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Star Wars: The Last Jedi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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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주의하세요.

올해 최고의 기대작은 진작부터 이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였습니다. 전편 <깨어난 포스>가 오래 기다린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며 돌아온 만큼, 최후의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와 ‘포스’의 놀라운 잠재력을 보여준 레이의 만남은 또 어떤 이야기를 빚어낼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설령 영화적 재미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다음 이야기를 제대로 들려주기만 한다면 충분히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프리퀄 3부작을 보면서 못내 아쉬웠지만 그래도 ‘<스타워즈>니까’ 만족스러웠던 것처럼요.

레아 장군(캐리 피셔)이 이끄는 저항군은 막대한 희생을 치르며 퍼스트 오더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사력을 다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점점 전세는 불리해집니다. 이제 저항 세력의 유일한 희망은 전편에서 대단한 포스의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레이(데이지 리들리)가, 마지막 남은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를 찾아오는 것입니다.

시리즈 전체를 다시 정의하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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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뭇사람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걸작입니다. 오리지널 3부작의 단순한 후속편에 머무르지 않고, 시리즈 전체를 더 깊고 보편적인 의미를 가진 이야기로 격상시켰기 때문입니다.

<라스트 제다이>는 기본적으로 <제국의 역습>에 나왔던 주요 장면들을 빠짐없이 재활용합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성장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전 시리즈들을 규정했던 출생의 비밀과 핏줄의 문제를 넘어서 이 ‘우주 전쟁’ 자체를 새롭게 규정합니다.

전편 <깨어난 포스>를 통해 새롭게 등장한 중심인물들은 모두 불완전하며 약점이 있습니다. 레이는 강력한 포스를 지닌 자신이 출생의 비밀을 가진, 제다이 신화의 일부에 속한 인물이기를 열망합니다. 핀(존 보예가)의 이분법적 선악 개념과 대의를 위해서 뭐든지 한다는 태도는 자신을 위험에 빠뜨립니다. 포(오스카 아이삭) 역시 강한 승부사 기질을 가지고 있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는 경솔함이 문제죠. 이들 모두가 한층 성장하고 현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는 것이 바로 이번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시리즈의 중심 테마였던 스카이워커 가문의 핏줄 문제와 아버지-아들(혹은 스승-제자) 대결 자체에 더 집착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명확합니다. 루크는 자신이 걸어온 길이 실패로 이어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더 넓고 새로운 세상을 위한 주춧돌을 놓는데 사력을 다합니다. 카일로 렌 역시 포스틀 이용해 최고의 권력자가 되는 데 성공하지만, 그 권력욕 너머에 지배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에 불안을 감추지 못하죠.

특기할 만한 것은 자신의 숨겨진 본성과 재능을 자각함으로써 성장하는 여성 영웅과 그들에 의해 단점을 극복하고 성장할 기회를 남성 영웅이라는 구도입니다. 영화 속에서 숭고한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홀도(로라 던)와 로즈(켈리 마리 트랜)는 각각 포와 핀에게 깨달음을 선사합니다. 스스로 강력한 포스 능력자로 각성하는 레이는 루크와 카일로 렌에게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줍니다.

이 영화의 각본을 직접 쓴 감독 라이언 존슨은 이미 <브릭>(2005)이나 <루퍼>(2012) 같은 전작에서 희생을 통한 성장이란 주제를 서스펜스 넘치게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 그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합니다.

<라스트 제다이>는 줄거리만 요약하자면 기존 시리즈의 다른 영화들과 다를 바 없는 단순한 모험담에 불과하지만, 몰입도와 재미는 시리즈 전체에서 최상위권에 드는 영화입니다. 샷의 순서를 주의 깊게 배치하고, 상황에 대한 정보를 노출하는 타이밍을 조절하여 대단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채로운 전투 시퀀스와 광선검 액션 장면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수차례 반복 관람해도 재미있는 영화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 작품 역시 그런 축에 속합니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인생 캐릭터였던 배우 마크 해밀은 시리즈로 다시 돌아와 놀라운 내면 연기를 선보이며 작품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푸른 눈의 앳된 청년으로서 숱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는 오랜 죄책감과 좌절을 떨쳐내고 ‘마지막 제다이’로서 멋지게 자신의 책임을 다합니다. 레이 역의 데이지 리들리에 비해 카일로 렌을 맡은 아담 드라이버의 카리스마나 매력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그의 활약은 작품의 중심을 잘 잡아 주었습니다.

사춘기 청소년의 모험담에서 책임 있는 어른의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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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원래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는 사춘기 청소년이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벗어나서 꾸는 꿈과 같은 이야기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변방 사막 행성의 고아지만 원래는 대단한 핏줄이며 감춰진 재능 역시 뛰어난 루크 스카이워커, 껄렁한 무뢰한이지만 알고 보면 의리 있는 순정파인 한 솔로, 독립적이고 용감한 여성이라는 자의식을 갖고 있지만 낭만적인 사랑에 이끌리는 레아 공주는 각각 사춘기 청소년의 열망을 반영한 캐릭터였습니다.

프리퀄을 포함한 6편의 시리즈는 모두 이런 논리에 기반을 둡니다. 하지만, <깨어난 포스>로 시작된 이번 시퀄 3부작은 명확히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시리즈와 함께 나이 먹어 온 팬들이 어린 시절 매료되었던 사춘기의 몽상 대신, 어른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물려받은 재능이나 핏줄 같은 것 없이 스스로 개척하는 삶, 실패로부터 배우고 다시 한번 일어서는 힘,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일의 숭고함 같은 것들이 새롭게 등장한 화두입니다.

이런 선택은 개봉한 지 40년을 맞은 이 장수 시리즈에 걸맞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어릴적 맛보았던 흥분과 감동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에 맞서 자신과 다른 이들의 삶을 보살필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변화가 아쉬울 수는 있습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줬던 잊지 못할 꿈의 세계와 이별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일부 팬덤의 포털 사이트 평점 테러로까지 이어진 격렬한 반감은 좀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제국의 역습>에서처럼 획기적인 혈통의 비밀 같은 것이 밝혀지지 않는다며 비난하고, 로즈 캐릭터에 대해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욕을 서슴지 않는 그런 행동이야말로 자신들의 팬심이 미성숙한 사춘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 영화가 개척한 새로운 경이를 다시 한번 음미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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