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쏘아 올린 기적 Ya Tayr El Tay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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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로스페이스

2017년 8월 17일 개봉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는 이제 전 세계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재능말고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평범한 사람이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고 스타로 거듭나는 인간 승리의 스토리에 사람들은 열광합니다.

아랍권도 예외는 아니어서 미국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을 본뜬 <아랍 아이돌>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2013년에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탈출을 감행한 참가자 무함마드 아사프가 우승하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물론이고 아랍권 전역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영화 <노래로 쏘아 올린 기적>은 그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나고 자란 아사프는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10대 시절부터 기타를 잘 치는 누나와 함께 친구들을 모아 밴드를 결성하고, 제대로 된 악기를 구하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았지요. 우여곡절 끝에 악기를 구하고 음악적 가르침을 받으며 차츰 성장한 이들은, 동네 결혼식 행사 등에 불려 다니기도 하며 연주를 계속합니다.

그런데 그의 정신적 버팀목이었던 누나가 연주 도중 쓰러지는 일이 생깁니다. 병원에서는 신장이 매우 좋지 않다는 진단을 내리고, 이른 시일 내에 신장 이식을 받을 것을 권유합니다. 하지만 아사프의 가족에게는 그럴 만한 돈이 없습니다. 정기적으로 투석을 받으며 버티는 누나를 위해 아사프는 돈을 구할 방법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합니다.

두 차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감독

이 영화의 감독 하니 아부-아사드는 팔레스타인 감독으로서 연출작인 <천국을 향하여>(2005)와 <오마르>(2013)로 두 차례나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두 작품 모두 아이러니한 비극을 겪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담아낸 수작이었지요.

무함마드 아사프의 실화를 소재로 한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특징은 두드러집니다. 아사프의 어린 시절을 보여 주는 초반부와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된 그가 택시 기사로 일하는 중반부는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과 지속적인 공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 지구의 풍경으로 가득합니다. 촬영이 허가된 단 3일간,  최대한 많은 것을 담기 위해 동선을 짜고 그에 어울리는 극적 상황을 설정한 결과입니다. 철조망과 공슴으로 무너진 건물들 사이를 건너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분투하는 무함마드와 친구들의 모습은 전작에 나왔던 청년들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아역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이는 초반부가 가장 인상적입니다. 분량상으로는 전체 영화의 3분의 1 정도만을 차지하지만,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극 중 아사프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열정의 근원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알 수 있지요.

그에 비하면 성인이 된 시점으로 건너뛰어 오디션에 참가하고 우승하는 과정을 다루는 중반부와 후반부는 갈수록 긴박감이 떨어지고, 묘사도 평면적인 편입니다. 아사프가 직접 겪은 실화지만 워낙 운이 좋았던 특수한 경우라서 개연성 있는 사건 전개보다는 ‘알라가 도우셨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때가 많습니다. 오디션 경연 장면들도 당시의 실황 중계와 그것을 TV로 시청하던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반응을 번갈아 가며 보여 주는 식으로 단순하게 처리된 편입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영화 전편에 흐르는 아랍 대중가요입니다. 아랍 국가를 여행하다 보면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꾸란 암송을 연상시키는 발성에 특유의 이국적인 리듬감을 지닌 노래들이죠. 영화 초반에는 무척 생경해서 과연 주인공이 노래를 잘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분간할 수조차 없지만, 끝날 때쯤 되면 저절로 리듬을 타게 될 정도로 익숙해집니다.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 아무것도 꿈꿀 수 없는 팔레스타인의 현실, 오디션 스타로서의 부담감과 기쁨 등을 표현하는 음악들이 영화 내내 끊임없이 흘러 나오거든요.

팔레스타인에게 <아랍 아이돌>이란

오디션 프로그램은 특출한 재능과 그에 걸맞은 노력만 있으면 부와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 준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적 경쟁 체제와 이념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2000년대를 전후해서 자본주의의 본산인 영미권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후 점차 세계적인 예능 트렌드로 자리잡았는데,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체제가 급속히 확산된 것이 이 기간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예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오디션 최종 승자를 비롯한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무함마드 아사프의 경우에도, 그가 목숨을 걸고 탈출해서 자기 혼자 성공한 것이지 가자 지구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이득을 가져다 주지는 못했습니다. 여전히 가자 지구의 주민들은 이스라엘이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다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아사프의 선전에 열광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김연아 선수 같은 걸출한 스포츠 스타가 전 국민의 성원을 받으며 대회에 나섰을 때처럼, 그의 본선 경쟁 과정을 시청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TV로 그 장면을 지켜본 것입니다. 아사프의 우승은 이스라엘로부터 받은 기나긴 압제의 역사를 겪었고,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가난과 억눌린 분노 속에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 주었습니다.

<노래로 쏘아 올린 기적>은 감독의 전작들처럼 잘 만든 축에 속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이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진실한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 끝에 나오는, 아사프가 우승할 당시에 신나게 환호하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유난히 안쓰럽고 가슴이 먹먹했던 것은 그런 감독의 진심이 조금이나마 전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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