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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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1. 개봉

이른바 ‘조희팔 사건’은 건국 이래 최대 피해 금액을 기록한 사기 사건입니다. 조희팔은 10여개의 피라미드 회사를 운영하여 막대한 금액을 끌어 모았던 인물로서, 자신에 대한 경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4조 원의 돈을 빼돌려 중국으로 밀항하였고, 이후 중국 현지에서 사망하여 장례식까지 치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죽은 척한 것일 뿐, 아직도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라는 의혹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망 증거 자료랍시고 장례식 동영상을 공개한 것 자체가 속이려는 의도가 있는 행동이라는 분석도 있지요. 그가 빼돌린 돈의 행방 역시 극히 일부만 밝혀졌을 뿐 확인할 길이 없는 상태입니다.

<마스터>는 바로 그 사건을 모티브로 합니다. 원 네트워크 회장 진현필(이병헌)은 홍보 담당 김엄마(진경), 전산실장 박장군(김우빈)과 함께 피라미드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김재명(강동원)은 자신의 팀원들과 함께 박장군을 위협하여 스파이 노릇을 하게 만들고, 그를 통해 얻은 정보를 활용해 진현필을 잡아 넣을 계획을 세웁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기술적인 완성도입니다. 미술이나 촬영, 액션 연출, 편집 등에 있어서 한국 영화가 이미 아주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증명해 보였습니다.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도 각자의 명성에 걸맞게 좋은 편이지요. 이병헌, 김우빈, 강동원은 물론이고, 진경과 엄지원도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냅니다.

마지막 대결을 다룬 마지막 40분은 단연 돋보입니다. 진현필과 김재명 간의 머리 싸움, 중간에서 왔다갔다 하며 서스펜스를 높이는 박장군의 모습 등이 어우러지면서 흥미진진하게 전개됩니다. 또한 효과적인 반전이 주는 쾌감도 있습니다. 액션 연출도 괜찮고, 특히 엔딩을 인상적으로 장식하는 이병헌의 카리스마가 돋보입니다.

이렇게 결말이 주는 재미와 쾌감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이 영화의 흥행 성적은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그 40분을 보기 위해 10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작부터 100분이 지날 때까지 사건 진행은 빠르게 흘러 가지만, 관객으로서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몰입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대신, 제 3자의 입장에서 사건의 경과를 지켜보는 구경꾼이 된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시간이 잘 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관객이 어떤 인물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보게 만들 것인지 결정하지 못한 각본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범죄 영화에서는 같은 줄거리의 이야기라도 주인공과 반대 세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즉 어떤 플롯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장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에 따라 서스펜스와 스릴을 자아내는 방식도 다르게 사용해야 하지요.

이 영화의 경우 경찰이 범죄자를 붙잡게 된다는 줄거리이지만, 경찰이 내부 협력자의 도움으로 악당을 잡는 과정을 다루는 것인지, 내부 협력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경찰을 도와 악당을 잡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악당이 경찰과 내부 협력자의 협공을 받아 몰락하는 것을 보여 주려는 것인지가 불분명합니다. 화면에 등장하는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계속 바뀌니까요.

세 가지 중에 하나를 메인 플롯으로 선택하고 나머지 둘을 서브 플롯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셋 다 어중간하게 메인 플롯처럼 다루기 때문에, 서로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한 채 따로 놀게 됩니다. 16부작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편집한 스페셜 방영본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 가지 플롯만 골라서 그것에 좀 더 집중했더라면 훨씬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을 것입니다. 막판 40분이 그나마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는 것도 악당이 경찰과 내부 협력자의 협공을 받아 몰락하는 플롯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장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작년 흥행작 <베테랑>이나 <내부자들>, 그리고 이 영화의 연출자인 조의석 감독의 전작 <감시자들>과 비교해 보면 이 작품의 한계는 더욱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베테랑>과 <감시자들>은 전형적인 양자 대결 구도로서, 경찰이 만만찮은 악당을 잡는데 성공하는 이야기를 흐트러짐 없이 전개합니다. <내부자들>은 이 영화처럼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심 세력이 셋으로 구분돼 있지만, 깡패 안상구의 복수극이라는 메인 플롯 아래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안배하였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멀티캐스팅은 주연급 배우 여러 명을 한 영화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초반 흥행과 화제 몰이에는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그들의 매력을 인상적으로 살릴 수 있는 효과적인 기획이 없다면 재미있게 만들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일정 기간을 두고 여러 회에 걸쳐 방영되는 드라마 시리즈가 아니라, 두 시간 내외에 결판을 내야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마스터>는 그런 어려움을 잘 보여 준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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