석으로 밀어붙이기도 하죠. 이런 영화들은 창작자의 의도가 아무리 선하고 도덕적 정당성을 가졌다 하더라도 작위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에 아무래도 감동이 덜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굿 타임>의 이야기에는 그런 면이 없습니다. 인물이 어떻게든 결정을 내리고 행동할 수밖에 없게끔 상황을 아주 어렵게 몰고 갑니다. 인물의 결정 또한 미리 설정된 캐릭터에 부합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스타덤에 올랐던 로버트 패틴슨은 동생을 책임지려다 구렁텅이에 빠진 형 코니 역할을 맡아 훌륭하게 극을 이끌어 나갑니다. 주위 사람들을 자기 멋대로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는 일종의 심리 조종자로서, 범죄자 성향이 강한 코니라는 인물을 아주 생생하게 그려내지요. 그간 연기가 뻣뻣하고 감정 표현이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에서만큼은 감정의 여러 단계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성공합니다.

공동 연출자인 조쉬 사프디와 베니 사프디 형제, 그리고 각본과 편집 작업에 참여한 로널드 브론스타인은 뉴욕 독립영화계에서 오랫동안 협업을 해온 사이입니다. 특히,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동생 닉 역할을 멋지게 해낸 베니 사프디는 로버트 패틴슨과 함께 뉴욕 퀸스의 세차장에서 직접 일하며 두 인물의 느낌을 잡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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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범죄의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일단 환경 문제가 있습니다.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사회 경제적 여건은 많은 이들을 자연스럽게 범죄 행위로 이끕니다. 이 영화에서는 코니가 닉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하룻밤 동안 뉴욕 뒷골목 하층민들의 삶을 찬찬히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지요.

물론 어렵게 자랐더라도 범죄자가 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기질을 가진 사람은 따로 있으니까요. 코니처럼 주변 사람을 이용해 자기 이익을 취하는 기술을 부리는 사람이 낮은 도덕관념을 갖고 있을 때가 그렇습니다. 또는 닉처럼 신체 능력보다 지적 성장이 더디고 감정 조절이 힘들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범죄 같은 사회 현상에 관해 이야기할 때 무엇이 맞고 틀린 지 논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나의 옳은 의견이 있다면, 또 다른 관점의 옳은 의견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릴 수도 있으며, 전부 다 조금씩은 맞는 말이기도 하지요.

이럴 때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에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는 일입니다. 모든 것을 한 방에 해결해 줄 속 시원한 방법은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굿 타임>은 은행 강도를 저지른 두 형제의 행위를 하나의 관점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도덕적 교훈을 설파하지도 않고, 척박한 환경 탓도 안 합니다. 그저 그들의 안타까운 선택과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보여줄 뿐입니다. 빈부 격차와 범죄, 상대적 박탈감 같은 문제는 명쾌한 결론을 내린 다음 돌아서서 잊어버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기억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강조하면서요. 에필로그에서 집단 치료에 참여하기 시작하는 닉의 모습은 그런 제작진의 의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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