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Wond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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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아트하우스

2017. 12. 27. 개봉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입니다. 새로운 생명체인 아이는 부모에게 이전까지의 삶과 완전히 다른 경이를 선사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 역시 부모의 보살핌 아래 자라면서 삶의 첫걸음을 떼게 됩니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의 상호 관계는 늘 이상적인 상태에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들을 둘러싼 사회 경제적 여건의 변화나 복잡다단한 인생의 사건 사고, 또는 부모나 아이의 심리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위기 상황을 맞게 되니까요.

이 영화 <원더>에서는 아이의 신체적 장애가 방해 요소가 됩니다.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는 선천성 안면 기형 때문에 스무 번도 넘는 수술을 받아야 했고, 남다른 외모를 갖게 된 아이입니다. 그렇지만, 부모 이사벨(줄리아 로버츠)과 네이트(오웬 윌슨), 그리고 누나인 비아(이자벨라 비도빅) 덕분에 사랑스런 아이로 자랐지요.

그런데 올해 열 살인 그에게 큰 시련이 닥칩니다. 새 학기부터 난생처음으로 학교에 다니게 됐거든요. 이제껏 엄마와 홈스쿨링을 해왔기 때문에 학교 공부는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이 있었지만, 문제는 그를 별종 취급하는 사람들의 시선입니다.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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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아트하우스

영화는 어기가 다른 학생들의 편견을 딛고 무사히 한 학년을 마치는 과정을 중심으로 하지만, 그의 내적 성장과 고난 극복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습니다. 늘 노심초사하는 부모의 마음, 부모의 관심을 어기에게 빼앗긴 누나, 친해졌다가도 멀어지곤 하는 친구들과의 관계 등 보다 다양한 삶의 풍경을 담아냅니다.

이런 구성은 동명 원작 소설(우리나라에는 <아름다운 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돼 있습니다)에서 취한 것입니다. 어기와 비아,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은 각자의 시점에서 어기와 얽힌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장애인이나 어린이 등 사회적 소수자가 주인공인 영화에서는, 흔히 이야기 속 세상을 오직 주인공의 시점에서만 바라보고 해석하는 식으로 만드는 경우를 꽤 많이 봅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은 자기 생각이나 관점 때문에 잠시 위기를 겪긴 하지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별다른 이견 없이 굳건하게 보호받는 것이 보통입니다.

아마도 이런 부류의 영화는 창작자가 윤리적으로 주인공의 편에 서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하거나, 주인공을 내세워 자기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려고 할 때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폭넓은 공감대를 얻기가 힘듭니다. 세상에는 창작자와 동일한 관점을 가진 사람, 혹은 주인공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아무리 훌륭하고 의미 있는 주제라도 영화상에서 다른 관점과 공정한 비교를 거치거나, 반대 논리와 치열한 갈등을 겪은 끝에 살아남아야 보편적 재미와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장애 아동이 주인공이고 전형적인 가족물의 공식을 따르는 이 영화가 북미 시장에서만 1억 2천만 불의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었던 것도, 주인공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감정과 생각을 돌아볼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는 자신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월플라워>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춘 성장물인 이 작품에서 그는 아이들의 섬세한 심리를 다루는 데 강점을 보였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인물의 극적인 심리 변화를 잘 포착하여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합니다.

주연을 맡은 제이콥 트렘블레이를 비롯한 아역 및 젊은 연기자들의 연기가 두루 돋보이는 영화지만, 어머니 역할을 맡은 줄리아 로버츠의 연기 역시 심금을 울립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헌신하기 위해 포기했던 자신의 삶을 조금씩 되찾는 과정, 어기가 학교생활에 적응하게 되면서 기쁨과 감동에 젖는 모습 등을 자연스럽게 잘 표현합니다.

아이와의 신뢰 관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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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아트하우스

많은 부모는 자기 아이가 잘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성장기의 아이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 때마다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혹시나 적응에 실패하지는 않을까, 괴롭히는 친구가 있지는 않을까 하면서요. 게다가 아이가 또래에 비해 뭔가 부족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그러기가 쉽지요.

실제로 아이는 환경이 바뀌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럴 때 어떤 부모들은 아이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징검다리라도 놔줘야 아이가 잘 될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그것이 부모의 부적절한 간섭이라고 느낍니다. 부모의 도움을 받는 것이 쉽고 편하기 때문에 그냥 받아들일 때도 있지만, 결국 어떤 일들은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의 삶은 어른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이 많고 그런 부분을 직접 채워 나가면서 아이도 성장하게 됩니다.

오히려 부모 자식 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감입니다.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와 상의할 수 있고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면, 부모가 간섭하지 않아도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어기가 처음 학교에 갔다 와서 받은 충격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부모 및 누나와 잘 형성된 신뢰 관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아 역시 친구 비올라와의 문제를 가족들과 공유하게 되면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게 되지요.

흔히 사춘기를 보내고 머리가 굵어지면서 점점 자기만의 세계에 틀어박히거나 부모의 조언을 밀어내는 것을 두고 그 나이 또래면 다 그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겠거니 하고 지나가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부모와 의도적으로 선을 긋는 것은 그만큼 부모를 믿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아이가 이렇게 나올수록 아이와의 관계를 되짚어보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와 아이는 점점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될지도 모릅니다.

<원더>는 남다른 외모를 가진 아이의 성장기이면서, 인간의 삶에서 믿음이라는 안전망이 지닌 경이로운 회복력을 인상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행복하고 이상적인 결말은 비현실적인 해피엔딩으로 느껴지지만은 않습니다. 현실의 인간관계에서 우리가 이루지 못한 꿈을 떠올리게 하고, 우리 삶에도 아직 희망이 남아 있음을 깨닫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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