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투어링 이어즈 The Beatles: Eight Days a Week – The Touring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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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19. 개봉

영화는 리듬감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시간 예술로서, 탄생 초기부터 음악의 도움을 많이 받아 왔습니다. 무성 영화 시대에는 음악 반주와 함께 상영되었고, 유성 영화의 발명 이후에도 사운드 트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음악이었습니다.

또한 음악은 그 자체로 영화의 주요한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숱하게 제작된 뮤지컬 영화들, 주인공이 음악하는 사람인 영화들, 그리고 실존 뮤지션의 삶을 소재로 삼은 전기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을 떠올려 보면 영화라는 매체가 음악에 진 빚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 <비틀스:에잇 데이즈 어 위크 – 투어링 이어즈>는 제목에서 곧바로 알 수 있듯이, 대중 음악 사상 가장 위대한 뮤지션인 비틀스의 초기 시절을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그들은 1962년부터 1966년까지 4년간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총 815회에 이르는 라이브 공연을 하고 7장의 정규 앨범을 내는 강행군을 펼쳤습니다. 늘 광적인 팬덤을 몰고 다녔고, 그에 따라 여러가지 웃지 못할 사건들을 겪기도 했습니다.

사실 비틀스라는 밴드, 혹은 개별 멤버들에 관한 영화는 이전에도 수없이 많았습니다. <하드 데이즈 나이트>(1964)처럼 멤버들이 직접 출연한 영화들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서 영감을 얻어 기획된 극영화들, 그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 낸 여러 다큐멘터리들이 그것이죠.

기존 작품들과 다른 이 영화만의 특징은 공연 실황, 사진 스틸, 뉴스릴, 인터뷰 화면 등 다양한 종류의 화면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50여년 전 투어 공연의 열기를 스크린에 생생히 되살려 냈다는 것입니다. 당시의 열광적인 팬들, 그리고 열정적인 라이브를 선사한 비틀스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에 비틀스의 팬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영화입니다.

그 시절의 비틀스는 늘 세계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습니다.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부터 5위까지를 독식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최초의 대규모 경기장 공연(뉴욕 셰이 스타디움), 최초의 대규모 월드 투어 등 시대의 첨단을 달리며 유행을 이끌었지요. 하지만 끊임없는 라이브 투어는 체력적, 정신적 소모를 불러 왔고,  멤버들은 음악 작업에 몰두하기 위해 투어 공연을 다시는 하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물론 비틀스는 그 이후에도 여전히 음악적 첨단을 달립니다. 라이브 공연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심도 깊은 작업을 통해 내놓은 앨범 <서전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사상 최고의 명반으로 꼽히죠. 1970년에 밴드가 해체되기 전까지 록의 하위 장르 대부분을 섭렵하며 대중 음악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고, 해체 이후에도 각자의 음악적 재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대중적 명성과 인기를 가져다 주었고, 예술적 성취를 이어나갈 수 있는 기틀을 잡아준 것은 역시 이 영화에 나오는 라이브 공연 시기입니다. 이 때의 재기 발랄함과 예술적 성장, 쉴 틈 없이 공연하면서도 관객을 항상 열광하게 했던 에너지는 그들이 이룬 업적의 원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론 하워드의 연출입니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재현해낸 공연 실황에 멤버들의 코멘트와 당시의 팬덤을 기억하는 유명 인사들의 회고를 곁들이고, ‘비틀스 현상’이 끼친 사회적 영향을 적절하게 잘 짚어낸 내레이션을 적절하게 배치한 끝에, 약관의 나이에 세계를 점령한 리버풀 출신 네 젊은이들의 신화를 매끄럽게 재현해 냅니다.

론 하워드는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물인 <다빈치 코드> 시리즈의 아쉬운 완성도 – 이 영화와 한국 개봉일이 같은 <인페르노> 역시 그의 감독작이죠 – 때문에 평가절하 당하기도 하지만, <아폴로 13>(1995), <뷰티풀 마인드>(2001), <러시: 더 라이벌>(2013) 같이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극화하는 데 있어서는 특출한 재능을 가진 감독입니다.

이번 비틀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도 <러시: 더 라이벌>을 함께 만들며 그런 쪽의 재능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프로듀서 나이젤 싱클레어의 제안 때문입니다. 감독 개인으로서는 힙합 스타 제이지가 주도한 ‘Made in America’ 콘서트를 담은 <Made in America>(2012) 이후 두 번째로 도전한 음악 다큐멘터리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비틀스의 겉으로 드러난 화려하고 긍정적인 부분만을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멤버들 간의 불화 같은,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생길 수 밖에 없는 여러가지 내부 문제들을 솔직하게 드러내기 보다는 신화의 완결성을 위해 잘 포장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거듭되는 라이브 공연에 피로감을 느끼는 모습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결말 부분의 투어 중단을 위한 밑밥으로 사용될 뿐이죠.

물론 비틀스 멤버들 사이의 불화는 이 영화에서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이미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이 영화 말미에 나오는, 밴드 해체 직전의 마지막 라이븐 공연인 루프탑 콘서트 장면들이 주는 쓸쓸한 분위기 만으로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되는 부분이긴 하지요. 그러나 약간의 소금이 음식의 단맛을 살려 주듯, 조금만 더 솔직한 모습들을 보여 주었다면 더욱 완벽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비틀스의 광팬부터, 그들의 유명한 노래 몇 곡의 곡조만 겨우 기억하는 사람이나 비틀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까지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매력 넘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역사상 최고의 밴드가 초창기의 열정을 불태우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지켜 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겹고 신나는 일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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