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이드 Allied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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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11. 개봉

냉혹한 스파이의 세계에서 인간의 감정은 빛이 바래기 일쑤입니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 임무의 성공 여부, 작전 수행 능력 등이 중요하니까요. 희노애락의 감정이나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같은 것들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만약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하는 것만이 목표인 사람이거나, 인간의 감정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공감 무능력자라면 이런 상황이 문제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과 선의를 가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늘 딜레마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첩보 기관의 관료적인 풍토와 애국심이라는 버릴 수 없는 대의 명분, 그리고 인간에 대한 감정이 뒤엉킨 상태에서 균형을 잡아 나가야 하니까요. 이런 내적 갈등이 바로 첩보물을 단순한 액션물 이상의 무언가로 만들어 주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 영화 <얼라이드>의 주인공인 맥스 바탄(브래드 피트)도 비슷한 상황을 겪습니다. 2차 대전 중 비시 정권 하의 프랑스령 모로코에 침투한 그는, 카사블랑카에서 독일 대사를 암살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현지 사교계에서 신뢰를 쌓으며 암약하고 있는 첩보원 마리안 부세주르(마리옹 꼬띠아르)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맥스와 마리안은 부부 행세를 하며 암살 계획을 착착 준비해 나갑니다.

임무 수행에 집중해야 할 두 사람은 점차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을 숨길 수 없게 됩니다. 맥스의 곧고 강직한 성품, 그리고 마리안의 세련됨과 용의주도함이 서로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죠. 작전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영국으로 돌아간 맥스는 마리안과 결혼하고 예쁜 아이도 낳게 됩니다. 하지만, 머지 않아 맥스는 정보국으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 듣게 됩니다. 마리안이 독일 스파이라는 정황이 포착된 것입니다.

맥스가 겪는 일은 첩보 스릴러의 단골 소재인 이중 첩자 알아내기와, 로맨스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여자친구 혹은 아내를 의심하는 남편의 문제가 결합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성패는 같은 듯 다른 두 소재의 교차 지점을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칠 줄 모르는 의심과 갈등의 이야기란 점에서는 거의 동일한 패턴을 지니고 있지만, 첩보물에서는 스파이 세계의 비정함과 주인공의 인간적 선택이 보여 주는 극명한 대비 효과가 중요하고, 부부간의 갈등을 중심으로 하는 ‘가정 스릴러’에서는 두 사람의 행복했던 지난날과 지옥 같은 현재가 주는 씁쓸함이 부각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로맨스 쪽으로 좀 더 기울어져 있습니다. 직무 관련 활동 중에 만난 상대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지만 서로의 진심을 의심하기 시작한 신혼 부부의 비극적인 이야기라고 요약해도 될 정도입니다. 그들의 직업이 2차 대전 때의 스파이라는 설정은 다양한 볼거리와 액션 장면을 제공하고, 갈등의 씨앗을 뿌리는 역할에 그칠 뿐입니다.

전반부에는 두 주인공의 만남과 감정을 쌓아나가는 과정을 우선시 하기 때문에 미션의 목표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부각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극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전장에서 만난 선남선녀 간의 케미스트리만으로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어가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후반부에 들어서도 첩보 기관원으로서 맥스의 직위는 그의 내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장애물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그는 사랑하는 마리안이 이중 첩자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자기 직위를 남용하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으니까요. 이렇게 이야기를 맥스의 관점에서만 푸느라 무리수를 두는 대신, 마리안의 상황이나 첩보 기관의 입장 같은 것들을 함께 보여 주면서 긴장감을 높이는 방식을 선택했다면 훨씬 더 재미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마리안에 대한 맥스의 의심이 피어 오르기 시작하고, 그것에 압도당한 맥스의 심리 상태와 진실을 확인하려는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지는 긴장감은 매우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이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와 <포레스트 검프>(1994) 등의 명작을 만들었던 로버트 저메키스라는 것을 감안하면 딱히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는 이미 <왓 라이즈 비니스>(2000)에서 비슷한 연출을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그 때의 주인공이 아내였다면, 이번에는 남편인 것이 달라진 부분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은 편입니다. 임무 때문에 스스로 감정을 억제해야 하고, 아내에 대한 의심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잘 그려낸 브래드 피트와, 도대체 속마음을 알 수 없는 포커 페이스와 치명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마리옹 꼬띠아르의 연기는 주목할 만합니다. 다만,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파경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의 케미스트리를 보여 주지는 않습니다.

현대 상업영화에서 두 가지 이상의 장르가 결합된 복합 장르 영화는 이미 보편적인 흥행 전략의 일환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잘만 되면 서로 다른 장르의 관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내지만, 각 장르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결합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듣기 마련입니다. 이 영화 <얼라이드>을 보고 나서 느껴지는 아쉬움은 그런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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