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4. 5. 개봉
치명적인 외계 생물이 인간을 공격한다는 설정의 영화는 기본적으로 SF지만, 호러나 스릴러로서의 재미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영화를 보러 가는 관객들은 과학적 고증이 다소 어긋나거나 극의 전개상 앞뒤가 좀 맞지 않는다 해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지에 관심을 더 기울이겠지요. 또는 소름끼치게 무섭거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장면이 적어도 몇 개는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기대를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 주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 <라이프>는 화성 탐사에서 발견된 외계 생명체와 사투를 벌이는 6명의 우주인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화성에서 채취한 토양 속에서 동면 상태의 단세포 생물이 발견되자 지구촌은 낙관적인 흥분으로 가득찹니다. 하지만 지구 귀환을 앞두고 급격하게 성장을 시작한 이 생명체는 강력한 생존 본능을 자랑하는 치명적인 괴물이란 것이 밝혀집니다. 우주 정거장에 있는 6인의 우주인들은, 괴생명체가 지구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합니다.
초반부터 이 영화는 무척 심심합니다. 약 30분 정도의 시간을 인물 소개와 상황 설명,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한 것에 대한 경이에 대한 것들을 지루하게 나열합니다. 극의 목표가 명시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아무런 긴장감 없이 늘어지는 동안 관객의 인내심은 지속적으로 시험받습니다.
초반 설정 단계가 지나간 다음에도 문제는 계속됩니다. 화성의 생명체가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함으로써 영화의 진정한 목표가 제시되지만, 이 우주 괴물과 벌이는 인간들의 사투는 딱히 흥미진진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내리는 결정이나 몇몇 설정은 상당히 작위적이어서 ‘이제 죽을 때가 됐으니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결말 처리는 꽤 신선한 편인데, 아마도 거기서부터 이 기획이 시작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화성 생명체의 설정 역시 참신한 편입니다. 겉모습도 잘 만들었을 뿐 아니라, 뭐든지 에너지를 흡수해서 덩치를 키우는 탐욕스런 특성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사건의 무대가 되는 우주 정거장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잘 돼 있고, 무중력 상태를 적절하게 활용한 몇몇 설정 역시 눈에 띕니다. SF 영화로서 디테일을 갖추는 데 신경을 쓴 것이죠.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이런 설정의 영화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것입니다. 이 영화의 문제는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호러/스릴러물임에도, 1인 생존극인 <그래비티>가 보여줬던 것의 10분의 1만큼도 긴장감과 스릴을 맛볼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흥미로운 설정을 갖고 있고 이름값 있는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이 영화 <라이프>는 그에 걸맞는 재미를 갖추지는 못했습니다. 호러나 스릴러로서의 재미는 치명적인 괴물이 등장하고 끔찍한 죽음의 순간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고 해서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