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좋은 영화도 많았지만 실망스러운 작품 역시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기대작들 중에 망작이 많았고, 한국 대표 감독들의 복귀작과 여름 흥행 기대작들도 그다지 성에 차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영화 관람하는 내내 ‘이건 좀 아닌데’ 하는 생각 없이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이 17편이나 있었습니다. 거기에 들지는 못했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한국 영화 2편을 따로 뽑아 모두 19편의 작품들을 되짚어 봅니다.
언제나처럼 작품들 간에 순위나 우열은 없고, 국내 개봉일 순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영화 제목이나 포스터를 누르시면 자세한 평을 볼 수 있습니다.
캐롤 Carol (2015)
인간이 다른 인간을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생생하게 보여 줍니다. 이 영화가 그려낸 가슴 떨리는 사랑의 순간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주토피아 Zootopia (2016)
젠더와 소수자 문제를 어떻게 바라 보아야 하는지 아주 세련되게 그려낸,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

스포트라이트 Spotlight (2015)
2016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수상작. 치밀한 취재 과정, 시스템 내부의 문제를 바로잡는 일의 어려움을 잘 보여 주었습니다.

클로버필드 10번지 10 Cloverfield Lane (2016)
성적 긴장감, 살짝 미친 인간, 외계 생명체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SF 호러 서스펜스.

브루클린 Brooklyn (2015)
인간이 자라난 곳을 떠나 성장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 익숙하고도 달콤쌉싸름한 이야기.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2016)
밴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듣는 기쁨이란 바로 이런 것.

정글북 The Jungle Book (2016)
정글을 지배하는 논리는 약육강식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라는 것을 잘 보여 줍니다. 의외로 박진감 있는 액션 장면들이 인상적입니다.

도리를 찾아서 Finding Dory (2016)
스스로도 잊고 있었던 자기만의 가치를 찾는 내면의 여정이 주는 감동.

언더 워터 The Shallows (2016)
한정된 공간, 제한된 숫자의 인물, 하나의 목표. 이 세 가지 조건이 만들어 내는 서스펜스와 스릴.

스타트렉 비욘드 Star Trek Beyond (2016)
<스타트렉> 시리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평등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으면서, 화려한 스펙터클이 주는 쾌감도 놓치지 않습니다.

아이 엠 어 히어로 アイアムアヒーロー (2015)
요 몇 년 사이에 본 일본 영화들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정통 좀비물.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Sully (2016)
예기치 못한 사고는 어느 나라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사후 조치를 어떻게 하느냐는 국가의 수준에 따라 다릅니다. 여러모로 가슴을 치게 하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Doctor Strange (2016)
기존의 마블 히어로들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한 베네딕트 컴버배치.

쿠보와 전설의 악기 Kubo and the Two Strings (2016)
라이카 스튜디오가 암울하고 지루했던 전작들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신비한 동물사전 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 (2016)
<해리 포터> 시리즈의 영광을 이어갈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

라라랜드 La La Land (2016)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즈 선율과 뮤지컬에 실어 보낸 잊을 수 없는 작품.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선별 복지 제도의 비인간성을 우직하게 고발합니다.

올해의 한국 영화
굿바이 싱글 (2015)
다소 쉽게 풀어버린 엔딩 부분이 아쉽지만, 자의적인 설정이 난무하고 비논리적으로 전개되는 다른 한국 상업 영화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이렇게만 만들면 한국 상업 영화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우리들 (2015)
잘 통제된 화면과 배우의 연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감독의 능력이 돋보입니다. 그러나 초중반에 주인공이 하는 선택 몇 가지는 정해진 결론을 위해 자의적으로 설정된 것들이라는 게 흠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