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어트 데이 Patriots Da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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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수C&E

2017. 4. 6. 개봉

평온한 일상의 영역에서 이웃이나 지역 사회, 혹은 국가의 존재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누구나 일이 잘 풀리면 ‘내가 잘 해서 이만큼 올라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혼자 힘으로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어려움이 닥치면, 주위 사람들의 도움과 배려가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절감하게 됩니다. 특히 자연 재해나 전쟁, 테러 같은 사회적 재난 앞에서는 지역 사회나 국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지요.

이 영화 <패트리어트 데이>는 2013년 4월 15일에 있었던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과 그 수습 과정을 사실적으로 극화한 작품입니다. 이 사건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던 마라톤 대회의 결승선 근처에서, 사제 폭탄이 두 차례 폭발하면서 3명의 사망자와 264명의 부상자를 낸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보스턴 경찰국의 형사 토미 샌더스(마크 월버그)는 다혈질의 성격을 다스리지 못하고 동료와 크게 다퉈 징계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보스턴 마라톤 행사 지원을 위해 차출되어 나간 그는 베테랑 형사 체면에 형광색 안전 조끼를 착용해야 하는 것이 영 못마땅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는가 했는데, 예기치 않게 폭탄이 터지고 맙니다. 정신없이 현장 수습에 나선 토미는 테러 현장의 참혹함을 마주하며 범인을 꼭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지요. 수사 본부에 합류하게 된 그는 적극적으로 범인을 추적하고 검거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게 됩니다.

마라톤 대회 전날 밤부터 범인이 검거되는 순간까지를 보여 줘야 했기 때문에 토미의 분량이 많아지긴 했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이 사건과 관련된 다양한 실존 인물들입니다. 폭탄 테러로 입은 부상 때문에 끝내 다리를 자르게 된 젊은 부부, 범인의 도주 과정에서 차를 빼앗기고 납치당했던 결정적 제보자, 검거 과정에서 사제 폭탄을 마구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하는 범인들과 맞선 지역 경찰 등이 그들입니다.

이들이 보여 준 것은 테러 사건에도 굴하지 않은 보스턴 지역 사회의 강인함과 연대 의식입니다. 예기치 않은 불행에도 당당히 새로운 삶을 이야기하는 희망,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고 테러 행위에 맞서는 용기, 타인을 돕기 위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할 줄 아는 희생 정신이 그들의 무기였습니다.

감독 피터 버그는 근래 들어 실화 소재의 극영화를 연속해서 만들어 왔습니다. 작전 지역에 고립된 네이비씰 수색 소대의 이야기를 다룬 <론 서바이버>(2013), 최악의 환경 재난으로 손꼽히는 멕시코만 석유 유출 사건을 극화한 <딥워터 호라이즌>(2016) 등이 그것입니다. 두 영화 모두 실제 사건의 맥락에서 극적인 부분이 무엇인지 잘 짚어냈고, 관객이 쉽게 감정 이입하기 쉬운 캐릭터를 내세웠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그의 연출력은 빛을 발합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을 보여 주면서 그들 모두에게 쉽게 감정 이입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돋보입니다. 한정된 시간 내에 무엇을 보여 주어야 할지 선택을 잘 한 것이지요. 덕분에 테러 사건의 참혹함,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 테러범에 대한 자연스런 분노 등을 마치 테러 사건의 관련자라도 된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이 최종적으로 검거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사건 발생 후 불과 100시간 정도였습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제공한 동영상을 제공하여 범인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범인 체포를 위해 보스턴 전역을 봉쇄하기로 한 결정에 기꺼이 동참하였습니다. 특히 시민들이 맡겨 준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함으로써 책임을 다한, 경찰과 시 공무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빠른 해결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 사건이 있은 지 1년 후, 우리나라에서는 세월호 침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사고 당시 인근에 있던 민간 선박들은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몰려 들었고, 사고 소식을 들은 민간 잠수사들도 속속 현장으로 도착했습니다. TV로 지켜 본 평범한 시민들 역시 모두가 무사 구조 되기를 염원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304명의 생명을 고스란히 잃어야 했습니다.

테러 사건과 선박 침몰 사건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두 사건의 명백한 차이는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올바르게 행사하는 공권력이 존재했느냐’에서 드러납니다. 먼 나라 미국의 한 도시 이야기가 부럽기도 하고 참으로 뼈아프게 느껴졌던 것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박근헤 정권은 자신들이 책임을 내팽개치고 정당한 문제 제기를 하는 국민들을 탄압하기만 했으니까요.

한 달도 안 남은 대선에서 대통령을 뽑는 판단 기준은 ‘누가, 어떤 정치 세력이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을 것인지’가 되어야 합니다. 말만 번드르르하게 할 뿐 실상은 낡은 비전을 답습할 뿐이거나, 기득권층이 스스로의 이익을 지키려고 밀어 주는 후보에게 기회를 주어서는 안되겠지요.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기까지 무려 1089일이 걸렸다는 사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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