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사전 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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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16. 개봉

요즘 우리나라 학부모들 사이에서 판타지 소설은 게임과 함께 성적 떨어뜨리는 주범 취급을 받습니다. ‘판타지에 한 번 빠지면 돌이킬 수 없으니 대표작 한 두 개만 읽히고 그만 두게 하라’는 조언이 상식처럼 돌아다닙니다. 성적 때문에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어도 전혀 미안해 하지 않는, 왜곡된 교육 현실을 반영한 씁쓸한 이야기죠.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판타지에 눈을 뜨게 된 것은 <해리 포터> 시리즈 때문이었습니다. 전세계 최고의 판매 기록을 가지고 있는 이 베스트셀러 시리즈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크게 히트했습니다. 비록 시리즈 후반으로 갈수록 재미가 덜해서 ‘의리로 봐 준다’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만, 시리즈물 사상 역대 3위에 해당하는 흥행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원작자 J. K. 롤링이 영화용 오리지널 각본을 직접 쓰고 제작까지 도맡은 새로운 시리즈물입니다. <해리 포터>의 시대보다 70년 앞선 시점을 배경으로,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신비한 동물들을 구조하는 마법사 뉴트 스캐맨더의 특별한 활약을 다룹니다.

1920년대 뉴욕에 갓 도착한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는 들고 다니던 마법 가방에서 탈출한 동물을 다시 붙잡기 위해 소동을 벌입니다. 그 와중에 ’노마지’ – ’머글’의 미국식 표현 – 제이콥(댄 포글러)과 전직 오러 출신의 마법사 티나(캐서린 워터스턴), 그리고 티나의 동생인 퀴니(앨리슨 수돌) 등과 엮이게 되죠. 그런데, 미지의 ‘검은 존재’가 곳곳에 출몰하는 사건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오러의 수장 그레이브스(콜린 패럴)는 이것 역시 뉴트의 잘못으로 규정해 버리는 오류를 저지릅니다.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는 그 자체로 매우 훌륭한 볼거리입니다. 스티븐 호킹 박사 역을 맡아 아카데미상을 받았던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나, 최초의 트랜스젠더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를 연기했던 <대니쉬 걸>에서처럼 파격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특유의 섬세하고 정확한 신체 표현 능력을 활용하여 붙임성 없는 동물 덕후 뉴트 스캐맨더를 완벽하게 표현합니다. 눈빛과 표정으로 만들어 내는 감정 연기부터, 동물의 특징을 큰 동작으로 모사하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게다가 영화 속에서 함께 팀을 이루는 배우들과의 앙상블도 좋습니다. 그들이 지명도가 높지 않음에도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할 수 있는 것은, 에디 레드메인이 상대역으로서 성실하게 잘 뒷받침해 주기 때문입니다. 의도치 않게 모험에 휘말리며 일종의 관찰자 역할을 하는 노마지 제이콥, 전형적인 아웃사이더 성격이지만 뉴트와 교감을 나누게 되는 티나, 제이콥과 사랑에 빠지는 퀴니의 모습 등은 관객의 마음을 잔잔한 감동으로 물들입니다.

빼어난 상상력으로 빚어 낸 신비한 동물들을 보는 즐거움 역시 상당합니다. 실제 생물의 특징에 기초하여 판타지 분위기에 맞게 위트 있는 변형과 조합을 시도한 캐릭터 디자인은, 신비로운 영물(靈物)의 느낌을 잘 살려 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코믹하고 귀여운 것부터 웅장함과 위엄을 갖춘 것까지 다채롭게 구성된 것 또한 재미를 더하지요.

그 밖에도 분량은 적지만 적대 세력으로 출연하는 콜린 패럴과 에즈라 밀러의 존재감,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한 3D 효과를 극대화한 촬영, 평균 이상의 서스펜스를 선사하는 편집, 느긋하고 편안한 영화의 리듬감을 끝까지 잘 유지한 연출, 튀지 않으면서도 여유롭게 이야기와 동행하는 음악 등이 멋진 조화를 이룹니다.

이 모든 것에 밑바탕에 있는 것은 J. K. 롤링의 각본입니다. 선-악, 인간-동물, 마법사-노마지, 주류-비주류 등의 대립항을 제시하고, 그들 사이의 대립과 균형을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 안에 절묘하게 녹여냈습니다. 도시를 휩쓰는 큰 스케일의 사건을 해결하는 외적 플롯도 나쁘지 않지만, 특히 등장인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내면의 드라마가 더욱 큰 감동을 선사합니다. 주요 사건이 해결돼서 시원한 것보다, 이렇게 잘 어울리는 캐릭터들이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예요.

인물들이 깊은 교감을 나누고 이를 통해 내면의 성장을 이뤄 내는 플롯은 고전기 할리우드 이래 폭넓은 관객의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할리우드 영화가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작품 내적인 기반이었죠. 하지만 워낙 닳고 닳은 플롯이라 조금만 방심해도 뻔한 클리셰를 답습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깊은 감동과 재미를 주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요즘 같이 각박한 세상에서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리기 때문에 리얼리티가 중요한 영화에서는 아예 외면당하는 추세죠.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 SF 같이 현실 세계의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배경을 가진 영화에서는 많이 사용되는 편입니다. 올해는 이런 류의 영화로는 손꼽을 만한 수작이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와 <도리를 찾아서>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는데, 이 영화는 그 두 작품이 주었던 것 이상의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신비한 동물 사전> 시리즈는 2편과 3편이 각각 2018, 2020년에 개봉하는 일정을 확정했고, 최근 들어 J. K. 롤링이 5편까지 나올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후속편들이 1편의 성공을 잘 이어 받기만 한다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나 최근 다시 재개된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믿고 보는 새로운 프랜차이즈 시리즈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편의 무대인 프랑스 파리에서 뉴트 스캐맨더와 재회하는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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