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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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17. 5. 2. 개봉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지난 2014년에 나왔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마블의 수퍼 히어로물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고 참신한 영화였습니다. 일단 줄거리부터가 다릅니다. 도둑-암살자-현상금 사냥꾼 등 ‘영웅’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 의도치 않게 서로 엮이고, 그저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싸우다 보니 우주를 파멸의 위기에서 구하게 된다는 식이니까요. 흥겨운 70년대 팝 음악이 빼곡히 들어 찬 OST 역시, 적재적소에 기발한 방식으로 활용되면서 다른 영화와 차별화된 독특한 재미를 선사하였습니다.

이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그 후속작으로서 3년만에 나온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전편을 정말 재밌게 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또 어떤 즐거운 장면과 음악들을 선사할지 기대가 컸지요.

시작은 좋았습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기발한 프롤로그, 사소한 데 목숨 거는 주요 인물들의 투닥거림, 잘 찍은 액션 시퀀스들이 꽤 만족스러웠거든요. 또한 화려한 색감과 준수한 디자인을 선보인 미술 부문도 여전히 돋보였습니다.

하지만 피터 퀼(크리스 프랫)의 친부 에고(커트 러셀)가 등장하면서 영화가 약간 늘어지기 시작합니다. 말로만 듣던 외계인 친부를 만난 피터는 모든 것이 설레고 마냥 신기합니다. 심지어 에고는 마블 세계관에서 신적인 존재로 통하는 셀레스티얼 일족으로, 자기만의 행성을 가지고 있을 정도의 능력자였거든요.

피터가 가모라(조 살다나),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와 함께 에고의 행성으로 떠나고, 로켓(브래들리 쿠퍼)은 우주선을 수리하기 위해 베이비 그루트(빈 디젤)와 남으면서 이야기는 두 줄기로 나뉩니다. 이 때부터 영화는 양쪽 상황을 번갈아 보여 주면서 진행되는데,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넘어갈 때 장면 전환 방식이나 이야기 연결이 썩 매끄러운 편은 아닙니다.

또한 클리셰로 가득한 피터와 에고 쪽 라인보다는, 로켓과 베이비 그루트가 피터의 옛 두목인 욘두와 얽히면서 교감을 나누고 액션을 펼치는 쪽이 훨씬 더 볼 만합니다. 이런 불균형 때문에 영화가 에고 행성 쪽으로만 넘어가면 흐름이 계속 끊기는 것처럼 느껴지지요.

감독 제임스 건이 또 다시 70년대 팝에서 공들여 선곡한 OST도 노래 자체는 괜찮은 곡들이 많지만, 프롤로그와 엔딩 시퀀스를 제외하고는 딱히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진 못합니다. 에고가 피터의 어머니가 좋아했던 노래 가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장면들도 있는데, 딱히 새로운 정보를 주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서 개인적으로 제일 별로였던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후반부는 이런 아쉬움을 대부분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특히 등장 인물들 각자가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한 끝에 그것을 뛰어넘고, 이를 통해 멸망의 위기에 처한 우주를 또 한 번 구해내는 과정은 전편보다 훨씬 가슴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이 독특한 영웅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문제의 근원에는 가부장의 횡포와 가족주의의 그늘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후반부에 접어들어 본색을 드러낸 에고는 피터에게 자기 뜻을 따를 것을 강요하면서 패악을 부립니다. 가모라는 네뷸라가 자기를 미워하는 이유가 둘을 무한 경쟁으로 몰아간 타노스의 잔인한 처사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로켓과 드랙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전자 재조합으로 만든 실험체로서 가혹한 대접을 받았던 로켓은 가족의 부재로 인해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게 된 컴플렉스 덩어리이고, 매번 엉뚱한 소리를 늘어 놓으며 산통을 깨고 다니는 드랙스 역시 죽은 아내와 딸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지요.

가족은 개인을 양육하고 사회화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입니다. 부모들은 자녀가 다 자랄 때까지 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종종 많은 부모들은 이러한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불성실한 양육 태도를 보이거나,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자녀의 인생에 개입하는 등 잘못된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성장기 아이들이 보이는 문제 행동들도 알고 보면 대부분 양육자와의 관계가 뒤틀려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자식과 아내에게 제멋대로 행동하는 폭력적 가부장의 존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행의 씨앗이 돼 왔습니다. 영화 속에서 자기 멋대로 우주 곳곳에 자신의 씨앗을 뿌려 놓고, 한참 동안 나몰라라 하다가 갑자기 아버지라며 나타나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에고의 모습은 문제적 가부장의 모습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 혹은 가족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끌어안고 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한 선택도 불행한 과거를 곱씹으며 남 탓을 하거나 화를 내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위험에 처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연대 의식을 발휘했고, 자기 희생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냅니다.

무적의 핏줄을 이어 받았으면서도 그것에 기대어 뭔가를 해 보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동료들과의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피터의 모습은 꽤 의미심장합니다. 제다이로 표상되는 선택 받은 자, 그리고 혈연의 문제가 이야기의 핵심 열쇠가 되는 <스타워즈> 시리즈와는 달리, 피를 나눈 부모 형제가 아닌 누구와도 연대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니까요.

지나간 과거를 극복하고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은, 이렇게 자기와 동고동락하며 힘을 불어 넣어 주었던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지지를 표시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관심과 사랑을 다른 이들을 위해 베푸는 일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다소 어수선하고 늘어지는 가운데서도 이러한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애씁니다. 그 노력이 바로 이 시리즈의 매력 포인트이자, 다음 편도 보고 싶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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