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 리그 Justice Leagu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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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2017. 11. 15. 개봉

DC 코믹스는 마블과 함께 미국 슈퍼히어로 만화의 양대 산맥입니다. 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슈퍼맨과 배트맨을 내세워 슈퍼히어로 영화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여럿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라이벌인 마블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이 승승장구하면서 주도권을 빼앗겼습니다.

‘DC 확장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린 <맨 오브 스틸>과 지난해 개봉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흥행 수입은 나쁘지 않았지만 연이은 혹평을 들었습니다. 다행히 올해 개봉한 <원더우먼>이 평가도 좋고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되었죠. 그래서 <저스티스 리그>는 DC 슈퍼히어로물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슈퍼맨의 죽음 이후, 배트맨(벤 애플렉)과 원더우먼(갤 가돗)은 새로운 위협이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합니다. 이를 막아내기 위해 그들은 다른 메타 휴먼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플래시(에즈라 밀러), 사이보그(빅터 스톤) 등을 설득해 세상을 구할 새로운 팀을 구성하려 합니다.

새로운 위협의 실체인 스테픈울프는 슈퍼맨이 부재한 틈을 타 악마 군단과 함께 지구에 옵니다. 세 군데 비밀 장소에 하나씩 숨겨진 마더 박스를 탈취하기 위해서죠. 마더 박스를 모두 합치면 행성 하나를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제 배트맨과 원더우먼이 이끄는 ‘저스티스 리그’는 스테픈울프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켜야 합니다.

단순한 스토리지만, 매력 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줄거리만 보면 딱히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가볍고 단순합니다. 특별한 액션 영웅들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적과 맞서 싸운다는 것 말고 다른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압도적인 액션 시퀀스들은 인상적입니다. 도입부의 배트맨과 원더우먼이 차례로 보여 주는 액션 시퀀스, 마더 박스를 지키기 위한 아마존 전사들의 전투 장면, 등장인물 각각의 특성을 살려 스테픈울프 일당과 맞붙는 장면 등은 여러모로 관객의 기대를 충족합니다.

또한, 주요 캐릭터 소개와 그들 사이의 유대감을 지루하지 않게 보여주는 것도 장점입니다. 새로 소개하는 인물이 셋이나 되는 점은 원활한 이야기 전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물별로 핵심을 정확하게 간추리고, 그들끼리 벌이는 신경전과 감정 교류를 세심하게 매만짐으로써 전체 서사에 잘 녹여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구원한 것은 완급 조절입니다. 이렇게 뻔한 전개와 결말을 지닌 영화일수록 정해진 흐름을 적절히 지연시키면서 리듬을 만드는 도구가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여기서는 곳곳에 배치된 냉소적인 유머, 그리고 슈퍼히어로가 타인과의 관계를 재검토하는 장면들이 그런 역할을 합니다.

등장인물들은 스스로의 한계를 자조하기도 하고, 상대에게 깨알 같은 디스를 날리면서 웃음을 선사합니다. 치열한 대결을 앞두고 배치된 여러 감정씬들은 이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자기와 자기 주변을 둘러볼 시간을 갖게 하지요.

벤 애플렉과 갤 가돗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습니다. 두 사람은 각각 배트맨과 원더우먼이라는 유서 깊은 캐릭터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면서 전작보다 훨씬 편안하게 연기합니다. 앞으로 단독 작품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보여 주게 될 제이슨 모모아, 에즈라 밀러, 빅터 스톤 역시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을 확실히 관객에게 각인시켰습니다.

마블과 다른 DC, 대안은 뭘까?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마블의 슈퍼히어로물은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된 히어로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집중합니다. <엑스맨> 시리즈는 다르다는 이유로 정상인들로부터 따돌림받는 문제를 깊이 다뤘습니다. <어벤저스>에 속하는 다른 여러 히어로들도 각자의 내적 성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게다가 슈퍼히어로의 자율성 문제가 내부 분열의 씨앗이 되기도 하죠.

이런 특징은 영화라는 매체와 매우 잘 맞아 떨어집니다. 어두운 객석에서 커다란 스크린과 일대일로 맞닥뜨려야 하는 관객은 화면 속 주인공의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액션과 스펙터클 위주의 영화라도 주인공의 내적 갈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울림의 차이가 크죠.

반면, DC의 슈퍼히어로들은 좀 다릅니다. 본인의 문제도 있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더 많이 고민합니다. 그들에게 연인이나 가족, 또는 악당과의 관계는 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들이 부르짖는 ‘인류의 평화’ 역시 인간보다 더 뛰어난 메타 휴먼으로서 인류 전체와 맺는 ‘관계’의 다른 말입니다.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의 고민은 본질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문제는 영화가 관계를 보여 주기에 적합한 매체가 아니라는 겁니다. 장편 소설이나 그래픽 노블, TV 시리즈 같은 다른 매체가 훨씬 더 나은 선택입니다. 주인공이 여러 인물과 맺는 관계의 양상을 시간을 갖고 입체적으로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DC 코믹스 기반 영화들이 마블의 영화들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태생적인 ‘다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DC는 자신들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나마 <저스티스 리그>는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하고 팀을 결성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관계의 문제를 다루기 편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나올 캐릭터별 단독 작품입니다.

여기에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 배트맨 시리즈나 <다크 나이트> 3부작은 관계의 문제에서 비롯된 슈퍼히어로의 실존적 고민을 성공적으로 담아낸 적이 있으니까요. 과연 DC의 새로운 해법이 어떨지, 그 실체는 내년에 공개될 <아쿠아맨>에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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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주셨군요! 저는 워너의 조급함이 이해가 안갑니다. 왜 진득하게 세계관을 구축하지 않고 이렇게 급하게 종합판을 만든 것일까요. 인물 소개하다 끝나는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개가 안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1. 캐릭터 소개하다 끝난 것 같다고 하신 것은 좋은 지적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대중적인 액션물에 기대할 수 있는 쾌감은 어느 정도 줬거든요. 여전히 손발이 오글거리는 장면도 있지만요. 작년의 [배대슈]의 지루함과 이도저도 아니었던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비하면 ‘정상적인’ 영화라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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