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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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22. 개봉

올해 한국 영화 화제작 중에는 유독 범죄를 다룬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범죄 세력과 이를 일망타진하기 위해 분투하는 주인공의 대결 구도를 이야기의 큰 줄기로 삼아, 각기 적절한 양념으로 버무려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한 것이죠.

작년 말에 개봉하여 연초까지 히트했던 <마스터>, 설 연휴에 나온 <공조>, 게임을 연상시키는 색다른 설정의 <조작된 도시>, 빼어난 완성도에 비교해 흥행이 아쉬웠던 <불한당>, 여름 시즌의 다크호스 <청년경찰>, 추석 개봉작 중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범죄도시>, 그리고 최근 흥행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영화 <꾼> 등이 올해 한국 상업 영화의 큰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많지 않았던 신인급 연출자의 작품이 많았음에도, 예년보다 대중적인 상업 영화로서의 완성도가 높았다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작업 환경을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이겨낸 제작진 및 배우들의 노고는 충분히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입니다.

또 하나의 ‘조희팔’ 소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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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다단계 사업을 펼치던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이 거금을 빼돌려 중국으로 도망치자 피해자가 속출합니다. 솜씨 좋은 사기꾼 황지성(현빈)은 은퇴한 범죄자였던 아버지가 장두칠의 중국 탈출을 도왔다가 죽임을 당하자 복수를 다짐합니다. 하지만 곧 장두칠은 중국 모처에서 사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지요.

그로부터 몇 년 후, 장두칠 사건 담당 검사였던 박희수(유지태)는 장두칠이 아직 살아 있다는 소문이 계속 나돌자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나섭니다. 자신의 비선 조직인 3인방 고석동(배성우), 춘자(나나), 김 과장(안세하)을 동원하여 장두칠의 옛 측근을 밀착 감시합니다. 그 과정에서 황지성 역시 장두칠의 행방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황지성과 박희수는 합심해서 장두칠을 잡을 계획을 세웁니다.

이 영화는 <마스터>와 마찬가지로 ‘조희팔 사기 사건’을 배경으로 합니다만, 아류작은 아닙니다. <마스터>가 거물 사기꾼을 잡기 위한 활극이었다면, <꾼>이 타깃으로 삼은 것은 희대의 범죄자가 활개 치도록 방조한 부패한 사회 지도층입니다. 또한, 피해자들의 비통한 마음과 슬픔이란 문제를 잊지 않고 다루기도 합니다.

대중 영화로서 만듦새도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마스터>는 돈 많이 들인 티는 났지만, 드라마 하이라이트 편집본 같은 초중반 진행이 아쉽고 세 주연 배우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엮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장 흥미진진한 후반부 30분까지 가기가 좀 지루합니다. 반면, <꾼>은 중반부까지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제시하면서 영화적 리듬감을 비교적 잘 살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점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템 성격상 배우들의 호흡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는데, 포스터에 나온 주요 인물들 모두 가볍게 소비되지 않고 나름대로 제 몫을 해낸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오히려 평균 수준의 연기를 보여 준 현빈의 연기가 좀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특히 검사 역할로 나온 유지태의 연기는 근래 보기 드문 열연이었습니다.

그러나, 후반부로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리듬과 균형을 잃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거나 기어코 선을 넘는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생긴 의구심은 적절히 해소되지 못하고 쌓여만 갑니다. 그런데도 마지막 반전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봉합해 버리니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거죠.

효과적인 반전을 위해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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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쇼박스

마지막 반전 효과에 승부를 거는 영화는 고전적인 탐정 미스터리 소설과 유사한 전략을 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명탐정이 의외의 범인을 지목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이 주는 쾌감은 반전을 깨닫게 되었을 때의 느낌과 매우 유사하지요.

소설에서는 작가가 인물에 대한 묘사나 서술을 자의적으로 제한함으로써 독자가 진짜 범인의 모습을 제대로 알아낼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관객은 스크린에서 언제나 제작진이 보여주고 싶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찾아냅니다. 흔히 인기 미스터리 소설 원작 영화들이 원작의 ‘가림막 전략’을 그대로 따라갔다가 원작보다 못하다는 얘기를 듣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영화에서 반전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려면, 먼저 그것 없이도 이야기가 충분히 말이 되고 재미있어야 합니다. 그만큼 기본 설정과 이야기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한, 반전 이후에는 왜 이런 반전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해 관객이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최고의 반전 영화로 손꼽히는 <유주얼 서스펙트>나 <식스 센스> 같은 영화들은 모두 이런 조건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꾼>은 많이 부족합니다. 반전이 일어나기 전에는 이야기가 균형을 많이 잃은 상태이고, 반전 이후에도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꽤 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불한당> 같은 영화처럼 미리 인물의 속내를 노출해서 서스펜스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장르물을 평가하면서 단순히 다른 영화들이 했던 걸 또 하니까 문제라고 하면 안 됩니다. 공식을 지키고 익숙한 이야기거리를 모아 조금 색다르게 보여주는 것은 장르물의 숙명이자 핵심이니까요. 오히려 이런 대중 영화의 문제는 꼭 채워 넣어야 할 공식의 일부를 빼먹는 데서 나옵니다. 효과적인 반전을 위해 꼭 갖춰야 할 것들을 준비하지 못한 이 영화 <꾼>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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