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 오브 마인 Land of Min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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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더스

2017. 4. 6. 개봉

2차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전쟁 초기인 1940년, 덴마크를 점령하고 자신들의 지배 하에 두었습니다. 그런 다음 덴마크 서해안에 무려 220만개의 지뢰를 매설하여 연합군의 상륙에 대비했죠. 하지만 연합군은 이쪽에 발을 들여 놓지 않았고, 지뢰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 방치되었습니다.

이 영화 <랜드 오브 마인>은 2차대전 종전 직후 지뢰 제거 작업에 나선 덴마크 정부가 수천 명의 독일 전쟁 포로들을 강제 동원한 사실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칼 라스무센(롤랜드 묄러)은 덴마크 군 중사로서 패잔병이 된 독일 병사들에게 과도한 증오심을 갖고 있습니다. 사소한 트집을 잡아 마구잡이로 폭력을 휘두를 정도죠.

해변에 있는 4만 5천개 가량의 지뢰를 제거하는 임무를 맡게 된 그는 독일군 포로들을 배정받습니다. 이들은 간단한 지뢰 제거 교육만을 받고 온 10대 소년 병사들입니다.

처음에 칼은 이들에게 기본적인 지뢰 탐지 기술만을 가르쳐 주고 작업을 독려할 뿐, 아무런 감정 없이 대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제대로 된 음식도 배급받지 못하고, 덴마크 사람들로부터 온갖 멸시와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마음을 고쳐 먹습니다.

이 영화는 특별한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담백한 전개를 취하는 쪽입니다. 독일 소년병들이 지뢰 제거 작업에 투입된 후부터 그것을 마무리할 때까지의 기간 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찬찬히 따라가지요. 덴마크 출신의 감독 마틴 잔드블리엣은 지뢰 해체 작업이 주는 긴장감, 예기치 못한 폭발 사고의 충격,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소년병들에 대한 연민 같은 감정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은 숙련된 작업자라 할지라도 만에 하나 있을 폭발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소년병들이 지뢰를 만지는 장면도 그렇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게 됩니다. 지뢰의 뇌관을 제거할 때 나는 금속성 소음을 도드라지게 강조한 사운드 믹싱은 이런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지뢰 폭발로 인한 덧없는 죽음의 풍경들은 사고 전후의 상황들과 맞물리면서 한층 참담하게 느껴집니다. 끔찍한 부상을 입거나 산산조각이 나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소년병들의 시체는 고국에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해맑은 모습들과 대비되면서 비극적인 느낌을 더하지요.

관람 전에는 독일군 병사들을 피해자로 그린다는 점 때문에 나치 독일의 전쟁 책임을 희석시킬 소지가 있겠다 싶어 약간의 경계심을 갖기도 했습니다. 마치 일본이 유일한 원폭 피해국이란 점을 부각시켜, 자신들의 전쟁 책임 문제를 흐릿하게 만들었던 것처럼요.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덴마크가 전쟁 포로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소년병을 징집하고 지뢰까지 설치한 나치 독일에게 있다는 생각이 영화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죽음의 문턱에 선 독일 소년병들과 그들을 돕기 위해 분투하는 덴마크 하사관의 이야기는 평범한 삶의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참혹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이겨내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어려울 때 기꺼이 손 내밀 줄 아는 연대 의식이 필요하다는 거죠. ‘헬조선’의 현실에 절망하여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 영화 <랜드 오브 마인>이 전하는 교훈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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