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죄와 벌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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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엔터테인먼트

2017. 12. 20 개봉

<신과 함께>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면서 큰 호응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한국의 전통 신화를 바탕으로 저승과 이승에 있는 여러 신을 등장시킨 것도 참신했고, 무엇보다 인간미 넘치는 에피소드들이 감동을 주었습니다. 영화판은 웹툰의 저승편과 이승편을 참고하여 2부작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번에 공개된 <신과 함께-죄와 벌>은 그 첫 번째 작품입니다.

소방관 김자홍(차태현)은 고층 빌딩 화재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다 사망합니다. 자홍을 데려가기 위해 나타난 저승 차사 3인방 강림(하정우), 덕춘(김향기), 해원맥(주지훈)은 그를 ‘귀인’이라 부르며 49일 동안 저승의 7개 관문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차사들은 저승의 여러 대왕 앞에서 자홍을 적극적으로 지키고 변호하면서, 바르게 잘 살아온 자홍의 모습을 부각시킵니다.

그런데, 이들의 여정은 요물들의 습격을 받고 갑작스럽게 길이 험해지면서 혼란을 겪습니다. 이는 자홍의 직계 가족, 그러니까 어머니와 남동생 수홍(김동욱) 중 한 명이 원통하게 죽어 원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강림은 자홍의 앞길을 다른 차사들에게 맡기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승으로 올라갑니다.

완성도 높은 CG,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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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엔터테인먼트

원작에서 단순하게 표현된 저승 세계를 시각적으로 풍성하게 구현한 컴퓨터 그래픽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기술적 완성도도 높고 여러 아이디어를 잘 조합하여 저승의 풍경을 각각의 특색에 맞게 만들어낸 것이 인상적입니다. 곳곳에 배치된 다양한 액션 시퀀스들 역시 아주 볼 만합니다. 김용화 감독이 전작 <미스터 고>를 찍으면서 설립한 VFX업체 덱스터 스튜디오가 쌓아온 경험과 기술력이 빛을 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딱히 칭찬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원작을 나름대로 살려서 각색한 시나리오는 자홍의 환생을 위한 여정이라는 목표만 명확할 뿐,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않습니다. 장면마다 설명이 과하거나, 관객이 보기에 너무 뻔한 사실임에도 등장인물들이 고민하는 등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끕니다. 그래서 감동을 주려고 한 장면에서도 관객의 감정선을 제대로 건드리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호흡이나 톤에 있어서 서로 자연스럽게 조화가 이뤄지지 않아 어수선하게 느껴집니다. 장르 특성상 배경 작업에 CG가 많았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는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연출 라인에서 전반적인 연기 톤은 맞춰 줬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운드 믹싱 역시 아쉽습니다. 배우들의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을 때가 많아서 정말 불편했거든요. 전체적으로 선명한 시각 효과에 걸맞은 쨍한 사운드가 아니라 다소 뭉개진 상태일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몰입감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그래도 영화의 후반부와 클라이맥스를 책임지고 이끄는 김동욱의 진정성 있는 연기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어머니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보살피는 아들이자 정 많은 군대 고참, 그리고 분노와 슬픔에 휩싸인 원귀를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이 작품에 대한 냉소를 거두게 합니다. 2시간 남짓의 아쉬움을 불과 십여 분만에 날려버릴 정도로 좋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원하는 진정한 ‘엘리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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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엔터테인먼트

어떤 영화가 대중적 호응을 얻을 때는 그 사회의 집단 무의식을 건드리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 시장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할리우드 영화가 영웅의 성장 플롯을 빈번히 활용하는 이유도, 그것이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권에서 공통으로 포착되는 원형(原型)이기 때문입니다.

<신과 함께>가 여러 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개봉 일주일 만에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등 연말 극장가를 강타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한국영화 경쟁작 중 유일한 12세 관람가 등급이란 이점도 있었고, 원작의 명성 및 화려한 캐스팅도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의 시대 정신은 진정한 ‘엘리트’에 대한 목마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엘리트라고 하면 ‘교육 수준도 높고 사회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소수’를 뜻합니다. 하지만, 지난 보수 정권 9년을 거치는 동안 통상적인 의미의 엘리트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입니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과 측근들은 공직을 사익 추구의 도구로 전락시켰습니다. 그들의 잘못을 못 본 척한, 이 사회의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사람들 역시 나라의 미래와 공동체의 이익 대신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바빴습니다. 곡학아세한 학자, 영혼 없는 부역자였던 대다수 공직자, 편파 보도를 일삼으며 정권 수호에 일익을 담당한 언론인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2012년 대선 토론 과정에서 이미 무자격자임이 드러났음에도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헛똑똑이들이 많았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엘리트 계급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바로 보여 줍니다. 알 거 다 아는 그들이 과연 박근혜의 한계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까요? 나라의 장래보다 자신들의 기득권과 사적 이익을 지키는데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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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엔터테인먼트

촛불 혁명과 문재인 정부의 탄생에는 이런 썩어빠진 기득권층의 행동에 신물이 난 우리 국민들의 염원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엘리트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여 국민의 호응을 얻고, 이를 통해 변화를 이끄는 사람입니다. 고등 교육을 받고, 권력과 금력을 휘두르며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자들이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도 그들이 집권 후 이런 국민적 기대를 반영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뜻을 살피고 신중하게 나라 전체의 이익을 따지는 자세가 높은 평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 국민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정부 흠집내기식 보도를 하는 기성 언론, 국민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부를 방해할 기회만 노리는 야당 세력들, 자기들 수입이 줄어들면 의료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며 의료보험 개혁에 반대하고 나선 의사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신과 함께>의 주인공인 김자홍, 수홍 형제는 비록 교육 수준이 높다거나 돈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이익보다는 다른 이들의 처지를 먼저 돌아볼 줄 알았습니다. 그들이야말로 요즘 우리 사회가 바라는 진정한 ‘엘리트’이자 ’귀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흥행 성공을 두고 단순히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가 우리 관객에게 또 한 번 먹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에는 아무래도 모자란 감이 있습니다. 그보다는 많은 사람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변화에 대한 열망을 부지불식 간에 건드려 공감을 끌어낸 결과라고 보는 것이 좀 더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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