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La La Land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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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7. 개봉

뮤지컬 영화는 유성영화의 도입 초기부터 등장하여 4, 50년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 아래에서 완성된 장르입니다. 무대 공연자들을 주인공들로 내세워 화려한 뮤지컬 공연 장면과 그 뒷편의 현실 세계를 분리해서 보여 주었던 ‘백스테이지’ 뮤지컬로 출발하여, 현실 공간에 춤과 노래로 구성된 판타지 시퀀스를 직접적으로 삽입하는 형식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춤과 노래가 가능한 직업군에 속한 인물 설정, 화려한 군무와 남녀 주인공의 탭댄스 2인무, 예술적 영감을 주고 받는 가운데 꽃피는 로맨스와 만개하는 재능 등의 장르적 컨벤션은 이 때 다 만들어집니다. 프레드 아스테어, 진저 로저스, 진 켈리, 주디 갈란드 같은 뮤지컬 영화의 전설적인 아이콘들이 맹활약한 것도 바로 이 시절입니다.

이 영화 <라라랜드>는 데뷔작 <위플래쉬>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던 데미언 차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할리우드 고전 뮤지컬 영화의 컨벤션을 뼈대로 삼아, 재즈 음악과 창의적인 비주얼, 인생의 아이러니를 담아낸 각본을 잘 결합시킨 수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안에 위치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우의 꿈을 꾸고 있는 미아(엠마 스톤)는 반복되는 오디션과 파티에 지쳐 가고 있습니다. 재즈 피아니스트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언젠가 자신만의 재즈 클럽을 열겠다는 꿈을 갖고 있지만, 가진 돈이 하나도 없어서 생계 유지를 위해 뭐든 닥치는 대로 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영화는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담아냅니다.

할리우드의 유행인 ‘신화적 영웅의 여정’을 충실히 따라가는 모범적인 각본은 예술가 지망생인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와 갈등, 성장통을 조화롭게 담아냅니다. 처음 만난 남녀가 아웅다웅하다 사랑에 빠지는 과정의 달콤함과,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흔히 겪게 되는 딜레마와 갈등이 자아내는 씁쓸함이 생생하게 잘 살아 있지요.

매력적인 앙상블을 선보이는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은 최고의 연기를 보여 줍니다. 항상 밝지만 현실적인 고민의 그늘을 지울 수 없는 표정을 가진 엠마 스톤은, 특유의 다채로운 감정 표현을 잘 훈련된 신체 연기와 결합하여 관객의 시선을 스크린에 완전히 붙들어 맵니다. 춤추고 피아노 치는 모습이 너무나 멋진 라이언 고슬링 역시 마음을 사로잡는 우아한 몸짓과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심금을 울리지요.

적재적소에 배치된 뮤지컬 시퀀스들이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해 내는 것은, 감독 데미언 차젤이 지닌 뮤지컬 영화 전통에 대한 해박한 지식 때문입니다. 그는 전체 영화의 맥락에서 이 장면이 어떤 역할을 하고 무슨 감정을 담아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기발한 시각적 아이디어와 공간을 잘 활용하는 연출력 또한 돋보입니다.

하지만 연출자로서 그가 진정으로 주목받아야 할 부분은 타고난 리듬 감각입니다. 보통의 잘 만든 상업 영화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하나의 리듬과 템포를 유지하면서 관객의 몰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소통합니다.

<라라랜드>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 영화에서 여기서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은 이야기의 리듬과 템포가 아니라 그것들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입니다. 촬영, 미술, 연기, 편집 등 영화의 여러가지 구성 요소들이 마치 재즈 연주라도 하듯, 자신의 장점을 과시하며 앞으로 나왔다가 뒤로 물러나기를 반복합니다. 관객은 마치 즉흥적인 재즈 연주를 들으며 흥취에 젖는 것처럼, 금세 영화에 빠져들게 되지요. 이런 복합적인 리듬을 창조하여 관객을 설득하는 능력은 데미언 차젤만의 독보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들이 각각 솔로로 부른 주제곡 <City of Stars>와 <Auditon>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의 테마는 예술가는 어떻게 성장하는가입니다. 전작인 <위플래쉬>와 마찬가지로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예술가의 삶은 불투명한 앞날과, 자신의 재능에 대한 회의, 경제적 궁핍함 등에 둘러싸여 발버둥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분투’를 혼자서 해 나가려다 보면 이룰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언제나 함께 할 사람들이 필요하지요. 감정적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나 적절한 조언과 격려로 도움을 주는 사람, 혹은 귀감이 되거나 반면교사가 되는 사람 등 주위의 다른 사람들과 영향을 서로 주고 받는 과정을 거쳐야 결정적인 성장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데미언 차젤의 영화들은 이러한 예술가가 맺는 인간 관계의 양상을 포착하여 장르적으로 세련되게 풀어낸 것이 특징입니다. 치열한 대결 구도에 기초한 스릴러로 푼 것이 <위플래쉬>였다면,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으며 버팀목이 돼 주는 관계에 주목하여 달콤쌉싸름한 로맨스로 풀어낸 것이 바로 이 영화 <라라랜드>이니까요. 자신이 직접 쓴 각본으로 영화를 만드는 ‘작가’로서의 행보를 이어갈 것이 유력해 보이는 그의 차기작은 어떤 영화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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