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홈커밍 Spider-Man: Homecoming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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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픽쳐스

2017. 7. 5. 개봉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엑스맨> 시리즈와 더불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이전에 가장 성공한 마블 코믹스 출신 슈퍼히어로 영화였습니다.

샘 레이미가 만든 <스파이더맨> 3부작은 성장물이자 멜로물로서의 재미, 화려한 볼거리를 갖춘 수작들이었고, 리부트되어 2편까지 나왔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도 로맨스가 다소 강조된 측면은 있지만 여전히 화려한 액션 장면을 선보이며 그럭저럭 기대에 부응한 편이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리부트된 <스파이더맨: 홈 커밍>은 MCU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파이더맨 단독 작품으로서, 아직 어리고 미숙하지만 의욕 넘치는 피터 파커(톰 홀랜드)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몇 개월 전, 피터 파커(톰 홀랜드)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호출을 받고, 어벤저스 멤버들끼리 대결을 벌였던 ‘시빌 워’에 참가하여 얼떨결에 활약을 펼친 바 있습니다. 그 때의 흥분과 설렘을 잊지 못하는 피터는 또 다시 출동할 날만을 기다리지요.

하지만 기다리는 연락은 오지 않고, 피터는 학교에서 괴짜 취급을 받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뉴욕 도심의 ‘이웃집 슈퍼히어로’로서 소소한 사건들을 처리하며 조바심을 달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는 괴력을 발휘하는 무기들이 암거래 된다는 사실과 이를 배후 조종하는 악당 벌처(마이클 키튼)의 존재를 알게 되지요.

인상적인 도입부와 결말

핸드폰 녹화 영상을 활용한 현란한 리듬감이 돋보이는 영화의 도입부는, 피터의 설렘과 기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며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을 경쾌하게 알립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그와 반대로 녹록치 않은 현실 앞에 조금씩 자신감을 잃어가는 피터의 모습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지요. 이렇게 초반부터 관객의 시선을 단단히 붙듭니다.

결말 부분도 훌륭합니다. 후반부로 접어드는 전환점과 절정 부분, 그리고 엔딩까지 단숨에 밀어붙이는 힘이 좋습니다. 이는 반전의 등장과 함께 극에 대한 집중도가 확 높아지고, 절정부에서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피터 파커가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긴 부분을 차지하는 중간 부분이 좀 아쉽습니다. 피터의 학교 생활과 벌처 패거리에 대한 추적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종종 늘어진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워싱턴 기념탑 액션, 층고가 낮은 교외 주택가에서의 추적 씬, 최신 기능이 적용된 수트 등 이전의 스파이더맨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요소들이 나름의 볼거리를 주긴 하지만, 이전 시리즈들이 보여 준 시각적 쾌감에는 못 미칩니다.

피터 파커가 맞이할 역설적인 운명을 관객들이 극의 중간쯤에서 미리 알게 하여 긴장감을 높이는, 좀 더 고전적인 방식으로 플롯을 짰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그랬다면 피터 파커의 학교 생활과 고독한 추적 과정 사이의 연관성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좀 더 짜임새 있는 전개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주연을 맡은 톰 홀랜드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주역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고, <더 임파서블>에서 나오미 왓츠의 아들 역할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준 바 있는 영국의 차세대 배우입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이어 두 번째 스파이더맨 연기를 하게 됐는데, 인정 욕구 강한 새로운 피터 파커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지금 당장 모두에게 인정 받고 싶다는 마음을 품지만 그것을 억눌러야 할 때, 최선을 다했으나 일이 자꾸만 꼬여갈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로 결심하는 순간 등 캐릭터의 핵심을 인상적으로 표현한 것이 돋보입니다.

팀 버튼의 <배트맨> 영화에서 배트맨 역할을 맡았던 마이클 키튼은 악당 역할로 슈퍼히어로 영화에 복귀했습니다. 그가 맡은 아드리안 툼즈-벌처는 스파이더맨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토니 스타크의 대척점에 서 있는 백인 장년 남성으로서, 피터 파커가 극복해야 할 기성 세대의 또 다른 전형을 보여 줍니다. 출연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고등학생인 피터 파커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젊은 세대의 진정한 성장

젊은 세대는 기성 세대들이 규정한 틀에 갇혀 있기가 쉽습니다. ’자기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나름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관과 사고 방식을 깊숙히 내면화하고 있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대부분이 기존 체제로부터 인정을 받기를 원하고, 그를 바탕으로 해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어떤 체제나 조직이든 가장 인정받고 성공하는 사람들은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만 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주어진 규칙을 넘어서서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간 사람들이 가장 큰 보상을 얻습니다. 미국의 IT 업계가 그 좋은 예입니다. 자신의 삶을 정해진 코스대로 따라간 모범생들보다는,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같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성공 방정식을 풀어낸 사람들이 더 큰 혁신을 일으키고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영화의 피터 파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멘토인 토니 스타크가 설정한 틀 안에서만 행동했지만, 결국 그가 더 발전하고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는 그 틀을 깨고 자기 길을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피터가 토니의 만류에도 벌처를 추적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기성 세대가 부여한 편의를 상징하는 새 수트의 도움 없이도 자신의 임무에 헌신하며, 가족의 안위를 생각해서 조용히 있으라는 벌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싸움에 나서는 모습은 이런 식의 ‘성장’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 줍니다. 엔딩 장면에서 피터가 내리는 결정은 그런 맥락에서 보면 아주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전의 시리즈들이 이미 나름의 성과와 볼거리를 탄탄하게 구축한 상태에서 리부트되었지만,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그에 굴하지 않고 ‘기존의 가치관과 사고 방식을 뛰어넘은 젊은 세대의 성장물’로서 색깔을 확실히 보여 줍니다. 이전 시리즈들에 비해 볼거리는 덜하고 다소 지지부진한 전개를 보인 것은 아쉽지만, 새롭게 돌아온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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