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17] 인 더 페이드 Aus dem Nicht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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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를 잃은 한 여성이 있습니다. 카티야(다이앤 크루거)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터키계 남편 누리, 귀여운 아들 로코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카티야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발생한 불의의 폭탄 테러 때문에 누리와 로코가 즉사하고 맙니다. 절망에 빠진 카티야는 이것이 인종 차별에 기반을 둔 혐오 범죄임을 직감합니다.

이 영화는 2011년에 밝혀져 독일 사회에 큰 파문을 던진 극우 조직원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들은 2000~2007년 사이에 케밥을 팔던 외국인(터키계 8명, 그리스계 1명)을 살해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독일 및 유럽 전역에서 외국인 혐오 정서가 득세하고 있는 상황은 이 영화에 동시대성을 충분히 부여합니다.

사건 전후, 사법 절차, 판결 이후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구성된 이 작품은 할리우드식으로 만들었다면 사법 정의가 실현되는 정의의 서사가 되었거나 흔한 개인적 복수극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카티야의 내면 풍경을 찬찬히 따라잡으며 독일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과 사법 체계의 한계를 낱낱이 보여 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가 바라는 전형적인 독일 여성의 삶을 살아왔다고는 볼 수 없는 카티야와 쿠르드계로서 한때 마약 거래에 손댄 적도 있는 누리의 이력은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감독 파티 아킨은 터키계 독일인들의 삶을 다룬 <미치고 싶을 때>(2004)로 베를린 황금곰상, <천국의 가장자리>(2007)로 칸 각본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던 감독입니다. 극단적인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는 인물들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특유의 스타일은 이 영화에서도 돋보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아니라 카티야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격랑을 훨씬 더 많이 활용합니다. 카티야 역을 맡은 다이앤 크루거는 섬세한 내면 연기로 관객의 가슴을 울리는 순간을 여럿 선보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상처받기 쉬운 마음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순간들을 보여 주는 클로즈업은 이 영화의 가장 빛나는 성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열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국가

국가나 지역 공동체는 공동체의 분열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뻔히 존재하는 현실의 차별과 혐오를 공식화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작년에 있었던 강남역 살인 사건을 두고 수사 당국이나 언론에서는 법조계나 범죄학자들의 ‘(용어의 정의상) 여성 혐오 범죄라고 볼 수 없다’는 발언을 지속해서 인용하며 갈등을 봉합하려 했던 것이 그 좋은 예입니다.

영화 속에서 카티야가 겪는 가장 큰 불행은 그녀가 명백한 인종 차별 범죄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그것을 공식화하고 쟁점으로 만드는 데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데 있었습니다. 갈등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 대신 이렇게 봉합하고만 결과는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오늘날 유럽 각국에서 외국인 혐오와 차별 정서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 더 페이드>는 올해 칸 영화제에서 여자연기상을 받은 작품으로, 내년 아카데미 영화제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독일 대표로 출품되기도 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되었으며, 18일 오후 4시와 20일 오후 4시 상영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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