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소닉 Supersonic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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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24. 개봉

보통 대중 문화 산업에서 ‘갈등’이나 ‘대립’이라는 말은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되는 부정적인 것으로 취급됩니다. 대중 예술가에 대해 공인으로서의 품위와 바른 행실을 요구하는 일반 대중들의 압력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 싸움 구경이란 말도 있듯이, 갈등과 대립만큼 대중의 관심을 크게 불러 일으키는 것도 없습니다. 노이즈 마케팅이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물론 주위의 비난을 이겨낼 만한 수준급의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거나 실력이 모자랄 경우에는 엄청난 역풍을 감수해야 한다는 위험도 있지만요.

영국 록 역사상 최고의 밴드 중 하나인 ‘오아시스’도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잘 활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데뷔 초부터 형제 멤버 노엘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의 각종 악동 행각과 내부 갈등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었고, 그것을 언론을 통해 부각시킴으로써 자신들에 대한 관심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지요.

이들은 특히 데뷔 후 첫 3년간 명곡을 쏟아내며 무지막지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1994년 데뷔 싱글 ‘슈퍼노바’로 차트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이래 1집 <데피니틀리 메이비>, 2집 <모닝 글로리>의 연이은 성공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릅니다. 1996년의 넵워스 공연은 무려 25만명의 관객 앞에서 치러지면서, 절정에 오른 이 밴드의 인기를 증명하였습니다.

이 영화 <슈퍼노바>는 바로 그 공연의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다큐멘터리입니다. 공영 주택 단지 출신의 노동 계급 청년들이 이룬 성공담이라는 플롯을 기본으로 깔고, 이 팀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형제간의 갈등과 기행,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던 앨범 작업, 매끄럽지 못했던 멤버 교체, 불행한 가정사 등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시종일관 관객의 시선을 붙듭니다.

작품 전체의 골격을 이루는 멤버들의 오디오 인터뷰는 갤러거 형제 특유의 툭툭 던지는 냉소적인 말들과 그 속에 들어 있는 진심, 음악에 대한 열정이 충돌하면서 인상깊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에 걸맞는 다양한 자료 화면 – 팬들이 찍은 홈비디오부터 공연 실황 중계까지 – 들을 모아 재구성하거나, 톡톡 튀는 시각적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새롭게 디자인해서 만든 화면들이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감독을 맡은 맷 화이트크로스는 영국의 명감독 마이클 윈터바텀과 공동으로 연출한 <관타나모로 가는 길>로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장편 극영화를 몇 편이나 찍을 수 있는 다양한 대립 구도와 갈등 양상이 펼쳐지는데, 이것들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면서도 서로 뒤섞이지 않게 잘 배치해 낸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탁월한 사운드 믹싱으로 오아시스 특유의 디스토션 강한 기타 사운드를 잘 살려 낸 공연 장면들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샴페인 슈퍼노바>, <원더월>, <돈 룩 백 인 앵거> 같은 명곡들이 나올 때는 공연장에 온 것처럼 몸이 저절로 들썩일 정도입니다.

갤러거 형제는 대중 음악계의 기존 질서와 분위기에 반항하는 듯한 악동의 모습을 자주 보여 주면서, 영국 노동 계급 젊은이들의 좌절감과 분노를 적절하게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마음에 안 들면 안 든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며, 주위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그들의 모습은 팍팍한 현실 속의 ‘오아시스’가 돼 주었던 것이죠.

성격적으로 정반대인 두 사람은 그룹 활동 중에도 그들 사이의 갈등을 감추려 들지 않았습니다. 보는 사람이 더 아슬아슬하게 느낄 정도의 관계였지만, 노엘 갤러거의 탈퇴로 해체하기까지 10년이 넘게 같이 밴드 생활을 하며 주옥같은 곡을 많이 남겼지요. 그들의 라이벌 의식은 좀 더 좋은 곡을 쓰게 만들었고, 더욱 매력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게 한 원동력이었습니다.

대중 예술가에게 남는 것은 결국 작품 뿐입니다. 작품으로 평가 받고 기억되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죠. 그 때문에 좋은 작품을 하나라도 더 남기기 위해 그토록 분투하는 것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여러가지 가십거리를 생산해 내는 와중에도 담담하게 창작의 길을 걸어간 오아시스의 모습을 잘 보여 줍니다. 풍부한 기타 사운드와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 그리고 시적인 가사가 어우러진 그들의 명곡들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 넘어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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