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종의 전쟁 War for the Planet of the Ape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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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2017. 8. 15. 개봉

할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를 보러 가는 관객이라면 무더위를 날려 버릴 만한 쾌감을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본을 투입하고 웬만하면 평균은 가는 재미를 선사하던 할리우드가, 이번에는 또 어떤 거로 즐거움을 줄까 궁금해하면서요.

이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앞서 개봉한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과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에 이은 새로운 <혹성탈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

2편의 시점에서 2년의 세월이 지난 후, 시저(앤디 서키스)가 이끄는 유인원들은 숲속 요새에 은거하며 인간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어느 날, 치열한 전투 끝에 특수 부대의 공격을 물리친 유인원들은 시저의 지시에 따라 포로로 잡힌 인간 병사를 풀어 줍니다.

하지만 시저가 베푼 호의는 오히려 특수부대 지휘자인 대령(우디 해럴슨)이 기습할 기회를 허용합니다.  대령의 공격에 가족과 동료를 잃은 시저는 분노를 감추지 못합니다. 이제 그는 자신의 복수를 완수하고, 유인원들을 새로운 터전으로 무사히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1편과 2편에 비해 인간의 비중이 좀 더 줄어들고, 유인원들 사이의 교감과 연대에 더욱 주목한 것이 이번 3편의 특징입니다. 시저를 중심으로 더 단단하게 결속된 유인원들은 갖은 고초에도 절망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여 줍니다.

2편에 이어 연출을 맡은 감독 맷 리브스는 이번에는 각본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는 2편에서와같이 시저에게 셰익스피어 희곡의 주인공과 같은 내적 갈등을 부여합니다. 또한, 성서의 모세처럼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동족을 구출하는 여정을 겪게 하지요. 대령 역시 코폴라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 큰 영향을 미친 소설 <암흑의 핵심>의 중심인물 커츠를 연상시키는 인물로 만들어 놨습니다.

이렇게 서구 문학 전통의 인간형을 적극 활용할 뿐만 아니라,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 역시 문학적입니다. 의미심장한 대사를 활용하고, 물 밑에서 벌어지는 캐릭터들 간의 감정 교류, 그리고 시저의 심리 묘사를 중요시합니다. 그러다 보니 여름 블록버스터에 기대할 만한 볼거리는 별로 없는 편입니다. 그나마 유인원을 세밀하게 재현한 CG 기술력이 좋고, 앤디 서키스를 비롯한 유인원 역할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것이 볼 만합니다.

신화적 캐릭터, 지루한 이야기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이야기로서 재미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주인공 시저가 중요한 순간마다 내리는 결정은 극의 방향을 좌우하지만, 정말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그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서 문제를 키울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잘 하려고 발버둥 치는데도 일이 꼬이고 상황이 어려워져야 인물에 대한 연민도 생기고 감정 이입이 가능해지는 것인데, 이 영화의 각본은 그럴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그저 정해진 줄거리를 따라 결말을 향해 ‘장엄하게’ 나아갈 뿐이죠.

시저의 반대 세력인 대령과 그의 부하들도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그들을 물리치기가 쉽지 않게 보여야 탈출의 쾌감도 커지는 법인데, 대령의 부대는 규모도 작을뿐더러 감시도 허술합니다. 또한 시저와 유인원들은 자신의 힘으로가 아닌, 다른 인간 전투 부대나 눈사태 같은 외부적 요인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하지요. 누구나 시저와 유인원들이 당연히 살아남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결말에 이르는 과정까지 심심하니 흥미로울 수가 없습니다.

신화가 오랫동안 인류의 사랑을 받아 온 이유는 원형적인 상징을 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신화 속 이야기들은 재미가 있습니다. 인물의 선택과 행동은 그 상황에서는 누구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필연적입니다. 또한, 그 행동의 결과는 다음 상황을 만들어 내는 원인이 되어 연쇄적인 사건의 흐름을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잘 짜여 있기 때문에 기억하기 쉽고, 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도 쉬웠던 것입니다.

이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잘 알려진 신화적 모티프를 따오기만 했을 뿐, 이야기로서의 재미를 구현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뭔가 의미는 있는 것 같지만 무척 지루합니다. 2시간 20분 동안 시원한 극장에 앉아 나름의 의미를 곱씹어 보기만 하는 것에 만족한다면 모를까, 표값에 걸맞은 쾌감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대부분 실망할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한 달 이상 먼저 개봉한 미국에서 제작비 1억 5천만 불에 조금 못 미치는 흥행 수입을 올리며 부진했던 것이나, 우리나라 극장가에서도 생각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흥행을 노리는 상업 영화라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필수라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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