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De battre mon coeur s’est arrêté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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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15. 개봉

프랑스의 중견 감독 자크 오디아르는 2009년작 <예언자>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교도소 생활을 겪으며 범죄자로 거듭나는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교도소 내부의 생생한 디테일과 감각적인 연출로 국내 팬들에게도 화제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 경력을 시작한 그는 42세가 되어서야 감독 데뷔를 하지만, 이후 내놓는 작품마다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해 온 편입니다. 2015년에는 스리랑카 이민자의 프랑스 적응기를 다룬 <디판>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지요. 이 영화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은 2005년작으로서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음악 부문)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부동산 업자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28세의 청년 토마(로망 뒤리스)는 어릴 적에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드러내 보였지만, 어머니가 죽은 이후 아버지처럼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가 주로 하는 일은 빈집을 점유한 불법 이민자들을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쫓아내는 일이지요.

음악에 대한 열정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던 그는, 어느 날 어머니의 에이전트였던 남자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됩니다. 오디션 제의를 받은 토마는 설레는 마음으로 지난 10년 동안 치지 않았던 피아노를 다시 연습하기 시작합니다.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앞뒤가 딱 떨어지는 이야기를 구축하기보다는 인물의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특히 주인공의 감정과 심리 묘사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야기 상으로는 뭔가 설명이 부족하고 매끄럽지 않게 보이지만, 리듬감 있는 편집과 배우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통해 어색함을 가볍게 뛰어 넘어 버리는 특유의 스타일이 돋보입니다.

여기에는 현존하는 최고의 음악감독 중 한 명인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영화 음악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쇼팽의 야상곡과 바흐의 토카타, 그리고 일렉트로니카 음악이 교차하고 대립하는 과정은 극의 맥락에 따라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갈등의 해결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주제 면에서도 친아버지 혹은 아버지 역할을 하는 인물과의 불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비중 있게 다루고, 핏줄에 연연하지 않는 대안적인 가족 관계를 모색하고 있는 등 자크 오디아르 감독 특유의 관심사가 잘 녹아 있습니다.

피아노 치는 장면을 거의 모두 직접 해낸 주연 배우 로망 뒤리스는 섬세한 감정 표현이 돋보이는 연기를 선보이며 토마의 내면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음악에 심취한 상태 뿐만 아니라 캐릭터만의 습관적 행동, 자꾸만 꼬여 가는 주변 상황에 대한 감정적 반응 등 다양한 감정을 설득력 있게 연기합니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젊은이들은 꿈을 위해 매진하라는 조언을 듣게 됩니다. 꿈이 늘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하는 과정에서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덕담과 함께요.

하지만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당장의 생계가 급한 경우라면 꿈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 대신 돈을 벌 수 있는 생업에 종사해야 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느냐와는 상관없고 오로지 결과만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지요. 어떤 경우에는 잘못 맺은 인간 관계에 얽매여 옴쭉달싹 못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재능을 되찾은 젊은이의 이야기이면서도, 일반적인 성장물과는 다른 결을 지니게 된 이유는 그런 현실적 어려움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인식은 자기만의 꿈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것이 없다면 금세 지쳐 나가떨어지고 말 테니까요.

목표를 향한 노력, 아버지에 대한 애증,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직업에 대한 회의,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문, 갈등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손쉽게 우회하려는 태도 등이 서로 충돌하는 가운데 한 걸음씩 목표를 향해 나가는 주인공 토마의 모습은 꿈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이 겪어야 할 숙명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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