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만지: 새로운 세계 Jumanji: Welcome to the Jungl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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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픽쳐스

2018. 1. 3. 개봉

명절 연휴와 방학 시즌은 어느 나라에서든 영화 흥행의 대목입니다. 이 기간에는 주로 가족 단위 관람객이나, 방학을 맞은 청소년이나 대학생 관객이 극장을 많이 찾습니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나 가족물,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블록버스터 액션물이 주로 개봉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이 기간에 역사적 상상력이 가미된 시대극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우리 관객에게는 이 장르가 3대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가족 영화이자, 액션 블록버스터 판타지였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이 공식에서 다소 벗어난 <부산행>이나 <베테랑> 같은 작품들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한국 영화 시장에서 시대극의 위력은 여전합니다.

<쥬만지: 새로운 세계>는 지난 1996년에 개봉하여 많은 인기를 끌었던,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쥬만지> 속 설정을 활용한 일종의 후속편입니다. 괴이한 보드게임 ‘쥬만지’와 얽힌 소동을 그린 전작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컴퓨터 게임 형식을 빌렸습니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교장 선생님 앞에 불려간 네 명의 고등학생은 교실을 청소하다가 ‘쥬만지’라는 롤플레잉 비디오 게임을 하게 됩니다. 각자 캐릭터를 선택한 네 사람은 곧바로 게임 속 세계로 빨려 들어갑니다.

게임 속에서 이들은 모두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 됩니다. 유약한 공부벌레 스펜서는 근육질 고고학자 브레이브스톤(드웨인 존슨)으로, 학교의 퀸카지만 SNS 중독자인 베서니는 배 나온 중년 아저씨 지도학자 오베론(잭 블랙)으로, 거구의 픗볼 선수 프리지는 작은 체구의 동물학자 핀바(케빈 하트)로, 똑똑하지만 운동 신경과는 거리가 먼 마사는 파워 넘치는 여전사 라운드하우스(카렌 길런)로 바뀌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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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픽쳐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비디오 게임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았다는 것입니다. 시행착오 끝에 게임의 목표와 규칙을 파악하게 되는 과정이나, 단계별 목표를 달성하며 전개되는 방식, 미리 배분된 등장인물의 능력치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 등이 그렇습니다.

전형적인 모험 영화의 서사를 따르지만, 일반적인 영화와는 다르게 느껴집니다. 마치 다른 사람의 게임 플레이를 구경하는 기분이 들지요. 게임이라는 매체는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지켜보기만 해도 재미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전자오락실 전성기에 <스트리트 파이터> 고수들의 대결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거나, <스타크래프트> 등의 게임 방송을 즐겨 시청한 경험이 있다면 금세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연을 맡은 드웨인 존슨과 잭 블랙, 케빈 하트와 카렌 길런은 생각보다 캐릭터와 너무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어서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드웨인 존슨의 소심한 모범생 연기나 잭 블랙의 퀸카 여학생 연기는 그 자체로 웃깁니다. 상대적으로 국내 관객에게 낯선 케빈 하트와 카렌 길런도 각자의 몫을 해내며, 이 4인조의 매력을 더하지요.

어른보다 아이들 취향에 더 잘 맞는

요즘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영상물을 접합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 게임 등 영상 매체에 자주 노출되면 아이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을 정도죠. 하지만, 시대는 급변하고 있고 기존에 중요시되던 가치를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이 어쩌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심하게 몰두하지 않는 것입니다. 책도 너무 어릴 때부터 과하게 많이 읽히면 정서 발달에 문제가 생깁니다. 무엇이든 아이가 몰두하는 일에 부모가 적절하게 개입하고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절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려면 자녀에게 스마트폰이나 TV를 틀어주고 방치하는 식의 육아는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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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픽쳐스

<쥬만지: 새로운 세계>는 성인 관객보다는 사춘기에 접어든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관객의 눈높이에 맞습니다. 이들은 기성세대보다 게임이라는 매체에 더 익숙하기 때문에 별 거리낌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어른들은 남의 게임 플레이를 극장까지 와서 돈을 내고 볼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사람마다 의견이 엇갈리겠지만요.

또한, 이 영화의 메시지 역시 그 또래 아이들에게 더 맞습니다. 외형적인 화려함보다 내면의 강함이 더 중요하고, 자기에게 없는 것을 부질없이 바라는 것보다 자신의 개성과 장점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하거든요. 영화 속 인물들과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아이들이라면 공감과 교훈을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극장가에는 애니메이션을 제외하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와 함께 볼 만한 실사 영화를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영화 자막을 읽을 수 있는 초등학생부터 중 1, 2년생 정도의 자녀와 함께 극장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쥬만지: 새로운 세계>는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부모 세대가 80년대나 90년대에 극장에서 봤던 <레이더스>나 <구니스> 같은 모험극만큼은 아니라도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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