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플라이 – 가와이 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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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드래곤플라이>,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작가정신 펴냄 (2016. 12. 20.)

일본은 세계적인 미스터리 강국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본 미스터리를 자주 찾아 읽는 편이 아닙니다. 특유의 ‘과도함’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죠. 기발한 트릭에만 골몰하거나, 기괴하고 끔찍한 분위기를 강조하거나, 혹은 사회 현실 비판에 너무 치우쳐 있어서 이야기 자체의 재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이 책 <드래곤플라이>는 일본의 신예 미스터리 작가 가와이 간지가 쓴 작품입니다. 2012년에 펴 낸 데뷔작 <데드맨>에 나왔던 일본 경시청 수사 1과의 형사들을 다시 한 번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도쿄의 어느 강가에서 뱃속의 내장이 완전히 제거된 채 끔찍하게 불에 탄 시체가 발견됩니다. 단서가 부족하여 오리무중에 빠진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직관이 발달한 중년의 형사 가부라기와 다른 세 명의 경찰, 이른바 ‘가부라기 특수반’이 전작에 이어 투입됩니다.

이 소설의 장점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감각이 돋보인다는 것입니다. 끔찍하고 잔인한 사건들이 나오지만 지나치게 선정적이지 않습니다. 대형 토목 공사와 얽힌 비리를 언급하면서도 현실 비판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습니다. 미스터리 본연의, 수수께끼 푸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만한 준수한 트릭을 넣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특히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허투루 소비하지 않고 이야기 전개에 효과적으로 활용한 점이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주인공 가부라기 형사를 비롯한 경시청의 동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각자의 캐릭터가 잘 살아 있습니다. 사건 해결 과정에서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 역시 단단하게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빈틈없이 활용되며 이야기의 재미를 더하지요.

이 미스터리의 최종 목표는 범인을 맞추고 범행 방법을 재구성해 내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범죄 행위를 둘러싼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동기를 추정하고 파헤치는 데 좀 더 초점을 맞춥니다.

사실 범인이 누구인지는 초반부터 짐작할 수 있습니다. 범행의 전모도 수사가 진행되고 나면 충분히 예측 가능합니다. 그러나 인물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은 생각 때문에 끝까지 계속 읽게 됩니다. 최종적으로 밝혀지는 진상은 자연스러운 마음의 논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수준을 넘어 마음 한 구석을 저리게 만드는 데가 있습니다.

<드래곤 플라이>는 작가의 데뷔작이었던 <데드맨>에 비하면 놀랄 만큼 일취월장한 수준을 보여 줍니다. 전작은 좀 나쁘게 말하자면 어설픈 트릭이나 기괴한 상황으로 단점을 덮는 데 급급했고, 범죄의 동기와 수단이 지나치게 작위적인 작품이었거든요.

미스터리를 좋아하지만 고만고만한 수준의 작품들 사이에서 지친 분들이나, 저처럼 일본 미스터리에 대한 편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잘 씌어진 최신 미스터리 소설에 대한 어떤 ‘갈증’을 해소해 줄 만한 책이니까요.

또한 그 자체로 재미있는 소설이기 때문에, 장르에 관심없는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책이 그들을 미스터리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멋진 초대장 노릇을 할 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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