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골든 서클 Kingman: The Golden Circl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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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2017. 9. 27. 개봉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지난 2015년에 개봉했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색다른 첩보 조직 ‘킹스맨’의 일원이 되는 청년 에그시의 성장을 다룬 영화였습니다. 돈도 배경도 없는 노동자 계층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에 참신한 액션 장면들이 더해지면서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큰 화제가 된 바 있지요.

이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은 2년 만에 돌아온 후속편입니다. 킹스맨의 일원으로 자리 잡은 에그시(태런 에저튼)는 전편에서 자신과 함께 킹스맨이 되기 위해 경쟁했던 찰리의 습격을 받습니다. 긴박한 추격전 끝에 간신히 그의 공격을 따돌린 에그시는 일상으로 복귀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킹스맨 조직은 기습 공격을 받아 완전히 궤멸합니다.

이는 전 세계 마약 판매망을 좌지우지하는 포피(줄리앤 무어)의 소행이었습니다. 겉으로는 나긋나긋해 보이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그녀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미리 손을 써 둔 것입니다. 한편, 에그시는 간신히 살아남은 멀린(마크 스트롱)과 함께 ‘킹스맨 최후의 날’ 규정을 확인하고, 그 지시에 따라 미국 켄터키에 있는 형제 조직 ‘스테이츠맨’을 찾아갑니다.

전작과는 다르지만, 재미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인물의 성장 서사와 계급 갈등 요소가 빠지면서 전형적인 할리우드 모험물로 장르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등장인물의 필요와 욕구에 따라 사건이 진행되는 대신, 할리우드 영웅 서사의 플롯에 맞춰 사건이 진행됩니다. 그래서 전작에 비해 다소 뻔하게 느껴지거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상황과 액션을 지속해서 등장시키며 즐거움을 주는, 모험물의 미덕에 충실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매튜 본 감독의 인장과도 같은 B급 감성은 이번 영화에서도 넘칩니다. 포피의 은신처를 장식하는 미국 50년대 스타일의 인테리어, 자기 자신을 연기한 유명 가수 엘튼 존의 우스꽝스러운 열연, 곳곳에 깨알같이 배치된 적나라한 유머 같은 것들이 그런 예입니다.

전작에서 보여 준 특유의 기법을 그대로 활용한, 다채로운 액션 장면들이 주는 쾌감 역시 대단합니다. 전작보다 액션 시퀀스의 규모가 커졌고 길이도 꽤 길기 때문에 여기에 초점을 두고 보는 관객들이라면 대부분 만족할 것입니다.

배우들의 개성이 잘 드러난 것도 돋보이는 점입니다. 한결 여유로워진 태런 에저튼, 여전히 환상적인 옷맵시와 액션 실력을 보여 준 콜린 퍼스,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선사하는 마크 스트롱, 악녀 연기를 한 치의 어려움 없이 해 보인 줄리앤 무어, 스테이츠맨의 정예 요원 위스키 역할을 멋지게 해낸 페드로 파스칼 등이 빛납니다.

다만, 예전부터 매튜 본 감독 영화에서 자주 드러났던, 사람의 신체를 대상화하는 태도는 논란거리입니다. 다양한 신체 훼손 장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심지어 경쾌하게 보여 주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죠. 이것을 ’길티 플레저’를 자극하는 요소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그저 감독의 악취미처럼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번에 여성 혐오 논란을 부른 장면도 사실은 감독의 이런 스타일에 대한 거부감이 표현된 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추석 극장가의 예고된 승자, 결과는?

전작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를 요약하는 말이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였다면, 이번 영화의 주된 테마는 ‘보이지 않는 것에 주의하라’ 라고 할 수 있습니다. 킹스맨 조직이 기습에 당한 것도, 사람들이 포피가 마약에 첨가한 물질에 중독된 것도 모두 보이지 않는 것들 때문이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킹스맨 역시 눈에 띄지 않게 숨겨진 추적기를 활용하거나, 겉으로는 알 수 없었던 인물의 속내를 감지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영화 속에서 킹스맨과 포피가 일으키는 가치 충돌 역시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의리와 믿음, 서로를 위한 희생이 킹스맨의 가치라면, 포피는 눈에 보이는 성과로 연결되는 효율성과 무오류를 추구합니다. 킹스맨에게 동료들은 필수적이지만, 포피에게 인간은 믿을 수 없고 나약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이 두 가지 상반된 가치의 대립은 포피의 은신처에서 벌어지게 되는 화려한 액션 시퀀스에 집약돼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영화는 한국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장르적 완결성이 높은 각본, 화려하고 세련된 볼거리, 빵 터지게 만드는 유머, 인간미를 소중히 하는 태도, 그리고 아는 척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미권 문화 요소들(데이팅 앱으로 유명한 틴더를 활용한 개그나 엘튼 존이란 가수의 상징성 같은)까지 다 들어 있는 종합 선물 세트입니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유례없이 긴 이번 추석 연휴의 최강자가 될 것 같습니다. 개봉 첫날이었던 27일에 4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이날은 통상적으로 관객 수가 1.5배 정도 많이 잡히는 ‘문화가 있는 날’이었기 때문에 28일과 29일 관객은 30만 명대 초반에 머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보통 주말과 연휴에는 평일 관객의 두 배가 들어오기 때문에, 추석 연휴가 끝나는 시점에는 600만~700만 고지에 무난히 오를 것이 예상됩니다. 긴 추석 연휴 기간에 대부분의 성인 관객들이 이 영화는 기본으로 보고, 나머지 영화 중에서 추가로 볼 작품을 결정하게 된다는 얘기죠. 만약 그 정도로 선전한다면,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로는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달성하는 데 성공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미리 영화를 본 기자나 평론가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합니다. 초기 관객들의 평도 다소 엇갈리는 것 같습니다. SNS 일각에서는 감독의 취향을 못마땅해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킹스맨: 골든 서클>이 과연 이런 장애물들을 넘어서서 어느 정도까지 흥행할 수 있을지, 또 2위 자리는 어떤 영화에 돌아갈지 지켜 보는 것은 이번 연휴 극장가의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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