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빙 빈센트 Loving Vincen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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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씨네마(주)

2017. 11. 9. 개봉

빈센트 반 고흐는 강렬한 예술혼을 불태운 그림들로 유명합니다. ‘본 대로 그린다’는 인상주의의 대의는 그에 이르러서 만개했고, 이전까지 소재나 주제에 종속됐던 회화의 색채와 질감 같은 시각 요소들은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고흐의 삶과 예술은 생전에는 전혀 이해받지 못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상처 입기 쉬웠던 그의 내면은 종종 주위 사람들과 불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곤 했지요. 그가 가장 크게 의지했던 것은 동생 테오였습니다. 테오는 형 빈센트의 그림 작업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고, 숱한 편지를 교환하며 마음을 나눴습니다.

<러빙 빈센트>는 고흐의 명작들을 애니메이션의 배경과 인물로 재창조한 유화 애니메이션입니다. 고흐가 권총 자살한 지 1년 후, 고흐와 친밀하게 지냈던 아를의 우체부 조제프 룰랭은 아들 아르망에게 고흐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건넵니다. 그것을 파리에 사는 동생 테오에게 전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요.

아르망은 내키지 않았지만, 그들 가족의 친구이기도 했던 고흐의 일이었기 때문에 길을 떠나기로 합니다. 파리로 가서 수소문해 보니 테오 역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아르망은 편지를 전할 만한 사람을 찾기 위해 고흐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오베르로 향합니다.

오베르는 고흐가 정신병원 퇴원 후 두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70여 점의 그림을 그리며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운 곳입니다. 아르망은 권총 자살을 한 고흐의 최후에 관해 점차 의문을 갖게 되고, 고흐와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과연 진실은 무엇이었는지 되짚어 봅니다.

스크린으로 보는 고흐의 명작들

영화가 시작하면, 고흐의 걸작 <별이 빛나는 밤>의 풍경이 실제 캔버스 비율의 스크린에서 움직입니다. 또한, 화집에서나 보던 <주아브 병사>, <우체부 조제프 룰랭> 등이 생명을 얻어 살아 숨 쉬지요. 이런 모습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 구석이 아련한 감동으로 물듭니다.

원작의 색채와 질감이 원체 뛰어나기도 하지만, 이것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 위해 100명 이상의 직업 화가들이 쏟아부었을 정성이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2년 동안 고흐의 여러 원작을 모사하여 원화만 1200장, 동화는 6만 장 이상 그려낸 그들의 노력이 오롯이 담겨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큰 가치를 지닙니다.

아르망이 고흐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식의, 전형적인 미스터리 플롯을 채용한 각본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의 권총 자살에 대한 상식적인 의문을 거론하면서, 만약 타살이었다면 용의 선상에 오를 만한 인물이 누구인지 관객 스스로 가늠해 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아르망의 여정이 편지 전달에서 고흐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파헤치는 쪽으로 바뀌는 지점, 그리고 고흐의 삶과 예술을 다시금 음미하게 하는 결말 부분의 처리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아버지 룰랭을 포함하여, 극 중에서 아르망이 만나는 인물들은 모두 고흐 생전에 그림 모델이 되어 주었던 사람들입니다. 고흐의 성격이 수줍음이 많고 내향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대부분 고흐를 이해하는, 우호적인 사람들로서 그가 그림으로 남기고 싶어했던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인물화 모델이었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고흐의 모습을 재구성한다는 발상은 그런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예술가의 숙명이 주는 감동

예술가의 삶은 지난한 여정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무언가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삽니다. 또한, 그것이 자기 삶의 유일한 의미이자 숙명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세상의 인정을 받기는커녕 일말의 진심 어린 이해조차 받기 힘듭니다. 돈과 명예가 따르는 세속적 성공을 거두기 전까지는요. 성공의 기회 또한 한정돼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예술가는 죽을 때까지 빛을 못 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자신의 숙명을 온전히 받아들입니다. 그들의 재능이란 특별한 비전이나 기술적 우월함만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남들이 미친 짓이라고 비웃는 길을 흔들리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바보스러울 정도의 꿋꿋함 역시 그들이 갖춘 특출한 재능입니다.

영화 <라라랜드>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주제가 <Audition(Fools Who Dream)>은 바로 이런 예술가들의 운명에 대한 송가이자, 그들의 눈물어린 다짐을 담은 노래로서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고흐는 예술가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인생과 세상에 대한 열정을 오롯이 그림으로 담아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자신의 길을 계속 갔지요. 동생 테오가 자기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도와야 했을 정도로 생활 능력도 없고, 정신적으로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말입니다.

고흐의 삶이 주는 감동은 이렇게 자신의 비전을 표현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모습에서 나옵니다. 그가 사후 10년이 넘어서야 뒤늦게 주목받은 것은 화가 개인으로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후세 사람들이 그의 꺼지지 않는 예술혼과 숙명적인 삶을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했습니다. <러빙 빈센트>는 바로 그런 기회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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