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 – 이경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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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 이경혁 지음, 로고폴리스 펴냄 (2016. 8. 2.)

우리나라에서 게임이라고 하면 곧바로 ‘중독’이란 단어가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언론을 통해 접하는 극단적인 사례들은 이런 부정적인 연상 작용을 더 강화합니다. PC방에서 며칠 동안 쉬지 않고 게임을 하다가 사망했다든지, 살인 사건의 원인으로 가해자가 게임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 지목되곤 하는 것들이 좋은 예지요.

게임에 부정적인 낙인을 찍는 것을 사람들이 쉽게 반박하지 못하고 수긍하고 마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게임의 강한 중독성을 체험해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릴 적 동네 전자 오락실에 뻔질나게 드나들었다거나 PC방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에 몰두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스마트폰으로 하는 간단한 캐주얼 게임에 속절없이 빠져든 경험 쯤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이렇게 게임을 술, 담배, 도박 등과 같이 자제력을 발휘하여 조절해야 하는, 스트레스 해소 또는 킬링 타임 목적의 즐길거리 정도로만 생각하다 보면, 그 이상의 가능성을 떠올리지 못하게 됩니다. 이 책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은 그런 편견을 넘어, 대중 문화 매체로서 게임의 가능성을 짚어 보는 본격 게임 비평서입니다.

저자는 한 때 학교까지 휴학하고 <스타크래프트>의 준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던 경험도 있는 열혈 게이머로서, 대학 졸업 후 게임과 무관한 분야의 직장인으로 일하며 순수하게 게임을 즐겨 왔다고 합니다. 2014년부터 매체비평지 <미디어스>에 게임 비평 칼럼을 연재했는데, 이 책은 그 때의 글들을 묶은 것입니다.

전체 4장으로 되어 있는데, 먼저 1장에서는 동네 전자오락실로부터 시작하여 <스타크래프트>로 대변되는 PC방 시대를 거쳐,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LOL>이 가져온 변화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게임 문화의 발전 과정을 차근차근 짚어 봅니다.

이어지는 2장과 3장에는 개별 게임을 비평한 칼럼 13편이 실려 있습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스타크래프트>부터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같은 생소한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게임들을 소개하면서, 게임 속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실제 세계를 재구성하고(2장),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지를(3장) 검토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2장에 소개된 <GTA>(Grand Theft Auto) 시리즈는 도시를 배경으로 자동차를 아무렇게나 훔쳐 타고 여러가지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게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도로, 건물, 사람을 통해 게임의 배경인 도시를 구현했는데, 그 구현 방식을 통해 도시를 역동적이면서 개인에게 고독을 안기는 역설적인 공간으로 정의합니다. 플레이어는 이를 배경으로 여러가지 미션을 수행하면서 도시의 삶을 낯설게 바라보고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3장에 나오는 <디스 워 오브 마인>이란 게임은 내전으로 쑥대밭이 된 도시가 배경입니다. 여기에 갇힌 생존자들을 휴전 협상이 타결되는 순간까지 살아남게 하는 것이 플레이어의 임무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식량과 자원, 그리고 구성원들의 멘탈이지요. 플레이 중에 윤리적 딜레마 상황을 여러 번 겪는데, 모두 신중하게 선택하는 과정을 거쳐야 엔딩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게임은 어떤 하나의 선택이 옳다고 말하는 대신, 윤리적 선택이란 행위 자체의 어려움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인간의 한계를 깨닫게 만듭니다.

마지막 4장에서는 게임의 속성인 상호작용성에서 비롯된 몇 가지 이슈들을 검토합니다. 제작사가 만든 게임에 플레이어가 개입하면서 만들어지는 수용자의 주체적인 경험, 게임 속 시간이 지닌 의미, 다양한 수준의 플레이 자유도, 돈으로 구입하는 아이템의 문제들이 그것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게임에 별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져 있다는 것입니다. 용어와 개념에 대해 각주를 달아 쉽게 설명해 놓았고, 글의 논리 전개에 있어서도 무리한 비약이 없습니다. 그래서 게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관심과 의지만 있다면 쉽게 읽을 수 있지요.

신작 프리뷰와 리뷰, 공략집 같이 기존의 게임 팬들을 위한 비평도 있어야겠지만, 게임의 저변 확대와 매체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책에 실린 것 같이 일반 독자를 타겟으로 한 비평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니아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 게임의 기본적인 속성에 대해 숙고하고, 개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게 되는 경험을 해석하며, 거기에 담긴 사상이나 관점은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노력에 동참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게임을 단순한 오락거리로 대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게임의 중독성에 대한 사회의 선입견도 점차 지워나갈 수 있을 테고요. 앞으로도 게임에 관한 좋은 글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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